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시 위에 담아낸 장인의 뚝심
프랑스 본토를 사로잡은 미식 대가, 정회완 셰프를 만나다

한 접시에 담긴 요리의 본질은 심미적 화려함이 아닌, 그 이면에 녹아 있는 셰프의 철학적 고뇌와 집요한 실천이 아닐까요? 최근 파라다이스 R&D 조직인 Culinary Lab팀 정회완 셰프가 미식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 통양배추 파르시 챔피언십(Stuffed Cabbage World Championship)'에서 특별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전 세계 셰프들과 치열한 경합 끝에, 아시아인으로서 정통 프렌치 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뜻깊은 성과. 양배추 한 통 전체를 사용해 완성하는 고난도 가스트로노미 요리 대회에서, 정회완 셰프는 화려한 기교보다 정직한 기본기로 세계적인 거장들을 매료시켰다고 합니다.
글로벌 미식계에 존재감을 드러낸 그를 직접 만나 한 접시의 요리를 향한 치열한 여정과 이번 특별심사위원상 수상의 생생한 뒷이야기, 그리고 파라다이스가 추구하는 미식의 가치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셰프 정회완의 이유 있는 도전
우연한 시작에서 요리의 '진짜 재미'를 깨닫기까지
Q. 정회완 셰프님, 특별심사위원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인터뷰에 앞서 현재 파라다이스에서 맡고 계신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회완 셰프 : 안녕하세요,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Culinary Lab) 팀 정회완 셰프입니다. 제가 속한 곳은 파라다이스 F&B의 수준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셰프들을 위한 연구 공간'입니다. 저희는 메뉴 개발을 비롯해, 전사 차원의 다이닝 퀄리티를 향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요. 저는 양식 파트 중에서도 샤퀴테리(Charcuterie)와 클래식 프렌치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셰프라는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회완 셰프 : 학창 시절의 저는 평범한 이과생이었습니다. 진로를 정해야 할 시점이 되니 제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또, 저희 집안이 술을 빚는 집안이다 보니 자연스레 바텐더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바텐더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 제 가게를 차리기 위해 간단한 요리를 배울 생각으로 조리과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치열하게 매달렸고, 점차 요리의 진짜 재미를 깨달으며 자연스럽게 프렌치 셰프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Q. 이번 대회를 무려 1년 동안 준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히 영감을 받은 요리가 있었나요?

정회완 셰프 : 프랑스 클래식 요리로 승부를 보는 대회인 만큼, '클래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새롭게 해석할 것인가'를 가장 깊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한 프랑스 요리 중 가장 맛있었던 'Poulet aux écrevisses (뿔레 오 에크르비스 : 닭과 민물가재 요리)'를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현지인들이 용인할 수 있는 클래식의 선을 지키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은 맛을 내는 것에 집중했고, 디벨롭 과정에서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Culinary Lab)팀 내에서 자문 역할을 해주시는 강민구 셰프님의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개인적인 도전을 넘어, 파라다이스를 대표해 결선 무대에 서셨을 때의 무게감은 어떠셨나요?
정회완 셰프 : 처음 대회를 준비할 때만 해도 '요리사 정회완'으로서의 개인적인 도전이었습니다. 준비하는 여정 속에서 파라다이스에 새롭게 합류하게 되었죠. 예선 때 까지만 해도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이었지만, 본선 무대에서 제 이름 옆에 새겨진 ‘파라다이스’라는 회사의 이름을 마주하니 불현듯 책임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런 제게 회사의 굳건한 믿음과 전폭적인 지지는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연습한 모든 것을 후회 없이 보여주고 오자'라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현장에서 파라다이스를 알아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오히려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타협 없는 장인정신
치열했던 결선, 클래식의 본질에 정체성을 담다

Q. 결선 과제가 무척 까다로웠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본선을 코앞에 두고 갑작스러운 '완전한 비건 소스' 조건이 추가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정회완 셰프 : 사실 낯선 주방에서 4시간 안에 요리를 완성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갑작스레 추가된 조건이었습니다. 본선을 불과 2주 앞두고 '완전 비건으로, 동물성 식재료 없이 소스를 만들어라’는 공지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정통 프렌치에서 버터, 우유와 같은 재료를 제하고 프렌치 소스를 만들어 낸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거든요.
‘정말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저에게 이 조건이 강점이 될 수 있겠다는 역발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발효에서 오는 감칠맛을 다루는 데 탁월하니까요. 프렌치의 클래식에, 술을 빚던 저희 집안의 헤리티지를 더해 고추장과 콩 발효 에센스를 활용한 버섯 베이스의 비건 소스를 개발했습니다. 저만의 정체성이 깃든 소스였고, 심사위원분들 역시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대회의 핵심 주제인 '양배추(Chou farci)'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가장 공을 들이셨나요?

