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오타쿠 김성수의 일본이야기 제25회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재팬’의 탑 뉴스에 「‘산토리(SUNTORY)’, 자사 제품의 일부를 판매 중지」라는 기사가 이틀 동안이나 게재되는데요. 알코올 음료업계의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라고 할 만큼 이전부터 우려되었던 상황이었지만, 탑 뉴스로 접하고 보니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토리, 국산 위스키 판매중지 하쿠슈12년, 히비키17년
(마이니치 신문, 2018년5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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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산토리 하쿠슈(白州) 증류소 전시 사진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두 제품의 판매 중지 원인은 10년간 위스키의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위스키의 원액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쿠슈12년은 최저 12년 이상, 히비키17년은 최저 17년 이상 숙성시킨 원액을 사용하는데, 생산량과 실제 수요차로 인해 원액이 부족해진 것이죠.
산토리HD의 홍보부에 의하면,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로 ①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서 마시는 ‘하이볼’이 2009년경부터 지속적으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②국제 주류 품평회에서 일본의 위스키가 최고의 평가를 받아 금상을 수상한 소식이 뉴스를 통해 연이어 알려지며 일본 위스키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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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본 국세청 홈페이지 「주류판매(소비) 수량의 추이」 (2018년7월 현재 최신)
1983년, 오늘날 흔히 ‘버블경기’라고 불리는 전대미문의 호황 속에서 일본의 위스키 판매규모도 38만1100Kl를 기록하며, 최대 규모로 성장했는데요. 하지만 버블경기의 붕괴와 같이 위스키 시장의 규모도 끝없는 추락 속에 빠졌습니다.
시장의 규모가 축소된 것을 표현할 때 흔히 ‘반 토막 났다’ 라는 말을 쓰지만, 25년이 지난 2008년의 일본 위스키 시장규모는 연간 7만5300Kl로 반 토막을 넘어서 5분의 1수준까지 추락했던 것이죠. 추락의 끝을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장기 숙성을 필요로 하는 고급 위스키의 생산량도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산토리 위스키 확대판매팀의 어느 사원이 시작시킨 반전
│‘카쿠(角)’ 위스키
위스키의 소비가 끝없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던 2004년경부터 산토리는 자사 제품의 위스키에 소다수를 타서 마시는 ‘하이볼’, 버본 위스키에 진저엘이나 콜라를 타서 마시는 ‘칵테일’ 스타일 등을 대대적으로 추천하는 영업을 전개했는데요. 번번이 실패의 쓴 고배를 마셨죠.
고전을 거듭하던 2008년 5월, 산토리 위스키 확대판매팀의 ‘타케우치 아츠시(竹内 淳)’라는 영업사원이 상사의 사전 승낙 없이 ‘카쿠(角)’ 위스키를 원료로 하는 ‘하이볼’을 기획했는데요. 대량의 하이볼 전용 컵과 한 대에 10만엔(한화 약100만원) 이 넘는 ‘하이볼 자동제조기’ 100대를 만들어 대대적인 판촉영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카쿠(角) 하이볼 전용 잔
위스키 붐을 가능하게 한 산토리의 기업문화
「얏테미나하레(한 번 해봐)」와 「얏차이마시타(이미 해 버렸습니다)」
이 문제적 사원의 행동은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지만, 창업부터 이어져 오는 산토리의 「얏테미나하레(やってみなはれ(오사카 사투리), 한 번 해봐)」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하는데요.
「얏테미나하레」는1899년 창업(창업 당시의 상호 ‘토리이쇼텐(鳥居商店)’)이래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 주류제조회사로 성장한 산토리의 기업 정신이 담긴 한 마디로서, 창업자 ‘토리이 신지로(鳥居信治郎)’는 입버릇처럼 이 말을 했다고 합니다. 확고한 신념과 열정을 가진 아이디어에 관해서는 직위의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직원들이 기획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전의 기회를 주었던 것입니다.
「얏테미나하레」의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때때로 「얏차이마시타(やっちゃいました, 이미 해 버렸습니다)」라는 돌연변이 문제 사원이 등장하곤 했는데요. 특이한 것은 터무니없는 문제를 만들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어도, 책임은 직속 상사가 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기획에 대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성원간에 오랫동안 다져진 신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우수 기업문화』라고 평가를 받기도 하죠. 하지만, 여느 기업에서 잘 못 흉내 내면 큰 낭패를 보게 되는 독특한 기업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산토리 홈페이지
세계에서 인정받는 일본 위스키
‘하이볼’이 폭넓은 연령층에게 인기를 얻으며 위스키의 소비가 늘어난 것과 시기를 같이 하여, 일본에서 생산된 위스키가 각종 국제 품평회에서 본고장의 위스키를 누르고 최고의 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소식이 신문을 통해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평소 위스키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위스키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죠.
본 고장인 스코틀랜드의 위스키와 어깨를 견줄 만큼의 실력을 넘어, 이제는 일본의 위스키가 국제적으로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는 소식에 기존 소비층이었던 40~50대의 연령대와 더불어 20~30대 연령의 새로운 소비자도 위스키를 찾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2011년 622만명에서 2017년 2,869만명으로, 5배나 늘어났는데요. 그들 중 일본에서 생산된 최고의 위스키를 찾는 관광객도 증가해, 고급 위스키의 인기가 더욱 치솟게 되었죠. 고급 위스키의 원액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시간의 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원액의 생산량을 늘려도 앞으로 십수 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된다고 합니다.
산토리 위스키 공장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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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 있는 ‘산토리 하쿠슈(白州)’ 증류소
산토리의 위스키 증류소는 처음 지을 때부터 일반 소비자가 견학을 할 수 있도록 구상하여 설계했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손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원료를 양조하는 공정과 증류 공정을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마련되어 있는 시음이죠. 시음이 없는 무료 견학 코스도 있지만, 「1,000엔의 유료 코스」가 가장 인기 있는 코스입니다.
│1,000엔 유료 코스의 시음 코너
시음 코너에서는 제조 공정과 숙성이 다른 원액 위스키의 차이를 간단히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시음으로 내어 주는 위스키의 금전적인 가치를 단순하게 계산해 보아도 가볍게 1,000엔을 웃도는 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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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하쿠슈 하이볼’
위스키에 어울리는 초콜릿과 견과류, 과자까지 곁들어 두는 세심한 배려까지 깃들여 있었는데요. 잠시 동안 견학이라는 것을 잊고 위스키를 탐닉할 수 있는 멋진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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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학 방문자 1인1병 한정 판매 위스키 300ml 1,440엔
견학 방문의 가장 큰 특전은 1인 1병으로 한정 판매하는 이 위스키입니다. 내용물의 상세한 설명은 없지만, 눈치가 빠른 방문객은 내용물을 짐작할 수 있죠. 외부에서는 판매되지 않으며, 당일 내놓은 물량이 다 팔려 버리면 경우에 따라 품절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품절이 되면 사고 싶다고 애원해도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도쿄에서 야마나시현(山梨県)의 하쿠슈(白州) 증류소는 상당히 먼 여정이기 때문에, 쉽게 추천해 드리기는 어려운데요. 반면 야마자키(山崎) 증류소는 오사카와 교토를 방문할 경우, 손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좀 더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을 때, 일반적인 관광 코스를 잠시 벗어나 세계 최고의 평가를 받는 위스키를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산토리 위스키 증류소 예약 사이트와 가는 길>
■ 산토리 위스키 야마자키 증류소
<참고자료>
- 「산토리 VS 기린」 일본 경제신문 출판사, 2017년1월5일, 사이토 히코이치(斉藤彦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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