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번 챙기는 끼니 사이사이에 간단히 먹는 간식! 주식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의 중요한 문화 요소입니다. 한국의 간식은 궁중 문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선 왕조에 이르기까지 하루에 두 번 정도 야식을 포함한 간식상을 왕에게 올리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모양과 맛이 뛰어난 과자나 떡, 음료 등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이러한 궁중 문화는 상류층인 양반들 사이에 은근히 퍼져 근대사회 이전의 간식 문화는 상류층 문화 그 자체였다고 하는데요. 반면 서민들은 이 문화를 향유할만한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과자류의 간식들은 조상을 모시는 명절이나 제사 때에나 맛볼 수 있는 귀하디 귀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서민들이 먹을 수 있는 간식은 아주 검소하고 소박한 것뿐이었다고 합니다.
‘소’라고는 하나 없는 개떡이나 식물 뿌리를 고아서 만든 엿과 같은 간식이 있습니다. 과거 서양에서 설탕이 귀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 한국에서도 서민과 양반 간의 간식문화는 극과 극이었답니다.
상류층의 간식은 곡식뿐만 아니라 과일, 고기를 주 재료로 한 것 등 그 조리법과 종류가 다양하지만 서민들의 것은 대부분 곡식이나 들에서 나는 식물을 원료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 모든 간식들이 최신 버전으로 응용돼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상류층과 하류층 두 집단 간의 대표 간식 문화를 소개 하고자 하는데요! 전통간식을 살펴 봄으로써 한국 사회의 삶을 구체적으로 함께 살펴보실까요?^^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는 찻상의 필수품, 약과와 다식
VS 허기까지 때우는 간식인 찐빵
│(좌) 약과와 다, (우) 찐빵
차와 과자를 함께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것은 전형적인 양반, 상류층 문화입니다. 한국의 차 문화에 곁들여 지는 대표 다과는 약과와 다식인데 이는 한 입에 쏙 들어갈 크기이면서 빛깔과 모양이 고와 눈으로 즐기며 차를 음미하기에 좋은 것이 특징입니다.
약과는 밀가루를 꿀과 참기름으로 반죽해서 기름에 튀겨낸 것입니다. 튀기기 전에 꽃 모양의 틀에 넣어 모양을 잡은 약과를 ‘궁중 약과’, 네모난 것을 ‘개성 약과’라 통칭하는데요.
다식(茶食) 이란 그 이름 그대로 차와 나란히 대접하는 음식이었습니다. 차를 마시며 이 과자를 한입 입에 물고 부드럽게 녹여 먹으면 은은한 곡식의 향이 퍼집니다. 다식의 재료는 쌀, 밤, 콩 등을 곱게 가루 낸 것인데 여기에 꿀이나 조청을 섞어 반죽해 만듭니다. 나무로 만든 다식판은 연꽃, 물고기, 한자, 기하학 문양 등 모양이 다양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송화 가루, 흑임자 가루 등 섞는 재료에 따라 그 빛깔마저 다채롭습니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차문화는 서민들에게 존재했을 리 만무한데요. 하지만 오후에 잠시 짬을 내어 고된 노동의 중간 중간 이웃과 정을 나누거나 끼니와 끼니 사이에 손님이 찾아왔을 때 대접하는 단 음식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찐빵입니다. 그것도 거의 1960년대에 와서나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찐빵은 밀가루와 막걸리를 넣어 반죽을 하고, 여기에 설탕을 듬뿍 넣은 팥 앙금을 넣어 찌는 것입니다. 보통 식사 시간 이외에 방문한 손님에게는 시래기국이나 물과 함께 대접을 했고, 밭일 사이 사이 새참 메뉴로 먹을 때엔 막걸리와 함께 먹기도 했습니다. 단 것이 귀하던 시절이라 인기가 대단했으며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 받고 있는 간식입니다.
