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봉우리 16개를 등정한 엄홍길 대장. 그가 다시 히말라야에 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상이 아니라 히말라야 중턱에 위치한 네팔의 오지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휴먼스쿨을 짓고 있는데요. ‘영원히 산(山)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엄홍길 대장의 인생 17번째 등정, 파라다이스가 인터뷰를 통해 기록하고자 합니다.
본 포스팅은 파라다이스 그룹 사내보에서 발췌했습니다. |
인터뷰 내내 엄홍길 대장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바로 ‘기(氣)’였다. 파라다이스 임직원에게 히말라야의 기를 나눠주며 불굴의 도전정신이 전해지길 바란다는 엄 대장은 22년간 무려 38번의 도전을 감행했고, 이제 고봉에서 내려와 ‘인생의 산’에 오른다. 마칼루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네팔 백년지대계봉 셰르파를 자처한 엄 대장. 그 등반엔 파라다이스란 든든한 파트너도 함께 한다.
이제 내 인생의 산에 도전하고 싶어요!
167cm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체할 수 없는 영향력은 산악인 엄홍길에게 여전히 ‘대장’이라는 칭호를 안긴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봉우리 16개를 등정한 엄홍길 대장이 인생에서 17번째 등정에 나섰다. 엄 대장이 한걸음 한걸음 견고한 믿음을 실어 나른 덕분에 우리 주변은 좀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됐다.
정상을 향한 걸음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안나푸르나도 사연 많은 봉우리 중 하나다. 다리가 180도 꺾이는 부상으로 의사로부터 입산 금지 명령까지 들었지만 기어코 4전 5기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칸첸중가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루어졌다.
“칠흑 같은 어둠과 뼈를 파고드는 추위 속에서 깜빡깜빡 잠이 들었는데, 너무 고통스러워 포기하는 게 낫겠다 싶다가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눈을 떴어요. 10시간 넘게 그 상태로 버티다 보니 급기야 온몸이 굳고 환청까지 들리기 시작했는데, 구름을 뚫고 비치는 햇살을 보는 순간 ‘살았구나!’ 싶더군요. 해가 뜨면 곧장 하산하겠다는 결심이 사라지고 다시 정상에 올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뭐예요.(웃음)”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려운 시간은 찾아온다. 등정하다 마주하는 숱한 위기처럼 말이다. 극기의 경험이 인생의 여러 위기를 이겨내는 힘을 키워준다는 엄 대장은 희망이 없다고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감히 ‘한번 부딪쳐보라’고 말하고 싶단다. 사람들은 스스로 한계를 긋기 때문에 안주하게 된다며, 도전의지를 돋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과의 약속 갚기 위해 시작한 새로운 도전
지난해 3월 마칼루 중턱에서 열린 휴먼스쿨 기공식에서 엄홍길 대장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네팔에 있는 8463m 고봉 마칼루는 산악인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가 ‘검은 귀신’으로 불린다. 1995년 엄 대장도 3차 도전 끝에 이 봉우리에 올랐다. 처절한 사투를 벌였고, 등정 성공 후 마칼루 주민들에게 다시 찾아와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19년 만에 지켰다. ‘로체샤르의 기적’으로 완성된 16좌 완등은 엄홍길 대장에게 또 다른 등반의 시작점이었던 셈이다.
"2차 에베레스트 원정 때 숨진 셰르파(산악 등반 안내인)의 고향 팡보체에 세운 휴먼스쿨은 ‘네팔 빚 갚기’의 첫 단추였어요. 산에 대한 경외감이 커질 무렵, 산꼭대기만 보던 시선이 서서히 넓어져 어느 순간부터 산 아래도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사람이 보이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보였죠. 제대로 된 교육과 의료 시설도 없는 곳에서 부모의 가난을 대물림받는 아이들에게 자립할 토대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게 바로 학교였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히말라야 현지인들 역시 “자동차도 들어갈 수 없는 고지대에 학교를 짓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미 세계 여러 구호단체에서도 수 차례 시도한 일이었다가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숱한 난관을 헤치고 기어이 ‘하늘 아래 가장 가까운 학교’를 완공해낸 엄홍길 대장의 진심에 마을 주민들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건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믿음직한 동반자, 파라다이스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고봉 16좌를 등정한 엄홍길 대장의 도전정신은 이제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을 전파하는 대장정으로 그 맥을 잇고 있다. 어쩌면 히말라야 고봉보다 더 어려운 고지일 수도 있지만, 초조하지 않단다. 그런 엄 대장에게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고 했다.
"남다른 사명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파라다이스의 의미 있는 행보에 합류하게 돼 기쁩니다. 기실 휴먼재단의 학교 건립도, 히말라야 16좌 등정도, 저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었어요. 난관에 부딪혔을 때 자일과 링을 던져준 대원들, 히말라야를 잘 아는 셰르파의 지원, 등정에 필요한 경비를 후원한 스폰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돌이켜 보면 숱한 위기의 순간마다 가장 절실했던 건 믿음이었습니다. 동료 대원과 셰르파는 물론 베이스캠프 요원들까지, 서로 굳게 믿지 않으면 바로 위기로 이어지는 게 산행이니까요.”
2004년 에베레스트 등정 중 실종된 동료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는 대장정에 오르며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인연을 맺은 엄 대장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파라다이스와 함께해왔다. 지난 5월, 두 차례 강진으로 인명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네팔에 구호 활동을 떠난 엄홍길 대장은 파라다이스 그룹의 2억 원 구호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히말라야 정복의 기쁨에 전율했던 초년병 시절에도, 산에서 내려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지금도, 그는 여전히 쉬지 않고 한계에 도전하며 두터운 신뢰를 양산하고 있다. 그것이 ‘대장’ 엄홍길의 힘이다.
※ 2007년 파라다이스상 수상자이기도 한 엄홍길 대장은 현재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의 감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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