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우주복을 입고 춤추는 EDM 뮤지션이 요즘 전 세계인을 춤추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세상의 행복한 소리를 수집해 음악을 만드는 소리 여행자 히치하이커와인데요, 그와의 즐거운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그리고 클럽을 조금이라도 다녔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인 디제이 코난. 한 장르만을 고집하지 않는 그는 언제 어디서든 마니아부터 일반 대중을 흥겹게 춤추게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요. 때와 장소에 따라 그가 가진 소스를 통해 다양한 흥겨움이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신나는 디제이 코난도 만나보았습니다.
히치하이커와 함께 춤을
2014년 9월 12일, 히치하이커의 첫 싱글 '11(Eleven)' 발매는 그야말로 '사건'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유튜브 조회수는 100만 뷰를 돌파했고,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회사인 스포티파이(Spotify) 바이럴 차트에서 미국 3위, 전 세계 4위에 오르는 기록을 세운 것인데요. 그 후 시차를 간과한 해외 메이저 음반사들의 뜨거운 러브콜에 밤잠을 시달린 끝에 브루노 마스, 레이디 가가,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의 아티스트를 전담하는 윌리엄 모리스 인데버와 에이전시 계약을 맺고, 스티브 아오키, 포터 로빈슨 등이 소속돼 있는 레이블 덱스타가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았으니 '제 2의 싸이'란 기대 가득한 수식어는 절대 과언이 아닙니다.
일정한 가사 없이 특정 소리가 반복되는 독특한 사운드로 사람들을 홀리는 히치하이커의 트레이드 마크는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전신 슈트인데요. 슈트 속 인물의 정체는 SM의 스타 작곡가 히치하이커입니다. 지누란 이름으로 '엉뚱한 상상'을 부르던 솔로가수에서 20세기 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모던록밴드 롤러코스터를 거쳐 DJ 활동을 하던 그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이후 EDM 작곡가로 변신한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인종, 국적, 나이, 성별, 외모 같은 외적인 조건을 초월한 뮤지션을 만들겠단 목표로 우주복을 입은 히치하이커의 무대는 공간을 초월해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 2016 EMA(Enviromental Media Awards, 환경 미디어 시상식)에서 공연을 펼쳤는데요. 환경과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상식에서 히치하이커를 초청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히치하이커는 세상의 행복하고 재미있는 소리를 녹음해서 음악을 만드는 컨셉의 뮤지션이에요. 모든 세상의 소리, 자연의 소리가 소스가 되어 건강하고 행복한 음악을 만든다는 것 자체에 환경적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죠. 좋은 취지의 행사에 참여하게 돼 정말 기뻤어요.
'11(Eleven)'에 들어간 '아바바바'는 딸 아이가 입에 대고 내는 소리를 녹음했고, 새 싱글 '$10'의 '텐 달러, 파이브 달러'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우산 파는 사람의 소리를 녹음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엔 어떤 행복한 소리를 수집했나요?
누구나 초인종 소리를 애타게 기다리게 순간이 있잖아요? 넷플릭스가 제작한 음악 영화 <XOXO>의 OST로 들어간 'Ding Dong'은 초인종 소리를 샘플링했어요. 누군가의 방문을 알리는 즐겁고 행복한 사운드죠. 기다리던 아빠, 엄마, 가족 또는 연인일 수도 있고, 기다리던 물건이 도착한 것일 수도 있죠. 전 요즘도 주변의 소리를 수집하고 있어요. 거리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도시의 자동차 소음도 제겐 늘 재미있는 소재거든요.
히치하이커의 등장으로 EDM 계열의 '베이스뮤직'에 대해 알게 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다양한 소리를 샘플링해 만드는 음악인 만큼, 곡을 만드는 과정이 다른 장르와는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가사로 의미를 전달하는 일반적인 팝과는 달리 사운드와 무거운 비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반복적 리프를 통해 표현한다는 게 차이죠. 음악의 특성상 여러 기계 장비를 이용해 작업을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유튜브 검색창에 당신의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reaction'이 나와요. 한국에선 '11'이 악마 숭배 음악이라는 괴담이 돌기도 했는데, 당신의 음악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히치하이커의 비디오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어요. 너무 웃겨서 보는 내내 계속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서워서 눈을 가리는 사람도 있죠.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뉘어요. 제 몸은 거울과 같은 반사 재질로 덮여 있기 때문에 히치하이커를 바라보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같아요. 비디오를 보고 느끼는 감정이 곧 나 자신을 말해줄 수 있는 거죠. 작업물이 세상에 던져지고 나면 그 이후론 보고 듣는 사람의 것이라 생각해요. 그 모든 반응들 또한 스스로 작업물이 되고요. 아티스트에게는 그 모든 반응이 다음 작업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소중할 수밖에 없죠.
