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역주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이돌 가수의 음원이 차트에서 갑자기 순위 상승한다거나, 개봉한 지 꽤 된 영화의 관객수가 뒤늦게 대폭 늘어난다던가 하는 것들이 트렌드 역주행의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과거의 컨텐츠들이 오늘날 다시 한 번 주목 받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얻는 것을 보면 ‘유행은 돌고 돈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오늘 파라다이스에서는 시간을 거스른 역주행 트렌드들을 분야별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시절 그 음악, 음원차트 역주행
히든싱어
Jtbc의 <히든싱어>는 올해로 벌써 시즌 4를 맞은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비주얼 가수 전성시대에서 ‘듣는 음악’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일깨우고자 하는 기획 의도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데요. 가수 본인과 모창자들의 모습을 가리고, 목소리로만 진짜 가수를 찾는 대결을 펼치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수 못지 않게 수준 높은 노래 실력을 가진 모창자에게 관심이 쏠렸지만, 점차 가수 본인의 음악과 인생에 대한 감동적인 스토리가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요. 때문에 방송에서 미션곡으로 등장했던 과거 노래들의 음원 차트 역주행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히든싱어 민경훈 편 @히든싱어 홈페이지
그 중에서도 특히 <버즈 민경훈> 편이 방송된 이후의 음원 차트 역주행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는데요. ‘가시’, ‘남자를 몰라’, ‘겁쟁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등 10년 전에 발표한 버즈의 히트곡들이 방송 직후 순식간에 모두 100위권 이내로 진입하는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SG워너비 김진호> 편 이후 SG워너비의 과거 곡들도 역주행을 거듭하며 몇 주 째 순위권에 머물렀다고 하는데요. 과거의 유행으로 지나가버린 줄만 알았던 노래들이 다시 주목 받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진한 감동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물들입니다.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
|투유프로젝트 슈가맨 포스터 @슈가맨 홈페이지
의도치 않았던 역주행으로 화제가 된 것이 히든싱어였다면, 아예 ‘음원 차트 역주행’을 목표로 삼고 기획된 프로그램이 바로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 입니다. 일명 <슈가맨> 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과거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짧은 전성기를 뒤로 하고 사라진 가수들을 게스트로 초대하는데요. 우리들 마음속에 ‘슈가’처럼 남아있는 슈가맨을 찾아 그들의 히트곡을 2015년 버전의 ‘역주행송’으로 재탄생시켜 새로운 무대를 선보입니다.
|슈가맨 1회 中 @슈가맨 홈페이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슈가맨>은 최근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며 지난 20일에 1회를 방송했는데요. 1회의 슈가맨으로 선정된 ‘Mr.2’와 ‘H’의 과거 히트곡을 B1A4와 에이핑크 멤버들이 색다른 버전으로 편곡해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방송될 슈가송들이 모두 과거에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곡인 만큼, 새롭게 편곡한 역주행송 또한 앞으로의 음원 차트 역주행 계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역주행은 꼭 음원 차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배우들로 무장한 영화 또한 경쟁작을 제치고 역주행 반열에 합류하고 있는데요. 탄탄한 뒷심으로 극적인 역주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뒷심있는 영화들의 반전, 영화순위 역주행
인턴
<인턴> 포스터 @네이버영화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한 <인턴>은 30세 CEO와 70세 인턴 사원의 이야기를 담은 특이한 스토리의 영화입니다. 눈길을 끄는 줄거리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때문에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한 주 앞서 개봉한 흥행작 <사도>와 여러 가족 영화들의 연이은 개봉으로 인해 순위권에서 밀려났었는데요. 하지만 추석 연휴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타 영화들에 대한 혹평이 <인턴>에 대한 호평으로 이어지며 뒤늦게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했고, 현재는 누적 관객수 280만명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인턴>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개봉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터널선샤인
한편, 2005년 첫 개봉 이후 10년만에 재개봉하는 <이터널 선샤인>은 재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며 순위역주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미워하며 그 시절의 추억이 모두 삭제되길 원했지만, 기억이 지워질수록 오히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는 남자 주인공. 결국에는 기억을 지우지 말아달라 애원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명작입니다. 개봉 이후 수 많은 매니아층을 양산했던 작품이었는데요. 과거의 영화이지만 신작들을 제치고 당당하게 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음악과 영화보다 훨씬 큰 범위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 입니다. 7,80년대에 유행했던 스타일이 <복고>라는 이름으로 역주행함으로써 다시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시간을 뛰어 넘어 다시 유행이 된 역주행 디자인들을 살펴볼까요?
유행은 돌고 돈다, 복고디자인 역주행
그래니룩, 플레어진
|그래니룩, 플레어진 @구글이미지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계에서 요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스타일이 바로 ‘복고’ 입니다. 그래니룩(granny look)은 할머니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가디건이나 니트, 긴 길이의 패턴 스커트 등을 이용해 스타일링한 패션을 말하는데요. 이러한 그래니룩 뿐 아니라 7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일명 ‘나팔바지’가 ‘플레어진’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되어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는 등 다양한 패션 스타일에서 디자인 역주행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폰트
|예전 모습을 간직한 간판들 @간판수집가 페이스북
패션뿐만 아니라 폰트 업계에도 디자인 역주행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글자들이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간판수집가’ 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간판들의 사진이 계속해서 업로드되며 옛 글씨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북돋아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인쇄가 없던 시절 ‘간판쟁이’라 불리던 이들이 붓으로 직접 칠하거나 모눈종이에 디자인한 글씨를 시트지에 오려 붙여 만든 간판들은 글자 자체에서 오래된 정감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배달의민족 도현체 @우아한형제들
옛 간판의 인기와 더불어, 옛날 글씨체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감성에서 영감을 받은 디지털 폰트들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종의 복고 디자인인 셈인데요. 작도 후 아크릴판에 자를 대고 컷팅해서 만든 옛 간판을 모티브로 한 우아한 형제들의 ‘도현체’는 대표적인 디자인 역주행 폰트입니다. 옛 간판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잘 살린 디자인이네요.
오늘 소개해드린 분야 외에도 정말 다양한 곳에서 역주행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그저 과거의 것으로 잊혀질 뻔 했던 컨텐츠들이 각자의 장점을 기반으로 극적인 역주행에 성공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삶에서 바라는 모습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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