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오프닝 현장에서 마주한 취향의 서막



와인 한 병을 고를 때 라벨을 오래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름이나 빈티지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끌리는 것이 있어서. 그 이끌림의 정체를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닿는 순간 — 취향은 언제나 그렇게 불쑥 찾아오곤 하죠.
아트와 와인이 하나의 공간에서 포개지던 그 저녁, 아티스트 마이큐의 작품 세계와 와인이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었습니다. 호주 맥라렌 베일의 유기농 와이너리 스프링 시드 (Spring Seed), 그리고 두 점의 작품이 라벨이 되기까지 — 와인과 예술이 나눈 긴밀한 대화 속으로 초대합니다.
취향의 발견
아트와 와인의 만남
예술과 와인은 참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정해진 정답이 없으며, 오롯이 개인의 감각과 취향에 따라 발견하고 즐기는 영역이기 때문이죠.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이 달라지듯, 매 순간 우리의 오감을 깨우는 와인의 테이스팅 노트도 제각각 다르게 다가옵니다.
비노파라다이스는 바로 이 지점, 예술과 와인을 관통하는 매개체인 취향에 주목했습니다. 관념적인 결합에 그치지 않고,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선보이는 아티스트 마이큐,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을 담아낸 스프링 시드와 함께 아트와 와인의 특별한 연결점을 마침내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화이트 와인 'HOLIDAY'의 얼굴이 된 작품은, 우리 내면을 스쳐 가는 무수한 감정 중 오직 소중한 기억의 잔상만을 포착해 낸 작업입니다. 삶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많은 변수가 있지만, 그 모든 순간을 통해 느껴지는 특정 기억의 느낌을 마음속 서랍 안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 — 그 믿음이 이 캔버스 안에 담겨 있습니다. 마이큐는 이 작품이 화이트 와인의 라벨로 옮겨졌을 때, 본능적으로 와인의 향과 맛이 작품과 어우러져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듯한 해방감을 마주했습니다.


레드 와인 'POP Unknown'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집니다. 잔잔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 무엇보다 강렬한 작품.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기에 함부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그 에너지가 캔버스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와인의 맛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익숙한 향이었고, 그 향의 기억이 떠오를 듯 말 듯 하면서도 정확한 장면은 결국 찾지 못하는 느낌. 왠지 모르게 와인의 맛을 보았을 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밴드 Pop Unknown이 직감적으로 떠올랐다고 마이큐는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결국 좋은 와인이란, 마시고 나서도 한참 생각나는 것이겠죠. 향이었는지, 그날의 분위기였는지,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 다시 손이 가는 그 한 병. 마이큐가 이 두 병을 고른 이유도 아마 그런 직감이었을 겁니다.
감성이 담긴 와이너리
스프링 시드의 철학
매력적인 두 와인이 태어난 곳은 호주 맥라렌 베일(McLaren Vale)입니다.
스프링 시드는 화학적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을 제한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철학 아래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개성 있는 와인을 선보이는 유기농 와이너리입니다. 호주 특유의 풍부한 과실미와 생동감 있는 스타일을 동시에 담아내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죠.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라벨의 흥미로운 출발점입니다. 스프링 시드의 시그니처 라벨 디자인은 100여 년 전 빈티지 꽃씨 봉투에서 영감받아 완성되었습니다.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인 감성 콘텐츠로 풀어내며 젊고 자유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온 것이죠. 일상 속 평범한 소재나 잊혀가는 기억에 아티스트만의 깊이 있는 시선을 더해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 그 방식이, 마이큐의 작품 세계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눈으로 감상하는 예술과 입안에 머무르는 와인이 만나 마음속 깊은 곳의 감성을 건드릴 때, 우리는 비로소 나만의 진짜 취향과 마주하게 됩니다. 화려함을 덜어낼수록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믿음 — 두 세계가 공유하는 그 지점이, 이번 큐레이션의 출발이기도 했습니다.
HOLIDAY & POP Unknown
테이스팅 노트

두 병은 성격이 다르지만, 나란히 두면 서로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줍니다.

소비뇽 블랑-세미용 'HOLIDAY'는 오크 숙성 없이 완성된 화이트 와인입니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포도 본연의 산미와 청량감을 고스란히 지켜낸 것이 특징이죠. 코끝을 먼저 스치는 것은 산뜻한 시트러스와 싱그러운 허브 향 — 생동감 있고 경쾌한 스타일로, 이름 그대로 일상 속 어딘가로 가볍게 떠나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POP Unknown' 은 잘 익은 다크 베리류의 농밀한 과실 향으로 문을 여는 레드 와인입니다.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약 12개월 숙성되어, 은은한 스파이스와 민트 향이 클래식한 구조감을 더합니다. 마이큐가 처음 이 와인을 음미했을 때 직감적인 이끌림을 느꼈다는 이야기는, 직접 한 모금 머금었을 때 비로소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죠.
비노파라다이스가 제안하는 취향의 발견


취향이란 때로 복잡한 설명이나 논리 없이, 어떤 순간에 그냥 직감적으로 찾아오곤 합니다.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기에 더 끌리는 아티스트의 예술 세계처럼, 잔 속에서 끊임없이 피어나며 오감을 자극하는 와인의 풍미처럼 말이죠.
모든 순간을 예술적 경험으로 채워가고자 하는 오랜 지향점 역시, 감각과 취향이 정교하게 맞물리는 바로 이 지점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오직 나만의 감각으로 채워 넣을 이 미학적인 조우는, 생각보다 아주 가깝고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곤 하니까요. 와인 한 병을 고르는 바로 그 순간, 비노파라다이스가 큐레이션한 두 병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속 서랍에 오래 남을 나만의 취향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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