정회완 셰프 : ‘슈팍시(통양배추 파르시)'는 한국의 갈비찜처럼 프랑스 가정집부터 미슐랭 레스토랑까지 널리 즐기는 요리지만,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디테일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저는 시각적인 화려함보다는 '클래식 본연의 맛'에 온전히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눈에 띄기 위해 장식에 치중하는 경향도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꾸미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근, 무, 호박 등의 가니쉬를 프랑스의 오랜 클래식 기법으로 일일이 둥글게 깎아 조리했습니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거짓 없는 정직한 맛, 제가 접시 위에 쏟을 수 있는 땀방울 그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진심으로 빚어내는 다이닝
파라다이스와 함께 그려갈 미식의 새로운 장

Q. 셰프님만의 특별한 요리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회완 셰프 : 제 요리 철학은 '철학이 없는 것이 철학'입니다. 요리에 거창한 의미를 담아 손님을 가르치려 드는 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저희 다이닝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번 가치 있는 돈과 소중한 시간을 쓰러 오시는 거잖아요. 저는 그분들이 무거운 철학보다는, 그저 편안하게 즐기고 특별한 날의 좋은 기억만을 오롯이 가져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새로운 창조만큼이나 '클래식'을 사랑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클래식이란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구전되어 살아남은, 이른바 '확률의 미학'을 이겨낸 결과물이거든요. 제가 묵묵히 해나가는 요리 역시 그렇게 뿌리 깊고 사람들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음식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이번 수상 경험을 파라다이스 다이닝 현장에 어떻게 녹여낼 계획이신가요?

정회완 셰프 : 요리사는 늘 긴장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양식 기준, 1년에 두 번만 방문하셔도 저희는 '단골'이라고 부르는데, 그 귀한 하루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저는 아직도 불 앞이 제일 무섭습니다. 파라다이스에는 이미 현장에서 훌륭하게 업장을 이끌어오신 베테랑 선배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제가 대회를 통해 얻은 새로운 기술이나 노하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R&D 센터의 장점을 살려 현장의 상황에 맞춰 어떻게 조화롭게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기획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사내 샤퀴테리 교육 등을 통해 파라다이스 전체의 미식 자산을 꾸준히 아카이빙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Q. 요리를 처음 시작했던 10년 전, 26살의 정회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회완 셰프 : "지금 네가 생각하고 처음 먹은 그 마음이 맞으니, 흔들리지 말고 심지를 굳게 다지며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힘들어 그만둘까 고민할 때도 있지만, 그건 제 진짜 마음이 아니라 단순한 투정이라는 걸 알거든요. 요리를 처음 시작하며 품었던 그 뜨거운 초심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제 평생의 요리로 증명해 나가고 싶습니다.
접시 위에 깃든 열정, 장인정신과 혁신이 빚어내는 파라다이스 다이닝의 미래

'철학이 없는 것이 철학'이라는 그의 담백한 대답 속에는, 고객의 즐거운 미식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눈을 사로잡는 정제된 아름다움 속에 요리의 본질과 정직한 맛을 흔들림 없이 담아내며, 세계 무대에서 증명해 낸 정회완 셰프의 땀방울. 그리고 이러한 장인정신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며 끝없는 혁신을 연구하는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Culinary Lab)'의 시너지는, 앞으로 파라다이스가 선보일 다이닝의 퀄리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파라다이스는 앞으로도 접시 위의 품격은 물론, 그 이면에 담긴 기본에 충실한 맛과 진정성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직한 땀방울을 흘리며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파라다이스 컬리너리 랩(Culinary Lab)과 정회완 셰프의 내일에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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