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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일본 서점, 츠타야(TSUTAYA)의 무한변신

2016.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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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전동휘 부장의 원고입니다.]


매번 도쿄에 갈 때마다 꼭 들리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이 있는 ‘T-SITE GARDEN’입니다. 제게 있어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은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가면 기분 좋아지는 곳, 하루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는 장소입니다.  


먼저 ‘츠타야’는 책과 잡지를 판매하고 음반, 영상물을 대여하는 일종의 서점과 CD, DVD 대여점이 결합된 플랫폼으로 1983년 시작되었는데요. 일본에서는 편의점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는 브랜드로 일본 전역에 1500여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책과 비디오를 함께 판매, 대여해주는 곳이 없기도 했고, 비디오 대여점이 성인물을 빌려주는 음성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츠타야’는 책과 비디오를 한데 모았을 뿐만 아니라, 밝은 느낌의 상점에서 편집된 라이프스타일을 쉽게 구해 볼 수 있는 개념으로 탈바꿈시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츠타야 서점의 초기 모델인 도쿄 지유가오카에 있는 츠타야. ‘서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무색할 만큼 소량의 잡지들을 가져다 놓은 것이지 사실상 음반과 비디오물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도쿄 미드타운에 있는 츠타야. 이곳은 반대로 서적의 비율이 음반, 비디오의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지점이 있는 위치에 맞게 다양한 모델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츠타야의 모델은 몇 차례 변화의 모습을 거치는데요, 앞선 ‘책+DVD 판매•대여점’이 그 첫 모델이었다고 하면, 두 번째 모델은 일본 최초의 ‘카페형 서점’으로 알려진 츠타야 롯폰기점으로 서점 안에 스타벅스가 함께 들어와 있습니다. 


롯폰기에 있는 츠타야.  츠타야와 공생관계에 있는 스타벅스가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모델이 바로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이 있는 ‘T-SITE GARDEN’으로 유동량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닌 기획을 통해 유동량을 만들어내는 시도이자, 서점만이 아닌 쇼핑, 문화, 힐링과 사교, 여행의 경계가 허물어진 공간입니다.



여기가 T 사이트 가든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건축인테리어와 연장선상에 있는 로고 아이덴티티 때문인데요, 건물 외벽에 영문 이니셜 T가 입체 패턴으로 재구성되어 있습니다. 3개 건물로 나눠져 있는 츠타야 서점에는 책과 잡지뿐 아니라 음반, 영상 콘텐츠, 커피, 음식 등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을 기획 편집해서 팔고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20만여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일 방문객 수가 1만 명이 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붐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로 우드 처리된 편안한 인테리어가 소리를 제어해주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들이 배치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개인화된 공간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츠타야 다이칸야마점 내에 있는 카페 Anjin. 눕혀놓은 책을 모티브로 바 테이블을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도 서가에 있는 책을 가져와 커피와 음식을 즐기며 마음껏 볼 수 있는데요, 책을 깨끗이 보고 돌려놓는 일본 시민의식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레스토랑 IVY PLACE의 모습. 다이칸야마 츠타야점을 중심으로 몇 개의 작은 전문점과 레스토랑이 기분 좋은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나무가 있는 정원이 압권인데요, 지을 때 나무를 단 한 그루도 베지 않겠다는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애완동물의 출입이 가능하고 돌에 잠시 끈을 묶을 수 있는 귀여운 강아지 모양의 장치가 곳곳에 있습니다.^^



좀 더 진화된 츠타야의 전략 모델이 도쿄 서부 후타고타마가와역 앞 라이스 몰에 최근 오픈했는데요, 바로 ‘츠타야 가전(TSUTAYA Electrics)’입니다. 가전양판점이 결합된 모델이라 츠타야에 ‘가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독서뿐만 아니라 쇼핑, 사교를 단 한번의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계가 사라진 좀 더 정교화된 리테일의 형식을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예를 들어 토스트에 관련한 요리책 옆에 토스터기나 식재료를 옆에 두고 판매하는 식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브랜드를 묶어만 놓은 것이 아니라 츠타야의 감성에 맞는 아이템들을 선별해 놓은 편집매장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곳도 다이칸야마점처럼 곳곳에 대형 테이블과 의자를 갖추고, 눈치 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개인화된 공간이 많은데요. 특히 화분을 활용한 플랜트 인테리어를 통해 어느 공간에 있어도 더욱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결국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장치를 통해 2차, 3차 소비를 유도해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무장해제 만드는 쾌적함이 있습니다.



츠타야의 이런 전략을 공공 시립 도서관에서 펼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후쿠오카에서도 기차로 1시간여 떨어진 다케오시에 다녀왔습니다. 다케오시는 인구 5만 명의 조그마한 쇠락한 온천도시에 불과한데요, 침체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다케오 시장이 도서관 리모델링과 운영을 츠타야에 맡긴 것입니다. 2013년부터 위탁운영이 시작됐고, 현재는 연간 100만 명이 도서관을 찾고 있으며 이중 40% 이상이 타 지역에서 찾아온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에도 한국 관광객 몇 명을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우드 마감의 다이칸야마점과 비슷한 분위기를 띄고 있는데요, 잡지를 판매하기도 하며, DVD 대여도 해주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츠타야 롯폰기점처럼 도서관 내 스타벅스 매장이 있어 열람실에서도 자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도서 등 대여 시스템은 자동화 기기를 활용하고 저녁 9시까지 개방해 시민들이 늦은 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츠타야 다이칸야마점에서만 도서 매출이 연 1조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또한 종이책이 사라지고 있고, 서점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취향을 캐치하고 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츠타야의 성공적인 전략은 이렇듯 공공분야에서도 기여하고 있었습니다. 도쿄를 넘어 큐슈의 조그마한 소도시까지 저를 이끌었던 츠타야의 저력은 서점으로서의 정체성만으로 국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융합’이라는 단어가 더 힘 있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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