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채용신(1850-1941)의 ‘팔도미인도’에는 서울과 평양, 경남 진주, 전남 장성, 강원 강릉, 충북 청주, 전북 고창, 함경도 등 총 8개 지역 미인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는데요. 오늘은 미인도 속 그녀들을 통해 당대의 한복 트렌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강릉 미인, 일국
본래 저고리는 서양의 재킷처럼 엉덩이를 덮는 길이였는데요.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서서히 짧아지기 시작해 조선 후기에는 손바닥 한 뼘 만 해졌죠. 가슴을 가리기에도 버겁게 짧아진 저고리 탓에 하얀 치마허리와 가슴 가리개는 물론이고 때때로 가슴까지 겉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평양 미인, 계월향
미인도에서 찾을 수 있는 옷맵시 중 하나는 치켜든 치맛자락 밑으로 드러난 바지의 ‘태’입니다. 속옷인 바지를 의도적으로 밖으로 드러내 도발적이면서도 섹시함을 부각시킨 것이죠.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백색입니다. 백의민족으로 불릴 정도로 우리는 예로부터 백색을 즐겼는데요. 백색의 동정은 얼굴을 부각시키며, 백색의 치마허리는 치마 색을 강조합니다. 또한 바지나 버선에 사용된 백색은 버선의 날렵한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청결한 인상을 주죠.
함경 미인, 취련
저고리는 디자인에 따라 삼회장 저고리, 반회장 저고리, 민저고리 등으로 나뉘는데요. 취련이 입은 저고리는 소매 끝(끝동)과 겨드랑이 부위(곁마기), 깃, 고름에 저고리와 다른 색의 천을 댄 삼회장 저고리로 주로 상류층이 입었습니다. 하지만 기생의 경우 의복에 차별이 없는 특수 계층으로 화려한 삼회장 저고리를 착용할 수 있었죠. 취련은 삼회장 저고리에 노리개라 불리는 장신구를 달고 있는데요. 노리개는 심미적인 역할은 물론이고 주술적인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청주 미인, 매창
엄격한 유교 사회였던 조선은 남녀의 구별이 유별났습니다. 사랑채와 안채를 구분하여 부부도 떨어져 살게 했을 정도인데요. 여자들은 외출 시 쓰개치마를 써서 얼굴을 가렸고 길을 걸을 때도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으로 다니게 했죠. 쓰개치마는 치마와 비슷한 형태로, 주로 옥색으로 만들어졌으며 계절에 따라 솜을 덧대어 방한복의 기능도 했습니다.
장성 미인, 취선
하후상박, 즉 상체는 긴박하게 줄이고 하의는 부풀린 실루엣이 한복의 기본입니다. 조선 후기 여성의 신체에서 가장 섹시한 부위는 가슴보다는 엉덩이였는데요.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대여섯 벌의 속옷을 치마 밑에 갖춰 있었을 정도입니다. 취선은 이것도 모자라 항아리처럼 한껏 엉덩이를 부풀리기 위해 치마 끝단을 손으로 끌어올린 모습입니다.
화성 미인, 명옥
선조들은 단소화된 저고리의 활동성을 돕기 위해 저고리 곳곳에 곡선을 적용했습니다. 저고리의 앞부분 즉, 도련을 곡선화함으로써 앞가슴이 들뜨지 않게 했고 소매의 배래 역시 둥글게 해 움직임을 편안하게 했죠. 이는 마치 서양복에서 다트를 두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이러한 곡선들을 통해 한복은 평면임에도 불구하고 입체적인 신체에 알맞게 입혀집니다.
진주 미인, 산홍
한복의 매력 중 하나는 컬러에 있습니다. 자연을 중시하던 우리의 문화를 닮아 한복의 컬러 역시 자연에서 유래했는데요. 주로 단색인 치마와 달리, 저고리에는 다채로운 색을 사용해 대비 효과를 주었습니다. 진주 기생 산홍 역시 주홍색 단색 치마에 연두색 저고리를 입었는데요. 저고리의 깃과 끝동, 안고름 등에 빨강과 파랑을 적절히 사용해 포인트를 줬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초록 나무에 달린 앵두를 연상케합니다.
서울 미인, 홍랑
조선시대에는 미인이 갖추어야 할 요건 중 하나로 검고 풍만한 머리를 꼽았습니다. ‘흑운’으로 불리는 큰머리를 위해 가체를 이용하기도 했었는데요. 까맣고 윤기나는 머리 위로는 다양한 색채의 떨잠이나 머리 꽂이, 비녀 등의 장신구로 화려함을 더했죠. 조선 중기에는 가체와 함께 과도한 머리 장식으로 가산을 탕진하는 경우가 생겨 가체 금령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본 포스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련된 감각으로 소개하는
한류 문화 매거진 '韩悦(한웨)'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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