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오랫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였던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이라는 이름으로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의 발레를 세계 무대에 알린 강수진은 한국인 최초는 물론 동양인 최초라는 타이틀을 유독 많이 갖고 있습니다. 1985년 스위스 로잔 콩쿨 입상, 1986년 독일 슈투르가르트 발레단 입단, 1999년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여성무용수 선정, 2007년 독일 뷔템부르그 주 정부 궁정무용수(Kammertanzerin)로 선정에 이르기까지 듣는 이를 주눅들게 만드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의 소유자임에도 강수진은 무척이나 소탈한 성격을 가졌는데요. 권위의식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발랄한 말투로 얼마 전 받은, 또 하나의 영광스러운 상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 파라다이스 블로그를 통해서도 소식을 전해드린 파라다이스상입니다. 올해 10회를 맞은 '파라다이스상'은 문화예술 발전과 인류 복지증진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강수진은 파라다이스 특별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은 언제나 영광스럽죠. 발레리나에서 은퇴하고 예술 감독으로서 제 직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을 주셔서 더욱 영광스럽죠.”
2014년 2월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그녀의 지난 3년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베 숄츠가 안무한 교향곡 발레 ‘베토벤 교향곡 7번’, 조지 발라신의 신고전주의 발레 ‘세레나데’와 글렌 테틀리의 모던 발레 ‘봄의 제전’, 존 크랑코 안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대부분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을 과감히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에 넣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국내 발레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얼마 전 막을 내린 고전 발레극 <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객석 점유율이 98.9%에 육박했습니다. “국립발레단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갖추고 있어요. 고전, 네오 클래식, 모던 등등. 다양한 관객들의 취향을 만족하게 할 수 있을만한 작품들이죠.” 강하면서도 가벼운 특유의 춤사위 덕분에 ‘강철 나비’라는 별명을 얻었던 발레리나 강수진은 더는 볼 수 없습니다.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왜냐면 그동안 정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어요. 열심히 무용했고 열심히 공연했고. 은퇴 공연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제가 원했던 대로 되어 너무 행복해요.”
| 2016년 7월 22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은퇴 공연 <오네긴>
지난 7월 22일 은퇴공연 <오네긴>을 끝으로 발레리나의 삶을 정리하고 남편 툰치 소크멘(Tunc Sökmen)과 함께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40여년만에 돌아온 한국은 그녀에게 낯설면서도 경이롭다고 하는데요. 소위 K-팝이라 불리는 한국 대중음악도 좋아한다고 합니다. “아이돌의 공연은 저를 신나게 만들어요. 이젠 흐름도 보이더라고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면 의상도 달라지고 음악도 달라지던데요. 여름에 흘러나오는 음악이 가장 에너지가 많아요. 그래서 듣고 있으면 즐거워요.” 놀랍게도, 지드래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나이도 한참 어리고,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지만 정상에 오른 아티스트로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했던 적이 있어요. 지드래곤, 그 분 지혜롭고 나이에 비해서 성숙하고 생각이 깊어 보였어요. 마음에 쏙 들었어요. 나중에 유명한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역시라고 생각했죠.”
마지막으로, ‘강수진에게 발레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그녀는 “춤은 제 삶이죠. 춤을 통해 저도 몰랐던 저 자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발레를 통해 상상 이상의 다양한 역할을 해봤고, 그 역할들을 통해 인생을 배웠습니다. 한마디로 저와 발레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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