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식이 주목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우리 술을 찾는 이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늘은 식문화 전문가와 ‘우리의 술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대동여주도 콘텐츠 기획자 이지민, 디자이너 박초희
대동여주도와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박초희 : 대동여주도는 전국 방방곡곡에 숨겨진 명주를 소개하는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인데요.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우리 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지민 : 저는 마케팅 회사를 운영 중이고 박초희씨는 일간지 아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대학원 동기로 만나 지금까지 쭉 가깝게 지냈는데요. 둘 다 음식과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의기투합할 수 있었습니다. 기획은 대부분 제가 담당하고 디자인은 박초희씨가 맞고 있어요.
술 종류 중 전통주에 매력을 느낀 이유가 있나요?
이지민 : 주류회사에 다닌 경험이 있어서 와인을 비롯해 다양한 술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해 온 편이에요. 그러나 우리 술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어요. 2014년에 우연히 전통주 양조장 투어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매력을 느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각 고장의 특산품을 원재료로 사용하고 명인들이 대를 이어 술을 빚고 계시더라고요. 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데 이를 아는 사람도 없고 알리려 하는 이도 없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전통주의 명맥이 끈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대동여주도를 시작했습니다.
대동여주도에서 소개하는 콘텐츠 주로 어떤 것인가요?
이지민 : 우리 술에 대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웹툰을 연재하거나 유명 셰프들과 전통주에 어울리는 안주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보와 전달이 목적이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 요소를 결합했는데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초희 : 낡고 고루한 것이 아니라 ‘술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전하는 유쾌한 우리 술 이야기’라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전통주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이지민 : 국내에서 생산되는 막걸리 수만 해도 1,000가지 이상이고 전통주도 500종이 넘습니다. 역사와 이야기가 풍부하고 품질이 일정한 것, 유통, 판매에 문제가 없는 술 위주로 추천하고 있는데 명인 술로 알려진 것들은 대부분 이 조건을 충족합니다. 예컨대, 전통 소주에 배와 생강이 들어간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인 이강주, 잘 익은 돌배 향이 나는 문배주는 우리 역사 문헌에도 자주 등장한 소문난 명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는 좋은 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동여주도
대동여주도를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요, 우리 술에 대한 반응이 달라졌나요?
박초희 : 요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체감해요. 명인들이 술을 소개해달라고 직접 연락을 주시고 사람들에게 전통주를 권하면 거리낌 없이 받아들입니다. 온라인상에서도 호기심을 갖고 판매처를 묻는 이들이 늘고 있고요.
전통주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술은 무엇인가요?
박초희 : 술을 잘 못 마시는 여성에게는 새콤한 매실 맛이 일품인 매실 원주, 소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문배주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지민 : 사람마다 선호하는 술이 달라 좋아하는 음식, 맛, 향 등 기호를 살펴보고 추천하는 편이이에요. 한국 술에는 고도주, 약주, 탁주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는데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기억했다가 그와 비슷한 맛을 추천받는다면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우리 술을 꼽는다면요?
박초희 : 알콜 도수가 14도지만 맛이 순하고 단맛이 살짝 느껴지는 추성 고을 댓잎 대통주를 좋아해요. 대나무를 잘라 술병으로 사용해 보는 재미까지 겸한 술이랍니다.
이지민 : 대한민국 전통식품 제1호 조영귀 명인이 빚은 사찰법주인 송화 백일주는 평생 곁에 두고 먹을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라시대부터 이어 온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모악산 800m 고지의 절벽 아래 수왕사에서 수행하는 승려들의 고산병 예방, 기 충전을 위한 술이었다고 하는데요. 좋은 쌀과 송홧가루를 이용해 발효주를 빚고 각종 한약재를 넣어 숙성시킨 술로 한 해 생산량이 약 2천 병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귀한 술입니다.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소개해주세요.
