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오타쿠 김성수의 일본 이야기 제29회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한국 음식에도 빠트리지 않고 등장할 만큼 ‘김밥’은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음식임이 틀림없는데요.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김밥만 한 게 없죠. 일본에도 다양한 모양과 맛의 김밥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 속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일본의 김밥 '노리마끼(海苔巻)'
│스시 세트 위쪽 구석에 몰려 있는 「노리마끼(海苔巻)」
일본에도 김으로 밥을 싼 다양한 ‘김밥’이 있습니다. ‘김’으로 ‘말았다’는 뜻의 일본어로 ‘노리마끼(海苔巻)’라고 하는데요. 노리마끼는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나고 인기 있는 음식이지만, 아쉽게도 슈퍼스타의 스시에 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시 세트의 구석에서 미안한 듯이 존재감을 숨긴 채 다소곳이 올려져 있거나, 코스 요리의 마지막 무렵쯤에 등장하곤 하는데요. 때에 따라 별도의 주문을 하지 않을 경우, 등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노리마끼 > 호소마끼 > 갓빠마끼(오이 김밥)
노리마끼(海苔巻)의 종류
■ 크기에 따른 구분
■ 속 재료에 따른 구분
도쿄의 전통적인 ‘에도마에스시(江戸前寿司)’에서 노리마끼는 ‘간표우마키'를 의미합니다. ‘간표우(かんぴょう, 乾瓢)’는 박(瓢)의 열매를 끈 모양으로 벗겨 건조한 것으로, 칼로리가 적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보존 식품인데요. 삶거나 조려서 초밥 속 재료나 무침 등으로 쓰입니다. 본래 ‘네기토로(ネギトロ)’는 마구로(참치)를 한 마리를 해체한 뒤 뼈에 남은 살을 긁어낸 것이었는데요. 오늘날에는 마구로 자투리에 생선 기름이나 식물성 기름과 조미료, 색소 등을 섞어 페이스트 상태로 가공한 것을 일컫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자료>
독특한 형태의 김밥
│왼쪽-성게 알, 오른쪽-연어 알
‘군칸마끼(軍艦巻き)’의 이름은 스시의 모양이 군함같이 생긴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도 명품 스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긴자(銀座) 큐베(久兵衛)」에서 처음 고안되었습니다. 1941년 고객 주문으로 스시 초밥 위에 올리기 어려운 성게 알이나 연어 알이 흘러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방법을 궁리하다 만들어졌는데요. 당시 보수적인 스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맹비난하고, NHK 라디오 방송에서는 혹독한 평가의 코멘트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스시 가게에서 수많은 군칸마끼를 볼 수 있을 만큼, 그 인기가 대단합니다.
<참고자료>
│테마키즈시의 발생지 - 츠키지타마스시(築地玉壽司) 1924년 창업
‘테마키즈시(手巻き寿司)’는 1971년 긴자의 「츠키지타마스시(築地玉壽司)」에서 스시를 좀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게 고안된 것인데요. 김 위에 스시 초밥을 적당히 올리고 좋아하는 재료를 올려서 가볍게 손으로 말아주면 완성됩니다. 만드는 방법이 아주 쉬워, 홈 파티 메뉴로도 좋죠.
■ 노리마끼 오니기리(海苔巻きおにぎり)
‘노리마끼 오니기리(海苔巻きおにぎり)’는 친숙한 ‘삼각 김밥’을 지칭하는 일본어인데요. 김으로 싸지 않은 ‘오니기리’와 구분하기 위해 ‘노리마끼’를 붙이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오니기리’라고 부릅니다.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재료는 마구로, 연어알, 명란젓, 낫토 등인데요.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재료를 넣기도 합니다.
■ 소바즈시(そばずし)
김밥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밥 대신 삶은 소바를 넣어 만든 ‘소바즈시(そばずし)’는 보기에는 영락없는 김밥입니다. 속재료에 따라 맛도 다르지만, 소바의 종류에 따라 ‘김’과 어우러지는 맛이 달라지기도 하죠. 주로 소바 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데요. 식전주로 사케를 곁들여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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