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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전동휘 부장의 원고입니다.]


불혹을 몇 년 전에 넘긴 이 나이에도 아직 버리지 못한 취미가 있으니, 바로 ‘인형 모으기’인데요. 2009년쯤 시작했는데 어느덧 천여 점을 모으게 됐고, 이제는 꺼내놓지도 못하고 박스째 보관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모으는 인형은 ‘베어브릭(BE@RBRICK)’인데요. 베어브릭은 2001년 일본 메디콤 토이(Medicom Toy)사가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컨셉으로 만든 곰 모양의 플라스틱 인형입니다. 형태는 똑같으나 래핑 이미지는 천차만별입니다. 머리, 몸, 엉덩이, 팔, 다리, 손 등 관절 부분을 움직일 수 있어 사람처럼 다양한 포즈를 취할 수 있고 볼록한 배가 사랑스럽답니다. ^.^ 


 

블라인드 박스형태로 처리된 정규 시리즈(32탄) 베어브릭


인형의 부피 때문에 이사할 때마다 골치 아픈 상황에 이를 만큼 많이 모으게 된 이 장난감의 매력은 곰이라는 친근한 모양과 더불어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도록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처리된 뽑기(랜덤) 전략이 아닐까 싶습니다. 1년에 두 차례 나오는 블라인드 박스형태의 정규 시리즈는 7cm(100%)짜리로 Basic, Jellybean, Pattern, Flag, Horror, SF, Cute, Animal, Hero, Artist 버전이 있는데요. 각기 다른 비율로 생산되고, 더군다나 기본 디자인 정보조차 알리지 않는 더 적은 비율의 secret 버전이 있어 중복되는 베어브릭을 뽑으면 불행해지고 귀한 버전을 뽑으면 행운에 감사해 하게 됩니다. 즉, 컬렉터들의 조바심을 끌어 내는 교환과 프리미엄의 문화가 있습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도라에몽 베어브릭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픈 박스는 역시 모양은 같고 50%(4cm), 70%(5cm), 100%(7cm), 200%(14cm), 400%(28cm), 1000%(70cm)짜리로 크기만 다릅니다. 당연히 사이즈가 클수록 비싼 편이고, 특별히 200%는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형태(초합금)로 묵직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인기 있는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한 베어브릭은 대개 재생산을 하지 않는 관계로 그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하는데요. 참고로 제가 2012년, 6,090엔에 구매한 400% 도라에몽 베어브릭은 현재 일본에서 200만 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베어브릭 수집은 재테크도 되는 취미인 것 같습니다. ^.^ 



 메디콤 토이 설립 20주년 기념 전시회장 입구


한국에서 사면 기본적으로 두 배쯤 시작되는 가격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이 1년에 단 한 차례 이 취미를 위해 호사를 부리는데요. 바로 ‘메디콤 토이’사가 매년 6월 말, 도쿄에서 개최하는 전시회입니다. 올해는 특히 메디콤 토이사가 설립 20주년이 되는 해이고 ‘베어브릭’이 출시된 지 15주년이 되는 해라 훨씬 큰 규모의 전시회가 열려 보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2016년 6월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올해의 메디콤 토이 전시회는 작년까지 전시장으로 활용되던 시부야에 있는 PARCO백화점을 떠나 도쿄의 청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오모테산도의 ‘오모테산도 힐스’ 내 전시장으로 이동했는데요. 또한, 작년까지의 선착순 입장 방식 때문에 주변 상점에 피해를 주며 전날부터 노숙하는 현상을 없애고자 오픈 둘째 날까지 제한된 인원만 들어갈 수 있는 예약제를 시행해 또 다른 원성을 샀습니다. 





 

300엔의 입장료를 내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2미터가 넘는 대형 베어브릭이 반갑게 맞아주는데요. 새로 출시되는 제품은 물론 기존의 제품들도 섞여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디자인 공모를 통해 선발된 다양한 베어브릭과 그 중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었고, 얼굴을 넣어 베어브릭이 되어보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베어브릭의 변형 래브릭


1000% 펩코 베어브릭과 가리모쿠 베어브릭

 

엘비스 프레슬리 등 뮤지션 모티브의 베어브릭


곰 모양의 베어브릭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출시된 고양이 모양의 ‘냐브릭(NY@BRICK)’과 토끼 모양의 ‘래브릭(R@BRICK)’도 전시장 한 곳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가구회사인 ‘가리모쿠’사와 협업해 만든 60만 엔이 넘는 1,000% 사이즈의 나무 베어브릭도 그 아우라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의 끝부분에는 이 전시에서만 살 수 있는 기념상품들을 판매하는 아트샵을 배치해 관람객들의 지갑을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시부야에 있는 메디콤 토이 직영매장인 ‘프로젝트 1/6’


 

아멕스(AMEX CENTRION GOLD) 베어브릭

 

스카이트리 소라마치에 있는 메디콤토이 직영매장

 

다양한 사이즈의 다프트펑크 베어브릭


그동안 억눌러왔던 구매욕에 대한 자제심을 외면한 채 시부야에 있는 본사 직영매장인 ‘프로젝트 1/6’에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AMEX CENTRION GOLD)’ 모티브의 베어브릭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스카이트리가 있는 복합쇼핑몰인 소라마치 내 매장에 들려 유명 EDM 뮤지션인 ‘다프트 펑크(daft punk)’를 모티브로 한 100%, 200%, 400% 베어브릭 구매로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베어브릭은 유에민준, 칼 라거펠트 같은 유명한 작가, 디자이너나 명품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해 컬렉션의 매너리즘에 빠질 틈을 주지 않는데요. 이쯤 되면 장남감이 아니라 트렌드이자 아트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훗날 ‘파라다이스시티 베어브릭’도 출시되길 기대하며 즐거웠던 ‘도쿄 메디콤 토이 전시회’ 이야기를 마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