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에 락과 재즈를 결합한 신선한 음악과 독특한 비주얼로 대중을 사로잡은 소리꾼 이희문. 괴짜 뮤지션 같지만 알고 보면 그는 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색이 분명한 아티스트입니다. 간드러지는 음색과 신명 나는 춤사위, 그가 들려주고 보여주는 사운드와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는 민요의 새로운 면을 마주할 수 있는데요.
지난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 개관기념전에서는 이희문과 재즈 밴드 프렐류드가 공동 기획한 프로젝트 팀 ‘한국남자’의 공연을 선보여 색다른 감흥을 선사했습니다. 오늘은 한국 민요의 혁신이자 현재로 불리는 이희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경기민요는 무엇인가요?
한국의 민요는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통속민요와 토속민요가 있습니다. 통속이라는 것은 유행이 되는 노래이고, 토속은 지방의 고유한 노래죠. 경기 민요는 통속 민요이고, 100여 년 전에는 지금의 케이팝처럼 당시에 유행하던 음악이었습니다. 민요들의 가사는 주로 시로 이루어졌고, 주제는 남녀의 사랑, 인생 이야기 등 다양합니다.
Q. 민요를 전공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머니(그의 어머니는 경기민요 명창 ‘고주랑’씨)께서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민요의 위상이 높지 않았을 때니까 이유를 짐작할 수 있죠. 그러던 중 20대 후반에 어머니의 공연장에 갔다가 경기민요 이수자이신 이춘희 선생님을 만나게 됐는데요. 제 목소리를 듣고 권유하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취미였는데 어려서부터 들어온 익숙한 음악이라 그런지 성장 속도가 남들보다 빨랐어요. 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그리고 ‘소리’를 하면 할수록 더 깊이 있는 것까지 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고요.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 워크>에서 촬영한 화보
Q. 민요 명창 중에서도 남다른 길을 걷고 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소리를 3년 정도 했을 때 시련이 왔어요. 명창의 아들에, 남자에, 스타일까지 너무 독특했기에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시선이 많았죠. 소리는 좋은 데 좀 힘들다고 느낄 즈음, 안은미 선생님을 만났어요. 그리고 굳이 민요하는 사람들 틈에서만 민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죠. 그때부터 저만의 색을 좀 더 드러낼 수 있는 문이 열렸고, 이를 함께 구현할 수 있는 조력자들을 알게 되면서 점점 다양한 시도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Q. 소속되어 있는 프로젝트그룹 <씽씽밴드>가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타이니 데스트 콘서트(tiny’s desk concert)에 출연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어요. NPR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요?
2015년도 연말 뉴욕 여행 중 우연히 한 에이전시 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분이 씽씽 밴드에 흥미를 보여, 큰 기대 없이 월드 뮤직 쇼케이스에 신청하게 됐는데요. 선정이 되었고 그 쇼케이스 덕분에 2017년에 미주 투어를 하게 됐죠. 투어 중 딱 하루 쉬는 날이 있었는데요. NPR 프로듀서가 출연을 제의해왔어요. 당시에는 ‘쉬는 날 공연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그 공연 이후 많은 게 달라졌어요. NPR 공연 이후 서울에서 공연을 하게 됐는데 10분 만에 매진될 정도였으니까요.
Q. 씽씽밴드의 음악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반향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좀 더 받아들이기 쉬운 거 같아요. 보컬의 목소리와 테크닉 말고는 사운드 대부분이 서양음악이죠. 사람들이 새롭다고 느끼지만 어딘가 익숙하고, 익숙하지만 또 보컬의 테크닉에서 오는 새로움을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Q. 재즈밴드 <프렐류드>와 <씽씽밴드>의 협업 프로젝트도 혁신적이었어요. 민요를 다른 음악과 접목시키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경쾌하면서 춤을 출 수 있는 사운드를 원했어요. 저는 제가 하는 음악이 혁신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통이라는 것은 변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하죠. 현시대에 맞게, 또 자기 색깔에 맞게, 전통은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것 같아요. 저는 전통적인 동시에 대중적인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창법은 전통적이고 주위의 사운드가 다른 것일 뿐이죠. 그리고 흔히 생각하시는 전통적인 민요 공연도 계속하고 있어요.
Q. 재즈 외에도 민요를 결합시켜 보고 싶은 다른 장르가 있나요?
예전에 EDM과의 협업을 한번 해본 적이 있었는데요. 좀 더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EDM이 가진 비트와 민요가 제대로 어우러지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죠.
Q. 음악만큼 독특한 스타일링으로도 유명한데요. 스커트나 여자 한복을 입고 공연하는 모습도 보았는데, 이러한 파격적인 의상 컨셉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개인작업 ‘쾌’라는 작품을 할 때, 답답한 세상에 유쾌 상쾌 통쾌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굿’을 벌이자는 의미로 박수무당 컨셉를 가져왔어요. 무당은 성 정체성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허무는 의상을 선택했죠. 이를 보다 현대적으로 풀어내면서 씽씽밴드의 컨셉으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파라다이스시티 K-STYLE 데스티네이션 스파 <씨메르>에서 촬영한 화보
Q. 스타일링은 모두 본인이 직접 하는 건가요?
네, 모두 직접 스타일링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꾸미는 것을 좋아했어요. 어머니의 한복을 꺼내서 입어보고 놀았던 기억이 많죠. 남녀의 경계에 대해서 생각하기 보다, 나를 더욱 잘 표현하는 의상을 입으려고 해요. 음악처럼 스타일 역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글리터 메이크업에 도전해봤어요.
Q. 음악적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요?
저는 주로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요. 예술이라는 작업 자체가 작업자의 결핍된 자아를 교정해나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고쳐나가는 과정. 그래서 외부가 아니라, 저 자신으로부터 오는 것이 많죠.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민요라는 매개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고,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죠. 민요를 들려주면서도 나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르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또 1인 뮤지컬 같은 공연도 해보고 싶어요. 꾸며내는 듯한 연기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가 또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려요.
본 포스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련된 감각으로 소개하는
한류 문화 매거진 韩悦(한웨)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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