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쿠(RAKU)가 차려낸 제철 한 상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곳은 어쩌면 식탁일지도 모릅니다. 복숭아 대신 무화과를 찾게 되고, 자연송이의 향은 짙어지고, 밤의 은은한 단맛이 디저트에 스며들기 시작하는 때. 계절이 바뀌면 식탁 위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일식 레스토랑 라쿠(RAKU)에도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올가을 라쿠가 주목한 것은 단순히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을의 향과 깊이에 주목했습니다. 지금 가장 맛이 오른 재료를 고르고, 그 맛과 향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조리해 한 끼의 흐름 안에 계절을 담아냈습니다. 라쿠의 가을 메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계절을 맛본다는 말의 의미가 조금 구체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계절을 요리한다는 것

일식에서 계절은 꽤나 중요한 언어입니다. 같은 재료라도 언제 수확했는지, 얼마나 수분을 머금고 있는지, 향이 어느 정도 올라왔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플레이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라쿠 역식 메뉴를 정할 때 이름난 식재료나 값비싼 재료를 먼저 찾는 것이 아닌, 실제 재료의 신선도와 수분감, 식감 등을 먼저 살피고 라쿠만의 조리법으로 가장 좋은 맛을 낼 수 있는지를 기준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자연송이와 가을버섯, 은행, 토란, 무화과, 밤 등이 라쿠의 식탁에 올랐습니다.
다만 제철 재료를 한 접시에 얼마나 많이 담는지 보다는, 서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가을의 재료는 유독 향과 맛이 선명하기에, 무엇인가를 더하는 것보다 각자의 개성이 부딪히지 않도록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죠. 라쿠가 말하는 '계절을 요리한다'는 것도 - 가을 식재료의 나열이 아닌, 지금 이 게절에 가장 좋은 맛을 골라 한 접시 안에서 가장 알맞은 온도와 식감, 향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번 시즌의 중심에는 AKI SPECIAL이 있습니다.
접시 위를 따라 흐르는 가을, AKI SPECIAL

가츠오다시에 절인 가을버섯과 야채, 적된장 소스를 곁들인 토란튀김, 무화과와 깨소스에 은행구이를 더한 요리가 차례로 등장하는 전채로 시작됩니다. 담백하게 스며든 감칠맛에서 고소함과 부드러운 단맛까지. 각자 다른 결을 가진 재료가 입맛을 천천히 깨워줍니다.

그 다음 이어지는 생참치 타다키에는 일반적인 간장 대신 약 두 시간 동안 훈연한 간장을 사용합니다. 여기에 일본 아키타의 훈연 단무지인 아부리갓코의 향을 더해 나흘간 숙성하여 익숙한 참치의 맛과 다른 감각을 전합니다. 음식을 먹기 전 코끝에 먼저 닿은 향 그리고 음식을 삼킨 뒤에도 남아 있는 향까지 모두 하나의 맛으로 이어지는 향의 레이어에 집중한 덕분이죠.
코스의 중심에는 국내산 1++ 한우 함박스테이크와 자연송이, 가을 채소가 만납니다. 풍부한 육향 사이로 자연송이 특유의 향이 올라오며 앞선 요리들과는 또 다른 가을의 표정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은 밤 타르트입니다.
밤 특유의 담백하고 은은한 단맛이 화려한 피날레를 선사하기 보다, 한 계절의 끝을 차분하게 정리해 주는 방식과 닮아 있습니다.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맛의 강약과 향이 조금씩 이동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AKI SPECIAL은 특정한 한 접시보다 가을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기억되는 코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절을 표현하는 것

라쿠의 접시를 자세히 보면 화려한 장식보다도 식재료가 가진 색과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가을 재료 특유의 차분한 색을 살리고, 접시 위에 여백을 남겨 각각의 재료가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방법 - 플레이팅에서도 중요하게 보는 것은 색감뿐 아니라 여백, 온도감, 식재료의 질감입니다.
접시가 테이블에 놓였을 때 자연스레 '아! 가을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하는 것. 라쿠가 계절 메뉴를 바라보는 방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라쿠는 이번 가을 메뉴를 통해 단순히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기억이 되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음식을 먹기 전 먼저 퍼지는 향, 입 안에서 이어지는 맛과 식감까지 여러 감각이 겹쳐 좋은 하나의 경험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파라다이스가 미식을 바라보는 방식 또한 여기 닿아있습니다. 좋은 식재료와 섬세한 조리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는가에 있습니다.


계절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갑니다.
올 가을만큼은 달력보다 먼저, 한 접시 위에서 계절을 만나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연송이의 향이 선명하고 밤의 단맛이 가장 좋은 바로 지금, 라쿠의 식탁에서.
※ 라쿠(RAKU) Info.
- 정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장소: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중구 영종해안남로321번길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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