이지민 : 전통주는 볶거나 튀기는 조리법이 많은 중국요리와 환상의 궁합입니다. 중국은 약주보다 고도주 문화가 발달한 편이라 술을 좋아하는 요우커들에게 문배주, 감흥로, 소소리술 등 알콜 도수가 40도 이상인 전통주를 추천합니다. 의외의 조합을 소개하자면 빵과 함께 우리 술을 먹어보길 권합니다. 곡물 향이 나는 술과 담백한 빵을 곁들이니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 주류 문화의 트렌드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지민 : 2000년대 초반에는 와인이 인기를 누렸고 그다음은 막걸리가 주목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크래프트 비어와 과일 맛 소주가 히트를 쳤고요. 시중에 판매 중인 과일 맛 소주는 고품질 술이 아니에요. 접할 수 있는 술의 종류가 늘어나니 진짜 좋은 술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요. 한국에 불어 닥친 미식 열풍의 영향이 전통주에도 미치는 것 같아요. 최근에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트렌디한 바 등 젊은 셰프들이 한국 술에 관심을 쏟으며 전통주를 취급하는 식당이 늘고 있습니다. 술은 항상 트렌드를 타는데 우리 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늘면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대동여주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박초희 : 전통주에 관한 정보가 하나하나 흩어져 있어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외국어로는 더 심한데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로 우리 술에 대해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게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지민 : 음식을 먹을 때 재료와 그 음식에 들어간 스토리 등을 알고 즐기면 항상 더 맛있게 느껴지는데요. 내가 마시고 있는 술이 무슨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역사를 품고 있는지 알고 마시면 더 맛있고 즐겁게 즐길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우리 술을 즐겁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다양한 언어로 알리고 싶습니다.
+info. 대동여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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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맛과 문화를 글로 이야기하는 조선일보 문화부 음식전문기자 김성윤
하는 일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선일보 문화부 음식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음식, 음식점, 술, 식재료 등 먹는 것에 관해 두루 취재하는데요. 2000년에 조선일보에 입사했고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음식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원래 전공은 미술사였는데 우연히 신문사에 면접을 보게 됐습니다. 서류에 경력사항을 기재하는데 특별히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어서 대학교 3학년 때 ‘미국 육류 수출협회’에서 주최한 창작요리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이력을 적었죠. 회사에서 이 점을 흥미롭게 보셔서 합격하게 됐고 입사 후 먹는 걸 좋아하는 기자로 소문났습니다.
음식에 관심을 두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가족들이 음식을 먹는 걸 즐기고 유난히 중요시했어요. 아버지 고향이 이북이신데 이북사람들이 맛에 민감해요. 의식주 중 으뜸을 ‘식’으로 치는 집에서 자란 것이죠. 어머니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폐백 이바지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고요. 미식가 집안 덕분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어요. 중·고등학교를 시절을 홍콩과 미국에서 보냈던 것도 영향을 미쳤고요. 첫 발령은 국제부였는데 음식 취재를 겸하다 음식 전문 기자가 되었습니다.
기사로 음식을 소개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신문은 가장 대중적인 미디어이기 때문에 음식을 쉬운 언어로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싸고 맛있는 음식, 어렵지 않은 식문화를 소개해요. 고급요리나 특수한 식문화를 전혀 다루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아요.
평소 술을 즐기나요?
직업의 특성상 자주 마십니다. 소주를 마실 때는 전통 소주를 즐기거나 폭탄주로 마십니다. 폭탄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술 문화 중 하나에요. 한국인들은 음식이나 술을 섞어 마시는 걸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요.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인들은 맛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원하죠.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맛이 섞인 시너지 효과에 의한 맛을 좋아합니다. 폭탄주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고요. 한국 사람들의 급한 성격이 반영된 술 문화라 할 수 있겠네요.
음식 전문 기자로 일하며 다양한 국가의 술을 접했을 텐데, 전 세계 주류 동향과 우리나라의 트렌드를 비교한다면?
큰 차이점은 없습니다. 와인 붐이 크게 일었는데 과거에는 외국의 고급문화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가정에서 반주로 즐길 만큼 보편적인 술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수제 맥주 수요가 늘었어요. 미국 포틀랜드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퍼져서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죠. 최근에는 칵테일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한국 증류주가 보드카나 진처럼 베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술이라 외국 시장에서 가능성이 아주 좋다고 봅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한식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전 세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국가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데, 미국에서 한식을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중식과 일식 외 색다른 아시아 푸드를 즐기고자 하는 인구가 늘었습니다. 건강한 조리법으로 만드는 한식이 현재 가장 경쟁력 있는 음식 장르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한때 분자요리같이 미니멀한 음식이 유행이었는데, 요즘은 복합적인 양념 맛, 진한 맛을 선호하는 쪽으로 미식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요. 특히 매운맛을 즐기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한식은 매운 양념이 트렌드에 잘 맞아요. 매운맛 밑바탕에 단맛이 깔려있어서 외국인들이 접근하기 좋죠. 한식이 주목받으면서 한국 술을 찾는 이들도 늘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 술과 즐겼을 때 특별했던 음식이 있다면?
