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던 젊은이의 언어, 기호, 그림 등으로 시작된 그래피티는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세계 무대의 주류로써 당당히 그들의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블로그에서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되고 있는 국내 최초 그래피티 뮤지엄쇼 ‘위대한 낙서(The Great Graffiti)’전에 다녀왔는데요. 팝아트에 이어 최고의 현대 미술로 인정 받고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7인의 수준 높은 작품을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60년대생 작가 크래쉬, 존원, 닉워커
크래쉬
크래쉬는 오늘날 그래피티의 위상이 있게끔 한 선구자 중 한명입니다. 크래쉬는 1세대 그래피티아티스트로, 최초로 그래피티 아트를 미술관에 전시한 작가라고 할 정도로 그래피티 역사를 주도한 인물입니다.
뉴욕 사우스 브롱스 태생인 크래쉬는 13세부터 뉴욕 지하철에 스프레이 페인팅을 하고 기차에 바밍(Bombing)을 하는 등으로 그래피티를 시작했습니다. 70년대 중반부터는 단순 태깅(tagging)스프레이나 마커로 사인과 서명하는 행위)에서 벗어나 그의 그래피티 아트는 다양한 형식으로 발전했다고 하는데요. 70년대 말에 일러스트레이션, 광경,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되어 그만의 다채로운 작품 스타일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크래쉬는 스프레이 라카를 주 재료로 사용하고 화려한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데요. 일부러 확대하거나 잘라낸 듯한 형태의 작품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스트릿에서 시작된 자유로운 그래피티 정신을 작은 판과 미술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그만의 작품과 정신에 높은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크래쉬라는 이름을 개성 있게 표현한 태깅 작품인데요. 화려한 색감과 대담한 선의 표현이 두드러집니다. 실제로 봤을 때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큰 규모로 가장 시선을 끈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존원
│윤종신과의 콜라보레이션 뮤직비디오 영상
1963년 뉴욕의 할렘가에서 태어나 자란 존원은 현재 파리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래피티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듯한 느낌이 드는데요. 실제로 LG전자와 협업을 진행하거나, 국내 가수인 윤종신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존원은 2015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명예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문화, 예술 부문 훈장을 수여 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는데요. 예술 작품은 물론 다양한 브랜드 및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예술과 대중 문화에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작품 앞에 페인트 통이 흩어져 있고 작업 시 사용되었던 사다리가 놓여있는 등 역동적인 그래피티 작업 현장이 느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존원이 전시 오픈 당일 라이브 페인팅을 진행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마치 작품의 탄생 장면을 훔쳐보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닉워커
영국의 대표 스트리트 아티스트이자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닉 워커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닉 워커는 1980년대 초부터 그의 고향인 브리스톨에서 그래피티 라이팅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그림과 스텐실을 함께 사용한 최초의 아티스트로서 그래피티 역사의 발전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시 국가의 특색에 맞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독특한 점은 2006년 그의 또 다른 자아인 The Vandal를 만들고 그 흔적을 세계의 대도시에 남기기 시작한 것인데요. 문화 유산, 공공 시설, 자연 경관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반달리즘을 역이용하여 독특한 작품 세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메시지가 담긴 것이 닉 워커의 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입니다. 경쾌한 듯 어두움고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그의 작품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70년대생 작가 쉐퍼드 페어리, 제우스, 라틀라스
쉐퍼드 페어리
미술과 예술에 문외한이더라도 한번쯤 본 적이 있을 정도로 대중에게 인지되고 있는 쉐퍼드 페어리의 작품입니다. 그는 2008년 당시 오바마 대선 후보를 담은 포스터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크게 얻었습니다.
쉐퍼드 페어리는 스프레이를 통한 그래피티 작품이 주류이던 시절 실크 스크린을 활용한 포스터와 스티커를 통해 언더그라운드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순식간에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는 스트리트 아트의 주역이 됩니다.
쉐퍼드 페어리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로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작품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주변 환경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제우스
8미터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우며 좌중을 압도하는 이 작품은 작가 제우스가 12월 초 한국에 직접 내한하여 한국 23명의 학생들과 공동 작업한 작품입니다. 흐르면서 온전하지 않은 형태로써, 단번에 유명 명품 브랜드를 표현함을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데요. 제우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의 로고를 활용하여 자본주의의 문제를 꼬집습니다.
전 세계인들이 알만한 유명 기업의 로고들이 힘없이 늘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눈에 익숙한 로고를 발견하여 반가운 마음이 든 후, 이와 같은 제우스의 작품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언뜻 보면 감각적인 위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업 로고에서 석유가 흘러내려 강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제우스는 유명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그의 작품을 통해 여실히 드러냅니다.
라틀라스
프랑스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대표주자인 라틀라스는 그래피티, 그래픽 디자인, 사진, 캘리그라피, 페인팅, 조각 건축 등 다양한 형태로 작품 스타일을 형성합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모던하면서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데요.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그는 중동 국가를 여행하며 이슬람 문자에 영향을 받아 본인만의 서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코란에 쓰이는 고대 문자와 알파벳을 함께 결합하는 등의 작품 스타일로, 라틀라스의 작품에서 이국적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틀라스 작품에서 흥미로운 포인트는 본인의 이름인 L’ATLAS를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자신의 이름 스펠링으로 미로를 만드는 등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서 작품을 감상하며 그의 숨겨진 트릭을 찾는 재미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위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SEOUL 상수도 공기밸브’라는 한글을 보고 놀라실 텐데요. 아틀라스가 서울의 맨홀 뚜껑을 판화로 찍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각 도시의 맨홀 커버를 찍어낸 작품들이 미래의 시점에서 고고학적인 증거가 된다는 의미를 가진 맨홀(manhole) 시리즈의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80년대생 작가 JR
JR
JR은 프랑스의 그래피티 아티스트이자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그의 작품은 스트리트 아트와 사진을 결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요. 스프레이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건물, 도로 위를 실제 인물 사진으로 뒤덮는 콜라주 형태의 작품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JR은 전세계 도시에서 대규모 인물사진 콜라주 작품을 선보이는데요. 작품 활동 초반에는 본인의 이야기를 선보였지만, 점차적으로 세계의 문제점을 작품에 담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언뜻 보면 별 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작품인데요.
바로 프랑스 왕립발레단원들이 일렬로 서있는 모습입니다. 이들을 멀리서 보면 눈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정의로운 눈으로 세상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각각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7인의 작품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전시 감상 후 출입구로 나오면, 벽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의 소소한 작품을 보실 수 있는데요. 마치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된 듯, 본인만의 작품을 공유하는 재미 역시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 info. 위대한 낙서 The Great Graffiti 展 전시 일정:2016.12.09(금) - 2017.02.26(일)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7시 장소: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가격:일반 10,000원 / 어린이.초중고생(만36개월-18세) 5,000원 문의 : 02)580-1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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