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주목하는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담은 전시
현대 미술 하면 추상적이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의미를 알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기도 하는데요. 독특한 작품으로 우리의 눈을 사로잡으며 현대 미술의 세계에 푹 빠질 수 있는 작가의 전시회를 소개합니다. 바로 현대 미술에서 중요한 작가로 꼽히는 양혜규 작가의 《O2 & H2O》 개인전인데요. 사실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경험과 감각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양혜규 작가의 전시를 함께 알아볼까요?
양혜규 작가의 MMCA O2 & H20 전시리뷰①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물질의 의미에 주목하는 작가
한국과 독일을 주 무대로 세계에서 활동하는 설치 미술가
양혜규 작가는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 대표 작가로 선정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녹여낸 조각, 평면, 설치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현재는 독일과 서울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에서도 양혜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소리를 상징하는 ‘놋쇠 방울’은 빛에 반짝일 때 연상되는 향기, 소리, 빛, 촉감 등의 다양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 Sonic Rotating Geometry Type1-Brass Plated #26 Info.
-정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위치: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파라다이스 1층 복도
-문의: 1833-8855
시간 속에서 발견한 ‘움직임’을 상징하는 공기와 물
2021년 2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 《O2 & H2O》는 공기와 물을 의미하는 화학 기호인데요. 공기와 물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 세계를 가로지르는 키워드입니다. 주유소 안내판에 적힌 ‘공기와 물’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물질의 의미를 상징하는 단어로 사용했습니다.
양혜규 작가는 대부분의 물질이 온도나 기타 조건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지는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여러 문화권에서 생성된 지식, 관습, 현상을 묶어 마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물질’로 표현했는데요. 끝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소재는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감각을 전합니다.
양혜규 작가의 MMCA O2 & H20 전시리뷰②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물질의 의미를 담은 전시
오롯이 인지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현실의 재구성
이번 전시에서 양혜규 작가는 ‘현실의 추상성’이라는 주제로의 도약을 시도했습니다. 화학기호인 02 & H20은 특정한 물질을 명확하게 지칭하는 단어이지만, 화학 기호의 정의처럼 해당 물질 자체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원소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지칭하는 단어의 형태 자체로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착안한 작가의 은유입니다. 즉, 개인전의 제목은 실재하지 않는 감각 경험을 미술의 형태로 구현해왔던 양혜규 작가의 관심사를 진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추상의 범주를 확장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추상성’을 화두로 제시한 이번 전시회의 주요 작품을 소개합니다.
디지털과 산업의 상호 관계성을 고찰한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성>
주요 작품이 설치된 5 전시관 앞 서울박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침묵의 저장고-클릭 된 속성’작품은 그 규모부터 남다릅니다. 총 154개의 블라인드로 제작된 원통형 구조가 이중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바깥쪽에는 검은색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고 그 안에 소용돌이 무늬의 코발트블루 블라인드가 들어차 있습니다. 검은색 블라인드는 ‘산업 시설’을, 내부의 코발트블루 블라인드는 클릭하면 활성화되는 ‘디지털 세계’를 의미합니다. 검은색 블라인드와 그 안에서 천천히 회전하는 코발트블루 블라인드는 주기적으로 겹쳐지며 특정한 무늬를 띄는데요. 겹치는 무늬는 산업과 디지털의 연결점을 의미합니다.
일상을 해석하는 특별한 시선, <소리 나는 접이식 건조대-마장 마술>
빨래 건조대는 누구나 한 번쯤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양혜규 작가는 모두에게 흔하고 익숙한 빨래 건조대를 누군가의 ‘삶’을 비유하는 것으로 보고, 여기에 본인의 고찰을 덧붙였습니다. 양혜규 작가의 <소리 나는 조각> 연작 중 하나인 <소리 나는 접이식 건조대-마장 마술>에서 빨래 건조대는 뼈대의 역할을 합니다. 이 뼈대를 감싼 방울은 ‘몸’의 형상을 빚어내고 반복되는 패턴으로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건조대에 바퀴가 설치되어 있어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며 마치 악기와 같이 다룰 수 있는데요. 작품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나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이 악기를 다루는 움직임이 마장 마술 속 말과 기수의 움직임을 연상시켜 ‘마장 마술’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부유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그려낸 <오행비행>
<오행비행>은 모더니즘과 토템, 추상과 형상 등의 이분화 되는 표현을 경계하는 작가의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현수막에 표현된 강렬한 그래픽과 과장된 글자들은 마치 선전물 같은 인상을 자아냅니다. 다섯 점의 현수막이 풍선에 매달려 떠 있는 형상은 그 모양만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오방색(검정, 파랑, 빨강, 노랑, 흰색)은 ▲물 ▲나무 ▲불(열) ▲흙(땅) ▲철(금)을 상징합니다. 각각의 원소를 상징하는 오브제를 통해 작가가 생각하는 오늘날의 부유하는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현실에 나타난 동아줄, <소리 나는 동아줄>
<소리 나는 동아줄> 역시 <소리 나는 조각> 연작 중 하나입니다. 금속 링과 방울을 연결해 만든 약 15m의 줄은 천장에서부터 바닥에 닿을 정도의 길이로 내려옵니다. 손잡이를 이용해 동아줄을 흔들 때 나는 소리는 작품 옆 창문을 통해 우리의 청각을 시각으로 확장하는데요. 시련을 겪는 전래동화 속 주인공이 동아줄로 현실을 벗어났던 것처럼, 이 작품은 우리를 현실 밖으로 인도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줍니다.
지금까지 양혜규 작가와 작품 세계, 그리고 《O2 & H2O》 전시의 주요 작품을 소개해드렸는데요. 2021년 2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양혜규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현실의 추상성’에 대한 나만의 사색하는 시간을 즐겨보세요.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 Info.
-정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위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실5, 서울박스
-문의: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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