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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또 하나의 예술이 되다 김홍식 작가 인터뷰

2019.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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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김홍식 작가의 개인전이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 ZIP>에서 진행되고 있는데요. 2년 만에 열린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초기 작품을 모티브로 한 신작과 그동안 제작해 온 대표작을 모두 만날 수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죠. 재료와 과정들이 그 자체로 작품의 형식이 되거나 콘텐츠로 귀결되는 그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 김홍식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파라다이스 ZIP>이란 공간과의 콜라보는 어땠나요?

오랫동안 ‘파라다이스 ZIP’에서의 전시를 기다려왔어요. 집이라는 공간이 선사하는 편안함이 있어 관람객들의 마음에 제 작품이 훨씬 더 가깝게 닿을 거 같기 때문이죠. 갖가지 공간들이 모여 하나가 되는 ‘집’은 제가 추구하는 ‘통합적 미디엄(Synthetic Medium)’과도 통하는 데가 있어요.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방’이라는 다양한 공간에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시 준비도 더욱 즐거웠죠. 개인적으로는 제 작품 활동에서의 터닝포인트가 될 전시예요.


Q. 어떤 형태의 작업들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관람객들이 종종 저에게 “사진이에요? 판화예요?”라고 물어보세요. 제 작품은 두가지 모두를 아우른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먼저 카메라로 이미지를 채집해 사진인화 과정과 같이 감광해요.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에 이미지를 안착하여 부식시키거나, 실크스크린 기법을 혼용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죠. 저에겐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예술이에요. 작품에 사용되는 재료와 각각의 과정들이 그 자체로 작품의 형식이 되거나 내용으로 이어지죠. 앞서 말씀드린 통합적 미디엄의 의미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Q. 이번 전시명 ‘B theory’는 무슨 뜻인가요? 

‘B theory’란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며 과거, 현재, 미래 모두 동일하게 실재한다.’는 시간 철학 개념이에요. 이번 전시는 초기 작품을 모티브로 한 신작들과 그동안 제작해 온 대표작들을 선보이는 자리인데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작품이 한 공간에 존재하고, 초기 작품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신작들도 탄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죠. 이러한 의미를 ‘B theory’라는 시간 개념으로 차용했습니다.


Q. 이번 전시 중 놓치지 말아야 할 대표작 몇가지 소개해주세요. 


Flaneur in Museum_Louvre, 2016-7


루브르 미술관에 갔을 때 본 충격적인 장면을 담은 작품이예요. 관람객이 많을 거란 예상은 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관람객들이 떠밀려 다니고 있더군요. 미술관이 스펙터클하기보단 군중이 스펙터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계 최고의 예술품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거대한 벽을 이룬 관람객들이 현대인의 시선을 말해주고 있었죠. 이 작품 속에는 세계적인 미술관을 배경으로 명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저의 전지적 작가 시점이 담겨 있습니다.


대화 Dialogue, 2019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인데요.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작업이었어요. 국내외 관람객들이 금관을 좀 더 가까이서 보려고 애쓰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죠. 아름다움은 세계와 인종을 넘어 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The number of desire, 2019


빨간 힐의 뒤축이 부러져 못이 튀어나온 이 작품은 1996년 ‘보그’라는 잡지에서 본 그림 중 하나였어요. 그 당시 제가 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요. 그런 내면을 강하게 얘기하기보다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이들은 구두를 보며 여성에 대한 속박과 해방을 읽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정형화된 것들의 파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붉은 구두는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빛의 방 Chambre des Lumières, 2019


제 작업에 중요한 요소인 빛에 대한 공간설치 작품입니다.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이상적 미(美)로 상징되는) 비너스상 작업을 걸고, 필터로 천과 빈 틀을 설치했습니다. 니케와 흰 그림자를 둘러싼 전체 방 공간도 작품에 포함해서 감상하시면 되는데요. 재료와 과정, 내용과 형식이 하나되어 작품으로 구현된다는 개념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현대미술을 어려워 하는 관람객들에게 감상 TIP을 주신다면요?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현대인들은 이미 다양한 이미지 세계에 살고 있어요. 메신저로 주고받는 이모티콘, SNS에 올라오는 무수한 사진들이 바로 현대적 이미지죠. 때문에 알게 모르게 무언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매우 높아졌어요. 그래서 현대인들은 미술에 대한 이론 없이도 현대미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주저하지 않죠. 다만, 미술도 음악처럼 자주 접해야 친근해질 수 있어요. 자주 보고 조금씩 공부한다면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김홍식 작가 


Q. 마지막 질문이예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미술관 작업을 할 때에는 금색을 사용했는데 이번 신작에는 빨간색을 썼어요. 앞으로 색감에 대한 실험과 작품 안에서의 색상 확장을 더 해보려고 해요. 또 물성을 더하는 식으로도 변화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설치미술을 준비하면서 작업이 한층 확장되는 것을 느꼈어요. 앞으로 설치미술도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다양한 시선을 작품 안에 중첩하면서, 인간과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나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와 제 작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Info.


「김홍식.ZIP: B Theory」
전시 기간: 2019년 2월 20일(수) ~ 5월 25일(토) 
전시 장소: 파라다이스 ZIP / 서울시 중구 동호로 268-8 
운영시간: 월~토 10:00~18:00 (일요일/공휴일 휴관) 
입장료: 무료 
전화번호: 02-2278-9856
파라다이스 ZIP 홈페이지 바로가기


본 포스팅은 파라다이스 그룹 사내보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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