문배주와 양고기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우리 조상들이 소주를 알게 된 것은 전적으로 몽골의 영향이에요. 고려 말에 우리는 몽골의 지배를 받는데 이때 이들이 먹던 소주가 고려에 소개된 것이지요. 평양의 문배주, 개성의 아락주, 안동의 안동소주 등 몽골군이 오랜 시간 주둔했던 곳에서 유명한 증류주가 이어지고 있어요. 고려인들은 처음에는 도수가 높아 소주에 거부감을 느꼈지만, 이내 독한 맛에 푹 빠져들었다고 해요. 몽골인들이 즐겨 먹는 양고기와 증류주의 조합은 당연히 훌륭할 수밖에 없죠.
한국 술은 ‘소주’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어떤 분야든 대표선수가 있어야 하죠. 소주는 우리나라 술 중 국가대표라 생각하지만, 알코올 농도가 높은 주정에 물을 탄 희석식 소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아요. 또한, 20도 이하로 출시되는 소주도 소주의 참맛을 느낄 수가 없어서 좋아하지 않는데요. 도수가 낮은 소주를 마실 바에 20도 이상의 소주를 사서 온더락으로 즐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술 중에 소개하고 싶은 게 있다면?
‘화요’입니다. 전통주가 브랜드가 되려면 일관성을 가져야 합니다. 품질, 맛, 가격, 디자인 등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죠. 이런 점에서 화요는 모든 요소를 갖춘 술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은 술이죠. 그다음은 문배술, 매실 원주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요.
2017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발간을 공표했습니다.
‘미식의 성서’로 통하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의 미식가부터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한국 문화가 재조명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식당이 별을 딸지는 아무도 몰라요. 다만 국내 외식 사업의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파인 다이닝 쪽이 대단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가성비 좋은 음식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보입니다. 애매한 포지션의 식당들을 살아남기 힘들 것 같습니다.
K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드라마 속에서 배우들이 음식을 먹는 장면으로 보고 한국 음식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이들이 많아요. 특히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치맥’ 문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식문화가 됐죠. 음식은 혀로만 맛보는 게 아닙니다. 음식 이미지, 문화가 조화로워야 호감이 가요. K컬쳐가 한국 음식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준 좋은 매개가 됐다고 봅니다.
음원·공연 시장을 주 무대로 활동해온 국내 유명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식음료 제조와 외식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SM 엔터테인먼트에서 'SMT SEOUL’이라는 이름의 복합 외식공간을 선보였고 ‘SUM MARKET’이라는 편의점을 오픈했어요. 신세계 이마트와 손잡고 자체상표상품을 매개로 한 K팝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엑소 손짜장’, ‘슈퍼주니어 팝콘’, ‘동방신기 맥주’ 등 종류가 다양해요. 그중 푸드코트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국내 유수 프렌차이즈 기업과 손잡고 떡볶이, 김밥 등 대중적인 음식의 레시피를 모아 콘셉트 스토어를 꾸몄습니다. 브랜드 전체가 입점한 게 아니라 단일 메뉴가 각각 들어와있어요. ‘죠스 떡볶이’, ‘바르다 김선생’ 등 브랜드 이름이 메뉴 이름이에요. 말하자면 메뉴를 큐레이션 한 셈입니다. 한동안 맛집을 큐레이션한 공간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한 단계 나아가 메뉴를 선별한 것입니다. 이 공간 안에서 한국 외식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살필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음식문화 술 문화를 즐기기 위한 팁을 소개해주세요.
모든 여행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인데요, 관광안내 책자에 쓰인 곳이 아니라 새로운 곳을 탐험해 보길 바랍니다. 관광객들이 많은 곳에서 벗어나는 거죠. 저는 여행지에서 꼭 현지인들이 즐기는 식당과 바에 갑니다. 그들이 먹는 메뉴에 과감히 도전해요. 사실 입맛에 안 맞아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요. 이 또한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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