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보는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자 K-pop 한류 열풍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한국의 소중한 재산을 이끄는 숨은 주역들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안무가 이재욱
빅뱅부터 2NE1까지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무대가 특히 화려한 퍼포먼스로 빛나는 이유는 바로 안무가 이재욱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YG 엔터테인먼트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요?
YG의 전신인 ‘현 기획’ 때부터 양현석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어요. 제가 19살부터인데, 회사에서 양 대표님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있었네요. 댄서로 시작해서 현재는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모든 안무와 퍼포먼스를 총괄 디렉팅 하고 있습니다.
춤을 추게 시작된 계기가 있나요?
서태지와 아이들의 팬이었어요. 그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은 제 또래의 우상이었어요. 그들의 노래를 듣고 춤을 추다 막연히 댄서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우연히 대표님을 만나게 되면서 전문 댄서로 성장하게 됐어요. 지누션, 원타임, 빅뱅 초기 무대는 늘 함께 했습니다.
댄서로 정점을 찍고 지금은 안무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빅뱅이 데뷔하고 ‘거짓말’이라는 노래가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무대에 함께 올랐어요. 회사에 아티스트들이 늘었고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많아져서 큰 그림을 보기 위해 안무와 무대 퍼포먼스를 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어린 댄서들이 성장할 기회도 줘야 하는 위치이기도 하고요.
안무를 하는 과정을 설명해 줄 수 있나요?
가장 먼저 노래를 듣고 곡 콘셉트를 확인합니다. 사랑 노래만 해도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잖아요. 곡이 콘셉트 잘 살리는 게 관건이에요. 춤에 큰 흐름을 제가 짜고 세부적인 건 안무팀의 팀원들과 함께하는 식이에요. 보통 무대 올리기 직전까지 수차례 수정 작업을 하고요.
│안무가 이재욱과 빅뱅의 탑
YG 소속 아티스트의 안무들은 어쩐지 다른 아이돌과 다른 느낌입니다.
우리 아티스트들은 무대에서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자유롭게 ‘논다’는 평가를 자주 받습니다. 딱 떨어지는 포인트 안무에 맞춰 춤을 춘다기보다 흥에 겨워 춤판을 벌이는 듯한 모습이죠. 자연스럽게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길 바라요. 물론 철저하게 계산된 퍼포먼스에요. 하지만 관객들은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느끼고 이런 점에 열광한다고 봅니다.
전형적인 퍼포먼스를 지양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아기자기한 포인트 안무,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에요. 회사와 아티스트들도 그렇죠. 우리만 보여 줄 수 있는 것들을 더 개발해서 무대를 꾸미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렇다고 전형적인 게 무조건 나쁘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그 만의 매력과 장점들이 있거든요. 안정적인 포인트 안무가 있으면 사람들이 쉽게 기억을 해요. 우리도 안무를 할 때 항상 고민하지만 제가 잘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잘하는 부분을 더 드러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소속 아티스트 중에 타고난 춤꾼은 누구인가요?
이 질문은 정말 수차례 받은 것 같아요.(웃음) 대 체로 다들 잘하지만, 빅뱅에 태양은 타고난 리듬감을 몸으로 잘 표현하는 친구예요. 춤에 대한 관심도 많고요. 얼마 전에 데뷔한 블랙핑크에 리사도 타고난 춤꾼이에요. 머지않아 활동 중인 댄서와 가수 중에 국내에서 그 친구가 춤으로 가장 도드라질 것 같아요.
K-POP을 떠올리면 아이돌의 안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K-POP 인기 있는 이유가 트렌디한 음악이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여러 요소가 잘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춤도 마찬가지예요. 일본 춤은 아기자기한 포인트 안무가 많은 게 특징이라 세련된 느낌은 없지만, 기억에 오래 남아요. 반면에 유럽 쪽은 아주 트렌디 하게 움직이는 반면, 시간이 지나면 어떤 동작도 떠오르지 않죠. 이 두 스타일의 장점을 절묘하게 조합한 게 K-POP 안무 스타일이에요. 스타일리쉬 하면서도 대중들이 따라 하기 쉬운 포인트 동작 요소가 살아있죠.
안무가로서 다음 스텝을 준비 중이라고요.
댄서의 삶은 정해져 있어요. 처음에 무대에 서다가 안무가로 발전하고 그다음은 공연 기획으로. 해외에서는 안무가가 공연 디렉터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빅뱅, 2NE1의 콘서트 무대 연출을 겸하고 있는데, 저도 그 길을 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영상도 공부해야 하고, 세트도, 특수효과도 전부 공부 많이 해야 하죠. 그래서 최대한 많은 공연을 봐두려 노력해요.
