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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인들의 주목할만한 패브릭 활용법, 포대기

2016.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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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여인들의 생활밀착형 육아 도구는 바로 ‘포대기’입니다. 아이를 등 위에 업고 일을 하기 위한 천 소재 도구는 현재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요. 포대기는 다양한 장점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생활밀착형 도구 포대기


| 화가 박수근이 1956년 작품인 <나무와 여인,Women by a tree>. 

포대기로 아이를 업은 여인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묘사돼 있다.


포대기는 한국 여인들 사이에 전통적으로 이어 내려오는 생활밀착형 도구인데요. 튼튼한 천으로 만들어진 포대기는 어린 아이를 등 뒤에 업기 위해 만든 것으로 언제 어디서나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해야만 하는 억척스런 여인들의 필수품이었습니다. 상류 사회 여인들이야 유모와 하녀가 있어 이런 도구가 필요 없었지만 아이도 키우고 살림도 하고 돈도 벌어야하는 입장의 여인들에겐 없어선 안될 것이었습니다. 


특히 과거 농경사회에서 여인들이 포대기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서양처럼 아이를 앞으로 안는 문화는 밥을 하고 참을 나르고 피를 뽑고 빨래를 하는 바쁜 농경 사회의 여인들에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포대기의 역사


| 화가 이수억은 <6.25 동란>이라는 작품 속에서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피난길에 오른 소녀를 묘사했다. 

당시 포대기는 여인들의 고달픔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1954년 작.(국립현대미술관)


포대기의 역사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요. 조선시대 문헌에 기록이 등장하고 실은 그 훨씬 이전부터 사용되어 온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포대기의 사전적 정의는 “어린아이의 작은 이불로 덮고 깔거나 어린아이를 업을 때 쓴다”. 입니다. 아이를 업을 때만 쓰는 게 아니라 덮고 깔 때 쓰는 이불을 뜻하는 것인데요. 아이를 업고 아기를 업은 사람의 앞까지 폭싸게 하여, 아기를 따스하게 해주는 천도 포대기, 혹은 ‘처네’라 불렀습니다. 


또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끊고 나서 아이의 몸 전체를 감쌀 수 있게 만든 것도 포대기라고 불렀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 몸을 감싸는 사각형 이불부터 그 아이가 유아기를 벗어날 때까지 사용해왔던 다양한 천 조각이 포대기인데요. 사실 포대기와 관련한 문헌 기록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물건이다 보니 기록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대기의 소재와 형태


| 배우 아담 로드리게즈, 리브 테일러 등 영향력 있는 패셔니 스타들의 포대기 착용 패션이 파파라치에 찍혀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포대기의 소재는 대개 무명이거나 주단에 솜을 넣어 누빈 것이었습니다. 무명은 겨울을 제외한 전 계절에 상용되었고 누비 소재는 겨울 방한용으로 고안되었는데요. 사실 아이를 업는 풍습이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업기 방식이 지역마다 만연했는데요. 


한국의 포대기처럼 끈의 폭이 넓어 아이의 허리와 엉덩이가 편안한 패브릭 형태로 만들어진 것은 흔치 않았습니다. 포대기보다 끈이 훨씬 좁거나 딱딱하거나 끈을 매는 위치가 불안정한 것이 많았는데요. 반면 포대기는 허리에 닿는 면적이 넓어 아이와 엄마가 모두 편안하고 아기와 밀착이 돼 서로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아이는 엄마의 체온과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태 속에 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장점들로 인해 우리의 포대기가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포대기의 인기


| 유명 여배우 메기 질렌홀, 마리옹 꼬띠아르 역시 포대기 마니아. 그들은 파파라치를 의식해 아이를 뒤로 업는 전형적인 사용법 대신에 아이를 앞으로 감싸 안아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이나 야후에서 podaegi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9만 개 가까이 되는 검색 결과가 뜹니다. 포대기를 사용한 후기, 매는 방법, 직접 제작하는 방식 등 다종다양합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포대기를 판매하는 사이트도 많습니다. 쉽게 잠들지 않는 아이를 달래고, 아이와 엄마의 몸이 포개지고, 엄마가 보는 것을 같은 눈높이에서 아이가 함께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포대기의 특장점인데요. 


몇 년 전 헐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컷을 통해 화제가 되기 시작한 포대기는 심지어 패션 아이템처럼 스타일리시하다는 이미지까지 덧입혀 졌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포대기는 참으로 과학적이고도 실용적인 제품입니다. 두 손 가득 장을 보아도 아이를 몸에서 떼어놓지 않아도 된다는 건, 그만큼 아이와 엄마의 교감을 늘려 정서 안정을 함양시킨다는 뜻이며 아이와 엄마가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걸 보고 생활을 하니 두뇌 발달에도 좋습니다. 아마 한국의 전통 패브릭 활용법 중 가장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는 것이 포대기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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