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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복원 전문가와 함께 알아보는 작품 클리닝(feat.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2021.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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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도 샤워가 필요해! 작품 클리닝


많은 사람이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 설치된 미술 작품은 늘 여러 가지 위험 요소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작품 주변에 차단봉을 설치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하곤 하는데요. 그래도 온도와 습도의 변화 등 위험요소들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평상시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최근 비전문가의 엉터리 복원으로 화제가 되었던 19세기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 프레스코화 Photograph: Centro de Estudios Borjanos/EPA

가구에 니스칠을 하고, 자동차를 정비하고 세차하듯이 작품도 오래 보관하고 감상하기 위하여 평상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요. 이때 작품에 손상을 주지 않고 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미술품 복원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합니다. 단순해 보이는 작업도 자칫 잘못 하다가는 오히려 작품을 더 손상할 수 있고,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작품을 망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파라다이스는 작품을 보존하고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클리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에 있는 조엘 샤피로의 작품과 파라다이스시티에 있는 카우스 작품의 클리닝을 진행했는데요. 그 현장을 한 번 살펴볼까요?

 

 

파라다이스의 작품 클리닝 현장 ①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조엘 샤피로 <Untitled>


벚꽃이 휘날리던 지난 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에 자리 잡고 있는 조엘 샤피로의 작품이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해운대를 바라보며 달려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조엘 샤피로의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인데요. 청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른 재료에 비해 야외 환경에 비교적 강한 작품이지만 비와 바람, 강렬한 자외선, 새와 곤충의 배설물 등은 여전히 작품에 위험한 요소입니다. 특히 바닷가라는 지리적 특성상 바람에 소금기가 섞여 있어 작품에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죠.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조엘 샤피로 <Untitled> 클리닝 과정

가장 먼저 전문가가 직접 작품을 진단하고 적절한 클리닝 방법 및 보존 방법을 결정합니다.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안전한 작업을 위해 비계를 설치하고, 헬멧,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는데요.

이어 오랫동안 실외에서 먼지와 기타 오염물들에 노출된 작품을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닦는 작업을 합니다. 혹시라도 모를 작품 손상에 대비하여 도구 하나도 조심스럽게 선택하여 사용하죠. 전체적인 세척 작업이 끝나면 작품 보존을 위해 작품 재료에 맞는 왁스로 코팅을 합니다. 앞으로 발생할 작품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얼룩이 지거나 변색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폴리싱 작업으로 전체 클리닝 및 보존 처리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단계가 복잡하지 않아 쉬워 보일 수 있는 작업이지만, 작품 구석구석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입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조엘 샤피로 <Untitled> 클리닝 전(좌), 클리닝 후(우)

3일을 꽉 채워 진행된 샤피로 작품의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요. 깨끗하게 샤워를 마치고 원래 작품의 색을 다시 찾은 조엘 샤피로의 조각은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가든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파라다이스의 작품 클리닝 현장 ②

파라다이스시티 카우스 <Together>


샤피로의 작품에 이어 파라다이스시티 플라자 한쪽에 서로를 꼭 안고 있는 사랑스러운 작품, 카우스의 <Together>도 어린이들을 만나기 위해 4월 말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 작품은 나무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작품으로 재료의 특성상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데요. 플라자가 야외는 아니지만, 계절과 외부 날씨에 따라 온도와 습도가 일정치 않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보니 정기적인 작품 관리가 필요합니다.

▲파라다이스시티 카우스 <Together> 클리닝 과정

많은 사람이 오가는 광장이라는 장소의 특성상, 작업자의 안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비계 설치와 함께 가림막을 설치했는데요.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비계 설치 전문업체 산쿄 비계 시스템이 참여, 안전과 함께 나은 결과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했습니다.

안전장치가 준비되면, 전반적으로 먼지가 쌓여 있는 작품을 에틸 알콜로 꼼꼼히 세척을 합니다. 이어 나무로 된 작품에 적합한 도구를 사용해 조심스럽게 먼지와 기타 오염물들을 제거하는데요. 전체적으로 클리닝이 마무리되면 마찬가지로 작품의 보호와 추가 오염을 막기 위해 왁스로 코팅을 합니다.

 

▲파라다이스시티 카우스 <Together> 클리닝 전(좌), 클리닝 후(우)

2주간의 긴 여정 끝에 광택을 잃었던 카우스의 작품이 그 빛을 다시 찾았습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카우스의 작품은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플라자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두 작품은 모두 대형 작품으로, 작업이 쉽지는 않았는데요. 작업을 진행한 미술품 복원 전문가 김겸 박사님을 만나 이번 작업을 비롯해 작품 보존복원에 관한 궁금한 점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그럼 함께 살펴볼까요?

