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7월로 접어들면서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잠시간 밖에 외출만 해도 쉽게 지치게 되는데요. 흔히 이런 날씨를 삼복더위라고 부릅니다. 삼복(三伏)은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키는 말로 이 때 복(伏)자는 사람이 마치 더운 날 개처럼 엎드려 있는 모습을 의미하는데요. 복날은 가을의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 더운 기운이 강력해 일어서지 못하고 무릎 꿇을 만큼 더운 날이라는 뜻이지요.
다음주(7/12)면 올해 첫 복날인 초복인데요, 예전부터 사람들은 복날엔 더위에 지친 몸을 보신하고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보양음식을 먹어왔습니다. 이 때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가고 음식을 먹던 풍습을 ‘복달임’이라고 한답니다. 지금부터 올 여름 더위를 물리칠 영양만점 ‘복달임 음식’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복날 베스트셀러 ‘삼계탕’
가장 먼저 소개할 복달임 음식은 바로 복날 베스트셀러 ‘삼계탕’입니다. 삼계탕은 이름 그대로 닭을 인삼, 황기, 마늘 등과 함께 푹 끓여낸 요리로 복날에 가장 친숙한 음식인데요, 더운 여름날 왜 하필 뜨거운 삼계탕을 보양식으로 먹게 되었을까요?
복날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바깥의 기온은 뜨겁지만 속은 오히려 차가워지기 때문에 위장 기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땀을 많이 흘려 쉽게 지치기도 하는데요. 이때 뜨거운 삼계탕을 먹으면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답니다. 또,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닭과 원기회복에 으뜸인 인삼, 소화가 잘 되도록 돕는 마늘이 들어가 있어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제격입니다.
최근에는 각종 약재를 넣은 한방 삼계탕, 들깨를 넣어 고소하고 진한 들깨 삼계탕 등 다양한 삼계탕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닭 안에 집어넣은 찹쌀과 대추, 밤 등을 뽀얗게 우러난 국물과 함께 먹는 것도 삼계탕만의 별미입니다.^^
든든하고 개운한 ‘육개장’
육개장이 원래 복달임 음식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뜨끈한 육개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대표적인 복날 음식이었다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복날에 허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히 고깃국을 먹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복날, 더위에 지친 신하들에게 고기를 하사하고, 땀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삼복더위에 고깃국 먹은 사람 같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였답니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엔 소고기를 잘게 찢어 넣은 특별한 보양음식이었던 육개장이 요즘에는 사시사철 즐겨먹는 음식이 된 것이지요.
육개장은 삼계탕과 마찬가지로 고기를 푹 고아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만든 음식이므로 위에 부담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얼큰한 국물이 입맛을 자극해 더위에 지쳐 잃어버린 입맛을 돌려주는 보양식입니다. 육개장은 원래 서울 음식이지만 여름에 유난히 무더운 대구 지역에서는 '대구탕'이라는 이름으로 쇠고기를 넣고 파를 듬뿍 넣은 육개장을 즐겨 먹는데요, 역시 복날 음식답죠?^^
일본의 ‘장어덮밥’
일본에도 한국의 복날과 비슷한 날이 있는데요, 해마다 7월 하순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라고 불리는 날에 일본사람들은 무더위에 약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특별히 장어를 먹곤 합니다. 한국에 복날 대표음식으로 삼계탕이 있다면 일본에는 장어덮밥이 있는 셈이죠. 에도 시대, 한여름에 장어가 잘 팔리지 않자, 상인들이 '12간지 중 소(丑)에 해당하는 날에 우(う) 발음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여름을 타지 않는다'는 미신을 활용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장어는 고단백 음식이면서 여름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A가 풍부해 피로회복에도 좋은 보양식입니다. 장어구이와 장어탕, 장어덮밥 등 다양한 요리로 장어를 즐길 수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주로 덮밥을 즐겨먹고 우리나라에서는 구이가 인기랍니다.
중국의 ‘훠궈(火鍋)’
중국에서는 1년 중 가장 더운 날을 ‘쿠시아(苦夏)’, 고통스러운 여름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복날 풍습은 중국으로부터 건너온 것인데요, 그 중에서도 중국 북방 지역에는 삼복과 관련해 '초복에는 교자를 먹고 중복에는 면을, 말복에는 계란전을 먹는다'는 속담이 전해집니다. 곡식이 부족한 시기에 귀한 밀로 만든 음식을 보양식으로 먹었던 것인데요, 요즘은 따로 복날을 챙기진 않지만 여름철 보양식으로 ‘훠궈(火鍋)’를 많이 먹는답니다.
훠궈는 뜨거운 육수에 고기, 해산물, 채소, 면 등 다양한 식재료를 익혀 먹는 요리인데요, 가장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보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국물을 매운 홍탕과 담백한 백탕으로 나누어 두 가지 맛으로,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를 한껏 즐길 수 있습니다.
누구나 먹기 좋은 ‘전복죽’
전복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무기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피로회복과 원기회복에 효과적인데요, 그래서 대표 복달임 음식인 삼계탕에 보양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복을 넣기도 하죠. 전복 삼계탕도 맛있지만 좀 더 가볍게 보양식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전복죽도 좋은 여름철 보양식이 된답니다. 특히 씹기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죽은 아이들이나 노인 분들에게 좋은 보양식입니다. 기존의 보양식이 무겁고 먹기에 부담스러웠다면 훌훌 넘어가는 고소한 전복죽을 추천해드립니다.
한여름에도 맛있는 ‘팥죽’
지금은 삼계탕 같은 국물요리가 대표적인 복날 보양식이지만 가장 오래 된 여름 보양식은 놀랍게도 ‘팥죽’입니다. 여름에 팥죽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는데요. 보통 동짓날 먹는 대표음식으로 팥죽을 꼽는데 한여름 음식으로도 먹어왔다니 참 신기하죠?
팥은 몸의 열기를 식혀주고 비타민 B1이 풍부해 불필요한 수분, 대사 잔여물을 배출하여 피로물질을 제거해줍니다. 또 혈액순환과 소화가 잘 되고 장 기능을 도와 변비에도 좋다고 합니다. 여름철 차가운 음식이나 음료를 자주 찾다 보니 배가 아픈 분들 많은데요, 팥죽 한 그릇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복날에 먹는 다양한 여름 보양식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날씨가 더울수록 쉽게 지치고 입맛도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이럴 때일수록 수분을 자주 섭취하고 영양보충에 신경 써야 합니다. 복날 보양식으로 삼계탕만 먹기 지겨우셨던 분들이라면 이번에는 각양각색의 복달임 음식들로 삼복더위를 물리치고, 건강하고 든든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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