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세시풍속에는 보름달이 가지는 의미가 큰 편입니다. 달 하면 떠오르는 명절이 있으신가요? 바로 ‘추석’과 ‘정월 대보름’을 많이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1월은 다른 말로 ‘정월’이라고도 하는데요.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보는 달이라고 합니다.
정월 대보름은 달을 표준으로 삼던 원초의 태음력에서 일년 열두 달 중 첫 보름달이 뜨는 날로 농사의 시작일이라 하여 매우 큰 명절로 여겼는데요. 그래서 지금도 동양권 문화에서는 대보름날을 설날처럼 여기는 풍속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부터 대보름을 8대 축일의 하나로 중요하게 여겼다고 하며, 또한 일본에서도 대보름을 소정월(小 正月)이라 하여 신년의 기점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원래 달은 음으로 달-여성-대지 등을 상징함으로써 풍요기원의 원리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정월대보름에 소원을 빌고 세시풍속을 행하는 것은 만월인 정월대보름에 여신에게 대지의 다산 또는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에는 주로 개인적인 의례로 개인의 건강이나 집안의 안녕 등을 기원하는 속신이 행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정월대보름은 마을 공동의 기원인 풍년을 기원하는 속신 형태가 행해지는 공동체적인 성격을 보입니다.
정월 대보름에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린 시절 잠에서 깨자마자 얼떨결에 호두나 땅콩을 이로 깨물던 기억이 다들 한번쯤은 있으실 텐데요. 이른 아침 한해 동안의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으로 호두, 잣, 땅콩 등의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부럼 깨기'가 그 첫 번째입니다. 정확하게 그 유래를 알 수 없지만 조선 말기 고서(古書)에 기록된 바로는 옛 풍속에 이러한 부럼 깨기가 있었다고 하니, 오래된 우리나라 풍속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여기에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술 한 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그 해 1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마시는 '귀밝이술'이 있습니다. 1년 동안 좋은 소식만을 듣길 기원하며 마시는 한잔 술에서 술을 사랑하고 가족과 이웃의 행복을 바라던 우리조상들의 훈훈한 마음이 잘 드러나는 것 같지 않나요? ^^
정월 대보름에는 색색깔의 '나물과 오곡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보름은 나물명절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능한 많은 종류의 나물을 장만하여 차례를 드리기도 했는데요. 특히 대보름날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공동체적 성격이 강해서, 조상의 차례상 뿐만 아니라 외양간이나 장독대, 우물 등에도 간단히 상을 차려 올렸다고 합니다. 오곡밥에 들어가는 오곡의 종류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으나, 쌀, 찹쌀, 보리, 수수 조 등 각 집의 입맛에 맞게 다섯 가지 곡식으로 밥을 지었습니다. 일년 내내 부지런 하라는 뜻에서 대보름 전날 저녁 일찍 밥을 먹고, 대보름 당일 아침에도 일찍 밥을 먹었다고 하네요. ^^
+ Info. 오곡밥 만드는 법
재료
찹쌀 1/2컵(80g), 검은콩 40g, 팥 40g, 찰수수 40g,
차조 40g, 멥쌀 1컵(160g), 소금 1작은술(3g)
만드는 법
01. 멥쌀과 찹쌀을 깨끗하게 씻은 후 1시간 이상 물에 담가 불린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02. 팥은 깨끗이 씻은 후 냄비에 팥과 물 2컵을 넣고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 버린다.
다시 물을 3컵을 넣고 끓여 팥을 반쯤 익히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팥 삶은 물을 따로 둔다.
03. 검은 콩은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다.(약 3~4시간)
04. 찰수수와 차조도 각각 깨끗이 씻은 후 물에 담가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05. 팥 삶은 물 2와 1/2컵에 소금을 넣고 섞는다.
06. 밥솥에 찹쌀, 멥쌀, 검은콩, 찰수수, 멥쌀을 넣고 05의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07. 밥이 거의 익으면 차조를 넣고 골고루 섞은 후 뜸을 들인다.
배불리 오곡밥과 나물을 먹은 뒤에는 횃불을 들고 들판에 나가 '쥐불놀이'를 합니다. 농경사회였던 옛날, 논과 밭두렁의 잡초와 잔디를 태워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로 행해졌는데요, 지금은 거의 도시 사회로 접어들어 이러한 쥐불 놀이를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이 밖에도 지신밟기, 기세배, “내 더위 사가라” 더위 팔기 등 정월 대보름만의 정겨운 풍속들이 많이 있는데요. 정을 중시하고 흥을 좋아하는 우리 조상들의 유쾌한 지혜가 돋보이는 듯 합니다.
도심 속 집집마다 정월 대보름 풍속을 잘 찾아보기 힘든 요즘, 정월 대보름 관련 행사들이 연이어 열릴 예정인데요, 어떤 행사들이 열리는지 함께 알아보실까요?
2014년 정원대보름 행사 현장@영주 선비촌 홈페이지
우선 선비의 고장 안동과 영주에서 전통적인 정월대보름의 행사를 모두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농악놀이, 달집태우기, 소원지 쓰기 등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지역고장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정월 대보름을 체험해 보세요. ^^
+ Info. 영주 정월 대보름 행사
2015. 3. 5(목) 11:00~18:00
영주 선비촌, 무섬마을 일대
자세한 사항은 http://www.sunbichon.net/ 참조
+ Info. 안동 정월 대보름 행사
2015. 3. 5(목) 13:30~21:00
낙동강변 둔치
자세한 사항은 http://www.adcc.or.kr/ 참조
이밖에도 천년 고도 경주와 경북 구미에서 정월대보름 행사가 개최됩니다. '경주 정월대보름 달빛걷기'는 달빛 아래 호숫가를 걸으며 액운을 몰아내고 상서로운 기운을 듬뿍 받자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시민의 무병장수를 기원하기 위한 구미의 정월대보름 행사(금오대제)@구미시청
구미에서는 금오산 잔디밭에 금오제단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안녕과 지역발전을 위한 고유제인 ‘금오대제’를 지냅니다. 1998년부터 매년 대보름을 맞아 치러지는 금오대제를 시작으로 지신밟기, 소원문 쓰기,달집 태우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 Info. 경주 정월대보름 달빛걷기
2015. 3. 5(목) 18:00~21:00
주 보문관광단지 호반광장
노래자랑, 민속놀이, 달빛콘서트 등
문의 054-740-7330, 참가비 무료(현장접수 가능)
온라인 사전접수 http://www.walking.or.kr/ 참조
+ Info. 구미시 2015 을미년 정월대보름 민속문화 축제
2015. 3. 5(목) 11:00~20:30
금오산 잔디광장, 낙동강 체육공원 일대
금오대제, 민속문화놀이체험, 달집태우기 등
다가오는 정월 대보름,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되새기며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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