PD 안준영
지난 2013년에 첫선을 보인 Mnet의 국내 최초 댄스 서바이벌 <댄싱9>은 현대무용, 스트리트 댄스, 한국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춤으로 맞붙은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을 춤의 세계로 이끈 주역을 만났습니다.
하시는 일에 관해 소개 부탁합니다.
CJ E&M의 음악 & 엔터테인먼트 채널 Mnet에서 방송을 만들고 있습니다. 10여 년 넘게 크고 작은 프로그램의 조연출을 맡았고 <댄싱 9>시즌 2, <프로듀스 101> 등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댄싱 9> 시즌 2는 처음 연출한 작품이라 애정이 각별합니다. 개인적으로 춤을 굉장히 좋아해서 아주 즐겁게 작업했고요.
댄서가 꿈인 시절도 있었다고요?
중고등학교 때 춤추는 걸 좋아해서 직업 댄서를 꿈꾸던 시기가 있어요. 그땐 춤과 관련된 영상 자료들을 구할 길이 없어서 항상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을 직접 녹화해서 봤어요. 댄스 교본처럼 여기며 친구들과 비디오를 보며 춤을 추었죠. 하지만 직업 댄서로 산다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불안감 때문에 포기하게 됐어요. 음악 채널의 PD가 된 건 춤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춤을 사랑하는 PD가 만든 댄스 프로그램은 좀 다를 것 같습니다.
회사 안팎에서 ‘춤이 과연 통할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이라 단순히 경쟁만 부각하는 프로그램을 지양하려 했죠. 대중은 댄서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빠져들었고, 다소 생소하게 여겨졌던 춤의 세계에 매료됐어요. 춤꾼들이 제대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게 목표였는데, 원하던 대로 방송이 나간 뒤 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어요. 덕분에 촬영 스태프부터 댄서들 모두 한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했죠.
TV 쇼 프로그램에서 프로 댄서들의 발레, 한국 무용, 현대 무용을 한자리에서 선보인 건 처음입니다. 프로그램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들러리로 취급받던 ‘춤’을 성공적으로 재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저는 무엇보다 출연한 댄서들이 스타가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라 봅니다. 이 전에는 미디어와 대중이 춤을 주목한 적이 없어요. 대부분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백업 댄서, 혹은 아이돌의 안무 정도라 인식했죠. 훌륭한 댄서들이 설 무대도 없었고요. 그분들을 소개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라 생각해요. 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소극장 공연을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아주 기분이 좋았고요.
│Mnet 댄싱9 시즌3에 출연한 블루아이
프로그램 제작 당시의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댄서들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장르의 춤을 주어진 시간 안에 습득해서 무대에 올리는 ‘올인 미션’을 실행했는데, 이 미션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어요. 사실 기획하면서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 춤을 잘 추는 댄서들은 타 장르 춤도 기가 막히게 잘 추더라고요. 스태프부터 관객, 시청자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댄서들도 자신의 주 장르가 아닌 춤으로 공연하며 새로운 전율을 느꼈다고 말하고요.
K-POP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한국은 모든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해요. 이 흐름에 맞춰 창작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요. 이 같은 폭발적인 에너지에 주목하는 것 같아요. 작은 나라가 지닌 빠르고 트랜디한 기운을 말이죠.
이 같은 주목이 프로그램 기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특히 중화권의 관심은 기획과 제작에도 영향을 줍니다. 새로운 것들을 찾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고요. <프로듀스101> 역시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에 피로가 쌓인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 심사위원이 아닌 ‘시청자가 100%로 만드는 아이돌 그룹’이란 콘셉트를 내세웠어요. 익숙한듯하지만 새로운 것.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라 봅니다.
K-POP에서 춤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음악을 듣기만 하던 시대에서 보면서 즐기는 시대로 변하며 팝 문화에서 춤은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어요. 멋진 안무와 퍼포먼스는 음악의 멋을 배가시키니까요. 예전에는 K-POP에서 주로 스트릿 댄스를 안무에 많이 차용했다면 이제는 곡 느낌에 따라 발레, 현대무용 등 다양하게 접목하며 발전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요소들이 더해지다 보니 한국 아이돌의 군무는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 같아요.
춤을 소재로 또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요.
언젠가 또다시 춤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에요. PD이기 전에 춤을 정말 좋아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더 많은 이들에게 춤을 잘 소개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 중이에요.
춤이 생소한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작품 있다면?
<First Position >이라는 발레 영화를 추천하고 싶어요. 퍼스트 포지션은 발레의 기본 동작을 뜻해요. 국적, 피부색, 자라온 환경도 각기 다른 이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질 오직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쏟는 노력을 담은 영화에요. 댄서들의 열정이 마음을 잔잔하게 울려서 춤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더라도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어요. 몸의 움직임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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