지난해 SWSW(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영상을 봤는데요. 뮤직비디오 속 히치하이커와 피쉬걸을 비롯한 캐릭터들을 참고 삼은 것처럼, 사람들이 무아지경의 춤판을 벌이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히치하이커의 음악을 들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길 기대하나요?
그냥 자연스럽게, 자신이 느끼는 대로 반응해줬으면 해요. 춤을 추거나 웃거나 무서워하는 식으로요. 누군가는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죠.
히치하이커를 춤추게 만드는 음악은 어떤 것인가요?
전자음악이든 민속음악이든, 장르를 떠나서 진심이 담겨 있는 음악이 히치하이커를 춤추게 해요. 음악 안에 열정과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면 분명 좋은 에너지를 가진 소리일 테니까요. 그런 소리에 반응하고, 그 소리를 수집해 자신만의 음악으로 재가공하는 게 히치하이커가 하는 음악이죠.
최근 한 인터뷰에서 "히치하이커는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인 공연도 가능하다"고 말하셨는데요. 4차원적 스케일을 말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실현할 생각인가요?
지금 제가 꿈꾸는 무대는 현실과 현실이 아닌 곳에 동시에 존재하는 거예요. 때로는 당신의 방 안에서 당신만을 위한 공연을 할 수도 있고, 때로는 대형 페스티벌의 스테이지에서 공연할 수도 있죠.
마블처럼 히치하이커와 친구들의 캐릭터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단 말을 했던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작은 별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성급히 판단하고, 싸우고, 슬퍼만 하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도 짧아요. 인종, 국가, 성별을 초월한 존재를 만들어서 평화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싶어요. 제 꿈은 히치하이커와 친구들이 모두 등장하는 다양한 음악, 공연, 책, 영화, TV 시리즈를 만드는 거예요.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무한한 영역으로 확장 복제되는 거죠.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마법사 DJ CONAN
디제이를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정식으로 클럽이나 파티에서 플레이를 시작한 건 2013년 정도였죠. 지금은 없어진 이태원의 바 ‘나나’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그리운 곳이죠. 클럽은 아니었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정말 흥겨운 곳이었어요. 가면 항상 사장님을 춤을 추고 계셨죠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디스코 음악을 중심으로 모인 ‘디스코익스피리언스’, 디제이 킹맥 등과 함께하고 있는 ‘데드엔드’, ‘화합’이라는 술집을 운영 중이고, 디제이 아카데미 ‘라우드 서울’과 이태원 지구촌 페스티벌의 음악을 맡고 있어요.
디제이 아카데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디제이를 가르치는 곳을 여럿 봤는데, 정체성이 없다고 느껴졌어요. 대부분 음악적인 콘셉트 보다 테크닉과 스킬을 가르치는데 급급한 것 같았어요. 이 사람들이 누군가를 가르칠 실력이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가 DJ DOC의 이하늘의 제안으로 함께 ‘라우드 서울’이라는 디제이 아카데미를 만들었어요. 오픈 한지 두 달 지났는데 수강생들이 40명 정도 모였어요.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어린 친구들은 요즘 유행하는 트랩, 힙합을 배우고 싶어해요. 딱 어떤 장르를 플레이하고 싶다고 하면 잘 맞는 디제이를 매칭 시켜주죠.
디제이 부스 안에서 누구보다 흥에 겨워 항상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관객들 또한 그 모습에 더 흥이 나는 것 같습니다.
플로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 즐길 줄 알아야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고른 음악을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데, 누굴 춤추게 할 수 있을까요? 대형 클럽에서 플레이 할 때 일단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서 혼자 놀아보자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저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죠. 워낙에 냉담한 강남의 대형클럽 클러버들은 생각보다 춤을 잘 안 추거든요. 흥을 좀 추스르고 앞을 봤더니, 플로어의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더군요. 음악과 에너지만이 가장 잘 전달된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플로어의 분위기에 따라 선곡을 바꾸기도 하나요?
