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을 때는 전문적인 느낌이 강해 실생활과 조금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디자인은 사실 어디에나 있고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우리의 삶에 각자의 디자인을 녹여내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녹여내고 그것을 넘어서 삶을 디자인 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 ‘카림 라시드’의 전시회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사람과 세상을 생각하는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카림 라시드’의 이번 전시회에는 초기 디자인 원본 스케치와 한국 전시만을 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카림 라시드의 작품들의 초기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스케치는 최초로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카림 라시드는 전시회장의 벽지부터 조명까지 직접 설계하였습니다. 이런 노력을 한 이유는 관람객들이 단순히 전시회의
작품들을 하나 하나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장 전체를 하나의 그림처럼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작품을 전시할 때도 단순히 단상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동선 중앙에
배치하거나 섹션과 섹션 사이를 모호하게 구분하여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연출했는데요. 따라서 전시회를 관람하실 때, 작품 하나 하나 뿐만이 아니라 전시회장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생각하며 관람하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카림 라시드
“대중이 많이 소비하는 디자인이 바로 가장 좋은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꿈꾸는 분들에게 카림 라시드는 롤모델로 손 꼽힐 정도로 성공한 디자이너지만 대중에게는 사실 낯선 이름인데요. 카림 라시드의 이름과 다르게 그의 작품은 모두가 알 정도로 대중적입니다. 해외에서는 그가 ‘키스하는 소금,후추통’, ‘가르보 쓰레기통’을 디자인 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국내에서는 특히 현대카드의 블랙카드 디자인, 파리 바케트의 생수명 ‘오(EAU)’ 등의 디자인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카림 라시드는 자신이 디자인을 하는 이유에 대해 디자인이 사람과 세상을 더 낫게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실용성을 바탕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카림 라시드가
자기만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이 큰데요.
화가인 아버지와 패션 디자이너인 어머니 덕분에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따라 다니며 다양한 것을 보고 그것을 스케치북에 그려보면서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이 만들어져, 매번 새로운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지금의 카림 라시드가 된 것입니다. 삶의 미화 Beautification of Life
"I BELIEVE THAT HUMANS ARE ON EARTH TO CREATE”(나는 인간이 창조하기 위해 이 지상에 왔다고 생각한다.)
삶을 바꾸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카림 라시드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는 섹션입니다. 일상생활에 밀접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낸 카림 라시드의 대표작들을 하나 하나 확인해 볼 수 있는데요.
카림 라시드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곡선과 화려한 색감입니다. 카림 라시드가 가장 잘 활용하는 디자인 소재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주로 곡선보다는 직선을 활용하였던 기존의 가구들과는 달리 카림 라시드는 곡선을 활용하여 가구를 디자인하였습니다. 곡선을 통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체적으로 연출하였는데요. 또한 카림 라
시드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 핑크색을 비롯한 화려한 색감을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다양한 톤의 핑크색을 활용하면서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도록 디자인한 점이 굉장히 놀라웠는데요. 실용성을 바탕으로 디자인하였기 때문에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곡선과 화려한 색감의 결합도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글로벌러브 Globalove Sculpture
카림 라시드는 인류 통합과 평화를 외쳐온 디자이너로도 유명한데요. ‘글로벌 러브’는 통합과 평화에 대한 그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인류를 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충분히 특별하지만 우리나라의 아나로기즘 스튜디오와 협업으로 만들었다는 점
또한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데요.
사람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카림 라시드의 두상을 모티브 하였습니다. 또한 직접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체험형 작품으로 마치 카림 라시드의 생각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작품 내부의 모습은 외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상 깊은 점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처음 듣는 음악이어서 자리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시는 분들도 볼 수 있었는데요. 이 음악은 DJ 활동을 겸하고 있는 카림 라시드가 직접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다재다능한 카림 라시드의 끼가 그대로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전시회장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구성했던 카림 라시드의 노력을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작품을 가까이서 한 번 바라보고 멀리서 또 한 번 바라보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얼굴 사이에 놓이는 ‘글로벌러브’ 작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메시지를 통해 하나가 되는 인류를 꿈꾸는 카림 라시드의 소망이 담긴 것
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었는데요. 전시회장 곳곳에 이런 이중적인 배치들이 숨어 있기 때문에 한 곳 한 곳을 발견하고 나름대로 해석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스케이프 속으로 Into the Scape
"THE FUTURE IS HERE AND IT IS BEAUTIFUL.”(미래는 이미 우리에게 와있고, 그 미래는 아름답다.)
디자이너들은 각각 서로 다른 부분에서 영감을 얻고 영향을 받아 작품을 만들어내는데요. 카림 라시드는 미래로부터 영향을 받는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렌드는 순간이지만
디자인은 오래 남기 때문에좀 더 빠르게 시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의 생각이 잘 녹아 있는 섹션이 바로 이곳입니다. 화려한 색감의 홀로그램과 전시된 작품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마치 미래의 어느 시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요. 홀로그램의 색 변화에 따라 작품 또한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한동안 앉아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카림 라시드가 한국 전시회를 위해 준비한 또 다른 선물인 ‘Pleasurescape’도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인데요. 높은 산맥과 산봉우리로 이루어진 웅장한 캐나다의 자연을 보고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네요.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어떤 관객들이 체험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림 라시드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을 적극적으로 체험하라고 권유합니다. 그 이유는 작품을 만든 목적이 디자이너가 설정한 목적 외에도 사용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입니다. 높낮이가 다른 부분에 서로 앉거나 누움으로써 누군가에게는 휴식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이 작품이 놀이가 될 수 있는데요. 하나의 작품이지만 목적에 따라 수만 가지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카림 라시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실용성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디지팝 Digipop
"DESIGN IS ABOUT SHAPING CONTEMPORARY EXPERIENCES.”(디자인은 현재의 경험을 만든다.)
‘디지팝’은 카림 라시드가 선보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예술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섹션입니다. 카림 라시드가 말하는 디자인은 현재에서 영감을 얻어 미래를 만드는 것인데요. 카림 라시드는 곧 다가올 미래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었는데요. 그것이 바로 새로운 디지털 회화라고 볼 수 있는 ‘디지팝’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화려한 패턴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아이콘들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되어 있는 연작인데요.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이 아이콘이 디지털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카람 라시드의 소망을 담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나도 디자이너! Design Yourself
카림 라시드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사람들이 디자인을 자신들의 삶 가까이에 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전시회를 마친 후에, 짧게나마 디자인을 직접 해보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카림 라시드의 전시회를 보고 느낀 점을 스케치해보는 곳이었는데요. 관람객들의 스케치가 벽면을 꽉 채우고 있는 걸 보니, 카림 라시드의 전시를 통해 모두가 디자인과 한 걸음은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파격적인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카림 라시드의 디자인은 어딘가 친숙해 보이는 부분도 많았는데요. 단순히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을 넘어서, 삶을 디자인하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디자인을 하겠다는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의 철학을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가 디자인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 디자인에서 카림 라시드의 전시회는 가장 새롭고 파격적이지만 또 친숙한 자극이 될 것 같습니다.
+info. Design Yourself - 카림 라시드展 전시기간: 2017. 06. 30(금) ~ 2017.10.07.(토).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전관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휴관 전시문의: 02-3143-4360 홈페이지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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