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사내필진 2기 파라다이스 본사 미래전략연구소 최리나님의 원고입니다.]
여행을 가기 전 설렘부터 목적지에 도착해 새로운 공간에 나를 던지는 시간, 그리고 여행을 마친 후 집에 돌아와 느끼는 포근함까지. 여행은 어느 한구석 미운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여행은 기억에 남지만, 오늘은 제가 참 좋아하는 ‘베트남 호이안’이라는 곳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이곳은 다낭에서 차로 30분쯤에 위치한 베트남의 작은 마을인데요. 16세기 중엽부터 포르투갈,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상선이 기항했던 무역도시입니다.
│야자수와 오래된 건물들이 어우러진 호이안의 거리
호이안이라는 곳을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께 ‘색이 고운 마을’이라고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마을에 들어서면 노란색 건물과 초록색 야자수가 눈을 가득히 채웁니다. 이 노란색 건물들은 호이안에 무역상들이 드나들 때부터 있었던 건물들입니다. 호이안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이곳은 고대 도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색이 바랜 건물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건물 벽에 페인트가 벗겨진 곳도 많고 지붕도 색이 바랜 지 오래지만, 그것조차 멋스러운데요. 긴 역사의 흐름을 담고 있는 풍경 앞에서 하루하루 바쁘게 흘러가는 여행자의 마음도 어느덧 느리게 지나갑니다.
│마을 중앙에 흐르는 강
호이안은 무척 더운 곳이라 걷다 보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앉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질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땐 호이안 구시가지 중앙에 흐르는 강으로 가면 됩니다. 강의 양옆에는 간단히 차를 한잔 즐길 수 있는 카페부터 레스토랑, 바가 이어져 있습니다. 시원하게 얼음을 넣은 베트남 커피 ‘쓰어다’를 한잔 마시며 강 위로 떠다니는 배를 바라보고 있으면 하루도 금방 저무는 듯합니다.
│쌀국수와 짜조, 망고 셰이크
마음은 풍요로운데 배가 고프면 안 되겠죠? 이곳은 물가가 매우 저렴한 편이라 지나가는 가게 어느 곳이든 마음에 들면 부담 없이 들어가도 계산할 때 놀랄 일이 없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쌀국수에 짜조, 그리고 망고 셰이크까지 이렇게 한 상이 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
│베트남 전통 샌드위치 반미
사진 속에 보이는 빵은 베트남의 전통 샌드위치인 ‘반미’입니다.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서 오이, 상추, 고기, 볶은 양파, 달걀 등 재료를 풍성하게 넣고 달콤짭조름한 소스를 발라 먹는 것입니다. 크기도 제법 커서 반미 하나에 음료 한잔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상이 없는데요. 이 반미의 가격이 보통 천 원 정도합니다. 안에 들어간 재료에 따라 맛이 정말 다양한데 제 입맛에는 모두 맛있었습니다. 여행 내내 하루 두 개 이상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반미가 먹고 싶어서 호이안에 다시 가고 싶을 정도니 어떤 맛인지 상상이 가시죠?
│밤이 되어 등불을 밝힌 호이안 거리의 모습
밤이 되면 호이안은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뀝니다. 마을 전체가 노란빛의 조명으로 감싸지고 거리와 가게는 오색빛깔의 등불로 장식합니다. 더위도 한풀 꺾인 호이안의 밤거리를 걷다 보면 정말 한없이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이토록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라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강물에 비춰 보이는 가게들의 불빛 @Flickr
강 옆으로 늘어진 가게들이 불을 켜면 강물이 그 빛을 반사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데요. 낮에는 부지런히 관광객들을 태워 나르던 배들도 닻을 내리고, 어린아이들이 판매하는 호롱불이 하나둘 관광객의 소원을 담고 강 위로 떠오릅니다.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며 잔잔한 물을 따라 흘러가는 호롱불을 바라볼 때 ‘아, 여기가 지상낙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맥주는 500cc에 200원, 과일 한 접시는 2,500원이랍니다. ^^
바쁜 하루하루를 지나다 보면 오늘 무얼 했는지, 무얼 먹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호이안으로 떠나는 걸 추천합니다. 걸음이 느려지는 곳에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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