어딜 가든 일부터 미리 셋리스트를 만들어놓지 않아요. 때와 장소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가 다 다르잖아요. 같은 공간에서도 누가 있는지에 따라도 달라지고.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소스 안에서 어울릴 수 있는 걸 풀어내는 거죠.
댄서들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춤을 직접 추진 않았지만 춤을 좋아하고, 춤추는 걸 보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댄서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어요. <오사카 댄스 딜라이트> 같은 비디오도 구해서 보기도 하고요.
음악과 마찬가지로 댄스도 정말 다양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 행위 예술 하는 분들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어요. 사운드에 반응해서 인터렉티브한 무대였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현대 무용하는 분들과는 공연의 음악을 디렉팅 한적이 있었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한국 무용하는 분들과도 작업을 했었는데 춤을 추는 사람들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음악도 달라지고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바뀌어 가는 모습이 흥미로웠어요. 억지로 바꾸는 게 아니라 표현해낼 수 있는 굴레 내에서 선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짜릿한 경험이었죠.
최근에 가장 흥에 겨워 미친 듯 춤을 춘 파티가 있나요?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너무 많은데, 얼마 전에 반포 세빛둥둥섬에서 열린 루프탑 파티에서 정말 신나게 춤추며 놀았어요. 원래 새벽 2시에 마무리해야 하는 건데, 사람들이 춤추는 걸 멈추지 않았어요. 결국 새벽 3시에 끝낼 수 있었죠.
현재 서울의 클럽 신을 글로벌에서 주목하고 있는데요. 과거와 비교 했을 때 어떤가요?
가까운 일본에서도 서울의 클럽 신을 부러워해요. 일단, 엄청나게 트렌드에 민감해서 글로벌에서의 유행을 선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바로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거죠.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디제이보다 클러버들이 음악에 훨씬 앞서가요. 해외에서 내한하는 아티스트들이 놀랄 정도니까요. 물론, 대형화된 클럽들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하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을 이끌어가는 건 작은 클럽들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아쉬운 건, 예전에 댄스 클럽이 생겨나던 시절에는 클럽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조금 비슷해져 가는 것 같아서 아쉽죠.
지금 클럽 음악의 트렌드는 무엇일까요?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 아닐까요? 다양해졌기 때문에, 하나의 흐름보다 다양한 흐름이 공존하는 거죠. 대중적으로 EDM이란 명칭으로 빅룸 스타일의 장르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사실 이런 스타일은 큰 페스티벌에서 어울리죠. 미국에서는 EDM과 트랩이 강세라고 하면, 유럽에서는 베를린 발 미니멀 테크노 사운드나 드럼앤베이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음악 장르에 대한 얘기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트렌드의 흐름도 정말 빨라요. 대신 본인의 취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전체적인 트렌드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 서울은 확실히 ‘힙합’이 대세입니다. <쇼미더머니>와 같은 힙합관련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고, 패션 트렌드과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힙합을 중심으로 트랩, 퓨처 등 다양한 새로운 형태의 클럽 음악이 생겨나고 사랑받고 있어요.
클럽에서 꼭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일단 디제이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로컬 디제이를 서포트 해주는 것도 그 중 하나죠. 최대한 ‘즐겨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클럽 안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클러버들의 환호성은 디제이에게 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과도한 음주는 삼가는 게 좋은 듯 해요. 클럽에서 물론 ‘술’이 빠질 순 없지만(저도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스스로도 원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서로에 대한 배려죠. 마지막으로 이성에게 필요 이상의 접근을 하지 마세요. 클럽에서의 이성과의 어울림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하나의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상대방이 불쾌할 정도로 행동한다면 실례인 동시에 나아가 범죄로 여겨질 수도 있을 테니 까요. 아! 그리고 파티 콘셉트에 따라 조금만 패션센스를 발휘 해보는 좋을 것 같아요. 트로피칼 콘셉트 파티에서는 슬리퍼나 플립플랍이 어울리겠지만, 조금 포멀한 분위기에서는 어색하겠죠? 기본적으로 클럽에서 슬리퍼나 플립플랍은 발가락이 다칠 위험이 있기도 하고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예정인가요?
지속적으로 데드엔드 파티 스케줄이 잡혀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해외 아티스트를 섭외해놓았어요. 연말파티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번 달 말에는 일본에서 플레이가 잡혀있고요.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어요. 어디서 만나든 반갑게 인사 나눴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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