왕실의 야참, 궁중 떡볶이
VS 길거리 음식의 상징이자 야식의 대표주자, 고추장 떡볶이
│(좌) 궁중 떡볶이, (우) 고추장 떡볶이
1800년대 요리책인 ‘시의전서 是議全書’에 보면 왕의 음식인 떡볶이의 역사가 기록돼 있습니다. 궁중에서 흰떡, 소고기, 간장, 파 등을 넣어 떡찜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인데요. 고추가 없던 시절이라 고춧가루가 들어있지 않은 간장을 넣은 떡볶이가 귀한 왕의 음식으로 기록된 것입니다. 이를 한국인들은 ‘궁중 떡볶이’라 부릅니다. 당시 기록에 보면 이 음식은 기름에 볶는 것이 아니라 물을 붓고 은근히 끓이는 찜의 형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궁중 떡볶이를 전통주와 함께 왕이나 귀족이 야식으로 즐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귀한 음식을 동경하던 평민들 사이에 같은 떡을 주재료로 하되 고추장으로 양념 한 ‘매운 떡볶이’가 등장한 것은 1950년대 이후라고 하는데요. 이 시절에 이르러서야 고추장이 서민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양념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매운 떡볶이와 어묵탕 국물을 마시면 체온이 올라가는 느낌이 드는데 이 때문에 떡볶이가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사랑 받는 야식이 된 것입니다. 한국의 가장 대표 간식인 고추장 떡볶이는 쌀이나 밀가루 떡에 오뎅과 야채를 넣어 만드는데 설탕이나 물엿을 넣은 맵고 달달한 고추장 양념이 일품입니다.
양반의 오후 간식, 경단과 화채
VS 서민들의 새참, 개떡과 물김치와 식혜
│(좌) 경단과 화채, (우) 개떡과 물김치
귀족들의 오후 간식으로 사랑 받던 경단은 혼례 음식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으며 요즘에는 일반적인 간식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작고 손이 많이 가며 색깔이 고운 이 경단이 상류층의 떡 간식이었다면 그 반대편에 선 떡이 있는데, 이름하여 개떡입니다.
한국어로 ‘개’는 ‘가짜’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떡’ 역시 ‘가짜 떡’이라는 뜻인데요. 먹을 것이 부족하고 특히 간식이라곤 꿈도 꾸지 못했을 가난한 시절, 대충 떡과 비슷한 형태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 서민 음식을 일러 ‘개떡’이라 하는 것입니다. 이 떡은 구할 수 있는 모든 곡물 가루를 이용하는 데 양을 늘리기 위해 나물을 섞어 반죽한 후 찌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멥쌀가루에 쑥을 넣어 만든 쑥개떡입니다. 조리법이 간단하고 모양은 단순하지만 양을 푸짐하게 만들어 농부들의 새참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점심과 저녁 사이 출출함을 때우기엔 그만인 간식임에 틀림 없는데요. 엿기름을 우린 물에 쌀밥을 말아 삭힌 후 차게 먹는 식혜와 찰떡궁합이지만 식혜 역시 귀한 음식이어서 과거에는 명절에나 맛볼 수 있었으므로 보통 물김치나 막걸리와 함께 새참으로 즐겼습니다. 지금도 담백한 맛 때문에 가정마다 조리법이 이어지며 전수되고 있습니다.
오랜 정성으로 만드는 안주, 김치적
VS 가장 일반적인 재료로 가장 손쉽게 만드는 안주, 김치전
│(좌) 김치적, (우) 김치전
김치와 양념한 소고기가 주재료가 되는 김치적은 꼬치에 이 재료들을 꿰고 밀가루와 달걀물을 입혀 기름에 지진 것입니다. 조리법 가운데 가장 원조인 것이 구이인데 이는 특별한 기구 없이도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구이법을 이용하는데다 귀한 소고기를 끼워 만든 것은 매우 오래된 궁중 간식 중 하나라고 봐야 하는데요.
특히 재료마다 미리 익혀 후에 꿰는 ‘누름적’은 아주 귀한 음식으로 상류층에서 주로 향유했는데 향긋한 술과 함께 곁들여 주안상에 올랐습니다. 궁중에서 비롯된 귀한 음식들은 보통 제사상에 많이 응용되곤 하는데 이 ‘적’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도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궁중 문화에서 전해온 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적’입니다.
반면 고기가 귀한데다 일일이 재료를 장시간에 걸쳐 꿰어 조리하는 건 서민들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민들 사이에선 김치를 곡식 가루에 넣고 물에 개어 기름에 지져먹는 김치전이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치전은 농사 중간의 허기를 달래는데 안성맞춤인데요. 막걸리와 곁들여지는 술안주로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까지도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 받는 술안주인 동시에 간식입니다. 전이나 적처럼 비싼 재료가 들어가거나 과정이 복잡한 것이 아니기에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입니다. 또한 김장 문화가 일반적인 한국에서 시간이 오래 지난 묵은 김치를 사용한 조리법 중 하나로 현재까지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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