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넵니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따져볼 일은 드물지만, 안녕(安寧)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안녕이라는 인사는 상대에게 ‘편안하신가요’라 묻는 말이기도 하죠.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에게 안녕이란 인사는 건네는 쪽의 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대개로 아이의 안부를 물어보게 되죠. 오늘은 잘 지냈는지, 불편한 데는 없는지. 그렇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하루를 먼저 챙기다 보면, 정작 나는 편안한지 묻는 일은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10월,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님들이 오랜만에 자신의 안부를 물어보기 위해 영종도로 1박 2일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의 안녕프로젝트 중 하나로 열린 ‘2026 안녕 트립’입니다. 영종도의 바다를 따라 이어진 나들이와 파라다이스시티에서의 하룻밤은 늘 다른 사람의 안부를 먼저 살피던 어머니들이, 모처럼 자신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기까지

안녕프로젝트는 장애 자녀를 키우느라 자신을 돌볼 틈이 없어, 암이나 우울증 등을 겪은 어머니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보는 힘을 되찾을 수 있도록 파라다이스복지재단이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올해는 6월부터 연말까지 세 차례의 사전 자조 모임을 시작으로 안녕트립과 사후 자조 모임, 안녕커뮤니티데이가 차례로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로의 간단한 안부를 묻는 인사조차 조심스러웠던 만남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주제가 있다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나도 그랬어요’와 같은 한마디로 통하는 대화가 시작됩니다.
안녕트립 역시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교류와 네트워크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준비된 프로그램입니다.
나를 위해 고르는 하루




이런 취지에 맞게 여행지 역시 어머니들이 온전히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지는 대로, 바다를 조금 더 바라보고 싶으면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는 곳. 아이의 시간표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쪽을 먼저 선택할 수 있는 하루가 필요했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가 자리한 영종도는 안녕 트립을 즐기기 좋은 곳이었습니다. 일정의 첫 장소는 왕산마리나항의 키카페로 카페 이름인 ‘Quay’는 배를 대는 부두를 뜻하는 말로, 먼 바다로 나가기 전 긴 항해를 마친 배가 잠시 머무는 곳을 가리킵니다. 늘 바쁘게 움직이던 일상에서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찾아온 오늘의 여행과도 어딘가 닮은 이름입니다.
카페에서 1분 남짓 걸어가 요트에 오르면 휴대폰의 알림도, 해야 할 일의 목록도 잠시 흐려집니다. 요트로 바다를 가로지르며 풍경을 구경하고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여행의 시간도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기분을 전하기도 합니다.




요트와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하룻밤을 마무리하는 여정으로, 늘 누군가를 위한 시간표를 맞추어 생활했던 참여자들이 안녕 트립을 즐기는 날만큼은 자신을 위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선택했습니다. 자유시간이 주어진 때에도 파라다이스시티 내 야외 수영장에서의 수영을 즐길지, 방 안에서 휴식을 보낼지.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선택이지만, 지금 내가 필요한 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본다는 점에서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자리는 사회자의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에 들어선 순간부터 힘든 일상을 잊으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에 자리의 분위기도 한결 편안하게 풀렸죠. 식사를 나누며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도 비슷한 마음이 오갔습니다. 늘 머릿속 한편을 차지하던 아이 생각도 이번만큼은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여행다운 휴식을 즐겼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여행다운 휴식'이 어머니들에게는 오랜만에 꺼내 보는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챙기던 사람이 챙김을 받은 하루
늘 누군가를 위해 먼저 움직이던 어머니들을 위해, 돌봄을 받아보는 입장으로 보낸 하룻밤. 그래서인지 ‘안녕’이라는 프로젝트의 이름이 더욱 잘 어울려 보입니다. 처음 만날 때의 인사이자 헤어질 때 보내는 인사말이고, 또다시 만났을 때 서로의 편안함을 묻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파라다이스가 안녕프로젝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도 여기 담겨 있습니다. 불편한 곳은 없는지 먼저 살피고,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리조트를 찾는 손님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매일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사람에게도 온전한 쉼,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일상을 완주하기 위해 힘을 얻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번 여행이 끝난 뒤에도 참여자들의 만남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사후 자조 모임과 안녕커뮤니티데이를 통해 여행에서 나눈 이야기를 이어가고, 서로의 일상의 안부를 다시금 건넬 예정이죠.
오늘 누군가에게 ‘안녕하세요’라 인사를 건넨다면, 평소보다 조금 더 마음을 담아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 편안한지 - 짧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 안부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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