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6~)는 대담하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늘 논란의 중심에 서는 작가인데요. 데미안 허스트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이기도 하며 ‘미스터 악마(Mr, Death)’, ‘잔혹한 현대 작가’라는 별칭이 붙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입니다. 그는 1990년대 영국 현대미술의 부활을 이끌며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를 전설로 만든 장본인이자 그 이름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버린 작가이기도 하죠. 오늘은 파라다이스시티에 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과 함께 그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데미안 허스트는 1990년대 초부터 송아지, 상어, 젖소 등 동물의 몸을 토막 내 포름알데히드에 담근 <자연사(Natural History)> 연작으로 유명해졌으며 살아있는 나비를 캔버스에 붙이거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갖가지 색의 알약을 진열하는 방식의 작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동시대 미술의 정점에 위치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자연사(Natural History)> 연작 출처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그는 현존하는 세계 미술가 중 가장 비싼 작가로도 정평이 나 있습니다. 사람의 두개골을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그의 2007년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해(For the Love of God)>는 무려 2천억 원에 달하는데요. 다달이 월급을 받아야 생활하는 보통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금액이죠. 이 작품은 생존 작가 작품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신의 사랑을 위해(For the Love of God)> 출처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날개를 펼친 <골든 레전드>
│파라다이스시티 로비에 설치된 <골든 레전드>
최근 문을 연 파라다이스시티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골든 레전드 (Golden Legend)>와 쿠사마 야요이, 수보드 굽타, 알레산드로 멘디니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면서 예술호텔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골든 레전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신성한 말인 페가수스(Pegasus)를 황금빛 근육질의 말로 형상화한 조각인데요. 본래 페가수스는 다나에와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벨 때 태어난 말로, 데미안 허스트는 이를 현실과 신화, 환상과 실재, 추(醜)와 미(美) 사이의 모순을 표현하기 위해 차용했습니다. 그동안 주로 다뤄왔던 소재인 생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결은 다르지만 생과 사,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끝없이 던져온 작가 작업의 연장선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 작품은 2016년 마이애미에서 발표된 <골든 매머드(Golden Mammoth)>와 <골든 유니콘(Golden Unicorn)>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가 만든 3m 높이의 황금 매머드는 과거에 분명 존재했으나 이미 1만년 전 사라지고 없는 신화적인 생명체인 메머드를 오늘로 소환한 작품입니다. 외 뿔 달린 전설 속 동물을 형상화한 <골든 유니콘> 역시 같은 선상에 놓이는데요. 데미안 허스트는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두 작품은 죽음에 관한 절대적인 표현”이라며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기억되는 것들을 신화와 실재적 관점에서 다뤘다”고 설명했습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말을 긍정적으로 풀이하자면 죽음의 대척점에서의 ‘희망’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연인지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파라다이스시티에 설치된 <골든 레전드> 또한 유사한 의미를 지닙니다. 시간이라는 단어 뒤를 따르는 죽음을 극복하고 희망이 담보된 신화적인 역사를 창조하고자 하는 파라다이스시티의 기업이념이 작가의 의도와 맞닿는다는 것이죠.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Trasure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 작품 출처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다름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상상력
만약 오는 11월 26일까지 이어지는 베니스비엔날레에 가게 된다면 데미안 허스트의 위성전시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Treasure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도 놓치지 말고 보고 오셔야 할텐데요. 데미안 허스트는 ‘시프아모탄 2세’라는 인물에 관한 신화적 이야기를 담은 이 전시에 750억원 이상을 투입하며 현대미술 축제인 베니스에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해냈습니다.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와 팔라 조 그라시 미술관(Palazzo Grassi)을 전시장으로 활용한 이 전시에는 대형 청동 조각(실은 우레탄 에폭시 수지인 레진으로 제작)을 비롯한 189개의 작품과 21개의 캐비닛을 가득 채운 작은 작품들이 출품되었는데요. 조각은 해양에서 발굴된 유물로, 높이만 19m에 이르는 거대한 형태입니다. 흥미로운 건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 전시 서문입니다.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 전시 서문에는 10년 동안의 발굴과정을 거쳤으며, 그때 건져 올린 진귀한 보물을 만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요. 하지만 이 서문의 대부분은 거짓말입니다. 2000년이 지나 발굴된 유물은 커녕 고작 3년 전 이미 제작된 조각을 바다에 넣고 꺼낸 것들이기 인데요. 한마디로 이 유물들은 가짜인 셈입니다. 하지만 유물의 전부가 다 가짜는 아닙니다. 그중 일부는 데미안 허스트가 직접 모은 고대 유물들이 섞여 있습니다. 데미안 허스트는 이 진짜와 가짜를 동시에 전시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의 모호함, 신화와 실재, 기억과 환류, 죽음과 재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재차 던지고 있는데요. 역시 신화, 전설에 무궁한 상상력과 다양한 스토리를 덧입혀온 데미안 허스트의 고집스러운 혹은 소신 있는 면을 엿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본 포스팅은 파라다이스 그룹 사내보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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