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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AN SPIRIT 장응복 대표, 한국적인 것을 세계에 알리다

2016.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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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건 말은 쉽게 쓰이지만, 실현해 내기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모노콜렉션의 대표, 장응복은 지난 3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차근차근 그 일을 해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한국적인 것을 세계로 알리고 있는 장응복 대표를 만나 보았습니다 :) 



| 30년간 모노콜렉션을 이끌어온 장응복 대표


모노콜렉션을 시작한지가 올해로 정확히 30년이 되셨습니다. ^^


처음 시작했던 1980년대 후반에는 여러모로 참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인테리어’라는 단어조차 인식이 되어 있지 않았던 때인데, 심지어 패브릭을 디자인해서 판매한다는 건 경쟁력이 없어도 너무 없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었는데요. 그런데 다행히 대기업과 6년 정도 호텔 관련 일을 하게 되면서 해외 건축가나 공장들과 함께 일했는데, 그들의 기술과 여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 시기를 넘고 나니 우리나라에서도 하나 둘씩 오더메이드 패브릭 아이템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고 브랜드도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아이디어를 내는 것부터 제품이 나오기까지 모두 내 손을 거치기 때문이 아닐까요? 모노콜렉션의 패브릭은 내가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의 결과물입니다.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거짓된 행동을 하거나 이유 없는 디자인을 했다면 오래 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시에는 패브릭의 느낌은 한국적인데 브랜드 이름은 현대적이라는 것도 화제였습니다.


그때는 워낙 우리나라가 수출에 열을 올리던 때라 나 역시 수출을 많이 해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어쩌면 강박관념처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어느 나라에서든 무리 없이 통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정갈한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는데요. 브랜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 우리의 제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한국적인 패브릭이 이렇게 모던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패브릭’ 하면 다들 ‘옛날 것’이라고 치부하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패브릭부터 직접 디자인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영감을 눈 앞에 펼쳐 놓고 그걸 제품으로 완성시키는 작업은 절대로 빠르게 진행될 수 없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하나의 패턴이 되기까지 실제로 5년이 걸린 적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완성한 제품을 누군가 쉽게 카피할 때에는 정말 화가 납니다. 심지어 카피한 입장인데도 너무 당당하고 뻔뻔하게 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카피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디자인 저작권을 철저하게 하고 싶지만 매번 새로운 패턴이 나올 때마다 하나하나 등록하고, 또 오랜 시간 동안 그걸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것 말고도 작은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 천장부터 하늘하늘 드리워진 패브릭은 금강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컬렉션인 'Lon ging Geumgang Mountain'.


그러고 보면 회사의 규모를 크게 키우지도 않고 처음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노콜렉션을 대기업으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회사가 커지면 내가 더 이상 디자이너로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디자이너로 살 것인가, 사업가로 살 것인가를 놓고 결정해야 했는데요. 그러다 2000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하임텍스타일(Heimtextil) 박람회에 참여했는데, 그 이후로 모노콜렉션의 정체성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 자신조차 ‘우리의 것’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로 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회사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작지만 내실 있는 브랜드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고, 강남에 있던 제법 큰 쇼룸을 닫고 이곳 서촌에 스튜디오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게 2008년이니 벌써 8년 전인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회사가 커졌더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한국의 인테리어 시장은 작고, 인테리어 아이템은 패션에 비해 자주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고민이 많이 늘어났을 것입니다.


서촌의 느린 공기와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가 모노콜렉션의 이미지와 참 잘 어울리는데요?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강남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들 앞서가는데 나만 멈춰 있거나 느리게 가는 듯한 기분을 지워버리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숲이나 계곡이 가까이 있다는 점, 내가 관심있는 전시나 아티스트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참 좋았습니다.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이쪽 동네에 정말 많이 사는데 그들과의 만남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데요. 지금의 스튜디오는 규모는 작아도 일하기에는 큰 불편이 없습니다. 2층에 있는 데다 오더메이드 위주로 진행하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오더메이드를 다소 생소하게 느끼는 손님들을 위해 올해 하반기에 홈쇼핑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도 갖고 있긴 합니다. 큰 규모의 쇼룸은 언젠가 다시 할 수도 있겠지만 장소는 다른 곳이 되지 않을까요? 떠들썩하게 벌리는 건 이 동네와는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 모노콜렉션 쇼룸의 선반에 차곡차곡 정리된 패브릭에서 브랜드의 역사가 한눈에 보인다.


요즘 관심 있는 한국적인 모티프는 무엇입니까?


집이 문산인데, 시골에 살면 같은 계절이라도 도시와는 모든 게 달라 보입니다. 집 앞에 있는 꽃과 나무, 근처의 산과 계곡 같은 일상적인 자연의 모습들이 제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백자, 청자 같은 한국의 도자기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요즘 ‘담근다’는 의미를 가진 ‘담’이라는 컨셉트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패브릭에 물감이 스르륵 물든 것 같은 모양입니다. 패브릭 뿐 아니라 같은 패턴의 벽지도 제작 중인데요. 지난 30년간 한국적인 것들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많이 했지만 알면 알수록 더욱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공부해야 할 게 점점 많아져서 작년에는 불교 미술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한국의 장소는 어디입니까?


예전에 부암동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창덕궁이 제 정원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궁중에서도 옛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인데다 가까이 있어서 수시로 찾아갔는데요. 지금은 경복궁이 근처여서 자주 갑니다.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장소는 안동에 있는 병산서원입니다. 서원 자체도 좋았지만 건물 사이사이로 긴 강이 병풍처럼 보이는 풍경이 정말 예술적이었습니다.



| 모노콜렉션 쇼룸이 위치한 서촌은 창문 너머로 기와집이 보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지역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은 무엇입니까?


이전에도 하지훈 작가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적이 있지만 다른 작가들과 작업하는 건 참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나이와 분야, 국적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작업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그리고 언젠가는 작고 소소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디자인해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비누, 초 같은 것들 말입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습니다. ^^




 +info. 모노 콜렉션

운영 시간 : 09:30 ~ 18:30 (토요일, 일요일 휴무)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83

문의 : 02-517-5170

홈페이지 : www.monocolle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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