 

 

미술품 복원 전문가, 김겸 박사님과의 만남


Q. 안녕하세요. 미술품 복원 전문가라는 직업은 굉장히 생소한 분야인 것 같습니다. 하시는 일에 대한 간단한 소개, 그리고 어떤 계기로 해당 업무를 하게 되셨는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미술품 복원은 손상된 미술 작품을 치료하고 오랫동안 그 모습을 유지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대학에서 예술학, 미술사를 공부하고 보존복원을 배우고자 일본과 영국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이론과 실기 모두 관심이 있던 제게는 알아가고 공부해 갈수록 제 자신에게 잘 맞는 분야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을 클리닝 하는 작업은 다른 작업에 비해서 굉장히 조심스러울 것 같습니다.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A. 클리닝은 보존복원 작업의 가장 기본입니다. 클리닝을 통해 원작과 관계없는 이물질을 제거하게 되는데, 특히 솔벤트 등 약품을 이용하여 제거해야 하는 경우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작품을 크게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분야는 작품과 복원에 사용하는 물질의 화학적,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Q. 이번 진행한 샤피로와 카우스 클리닝 작업은 대형 작품이어서 더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요. 특별히 어려웠던 점과 중점적으로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작업대 위에서 눕거나, 한발로 버티거나, 고개를 계속 든 상태에서 몇 시간이고 작업해야 하는 부위가 많았습니다. 또 이번 작업에서는 클리닝 후 메움, 색 맞춤, 코팅이 모두 이루어졌는데요. 중점적으로 집중한 부분은 작업 후 작업 부위가 크게 눈에 띄지 않도록 통일성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Q. 작품 복원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A. 복원은 작품과 유물이 지니고 있던 가치를 되돌리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원가는 개별 유물의 의미와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손상으로 작품이 지닌 가치의 어느 부분이 훼손되거나 변형되었는지, 또 복원으로 가치가 어떻게 회복될 것인지에 대해 논리적이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물질의 복원만을 고집한다면 그건 물신숭배 같은 것입니다. 물질은 결국 마음과 가치를 담는 그릇이기에 값비싼 작품이 아니라도 우리들은 다 부서진 할머니의 경대나 신혼여행지에서 샀던 시계를 복원해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Q. 보존 작업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나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A. 가장 어려운 점은 정확한 답이 없는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복원의 목적이 손상되기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손상되기 이전의 상태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유물의 구조와 모습을 이전의 상태의 증거들을 찾아 추측하며 새롭게 만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유물이나 작품의 형태는 그 가치를 담은 그릇이며, 가치는 인간에 의해 부여된 것입니다. 인간의 오감과 마음, 상상력 등을 통해 그 가치가 드러나고 공감되는 것이기 때문에 복원 후의 모습은 유물, 작품 그 자체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내야만 합니다.


Q. 그동안 작업하신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그 이유와 함께 말씀해주세요.

A. 모든 작업이 다 기억에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쉬운 작업은 없었고 아쉬움이 남지 않는 작업도 없습니다. 그래도 하나만 꼽는다면 현재까진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입니다. 복원된 유물이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87년을 겪지 못했던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고귀한 희생과 국민들의 행동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느끼게도 되었습니다. 막연히 복원은 작품과 유물에 더해지는 이야기라는 믿음이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진 경험이었습니다.

미술 작품 가운데선 광화문 광장에 있는 김세중 선생님의 이순신 장군 동상이나 뒤샹, 달리, 브루델, 카푸어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그래도 기억에 남습니다.


Q. 혹시 가정에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면, 오랫동안 잘 보존할 수 있는 관리 팁이 있을까요?

A. 좋은 환경에 보관하며 자주 살피고, 작품 관리에 관한 정보를 얻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를 찾는 것입니다. 좋은 환경은 사람들에게도 쾌적한 환경을 기억하시면 되고, 직사광선은 꼭 피하고 너무 강한 조명도 피하는 게 좋습니다.


Q. 마지막으로 미술품 복원전문가로서, 관람객들에게 미술품을 관람할 때 당부하고 싶은 점은?

A. 복원전문가로서는 역시 작품을 만지지 말고 소중히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파라다이스의 작품 복원 과정과 미술 작품 복원 전문가 김겸 박사님과의 만남으로 작품 클리닝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파라다이스는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정성을 다해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고 있는 파라다이스의 작품을 직접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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