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의 오아시스라고 할 수 있는 청계천. 지난 2005년 복원되자마자 서울 시민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천(川)입니다. 태평로 입구 청계광장에서 마장동까지, 도중에는 스무 개가 넘는 다리가 저마다 다른 모양새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벽화와 분수, 수시로 열리는 공연이나 전시회 등 볼거리도 풍부한데요.
청계천 하류의 모습
그런데 이는 주로 복원이 완료된 상류 구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아직도 복개된 하류 부분은 생계를 위해 바삐 움직이는 시장통이 밀집해 있고, 갖가지 물건을 파는 노점상과 낡은 건물들이 모여 있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습니다. 오늘은 파라다이스가 여러분이 자주 접하는 청계광장 쪽이 아닌 청계천 하류 9가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청계천 거꾸로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청계 9가와 동대문구청 사이에 위치한 청계천 문화관 맞은 편에는 아담한 판자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 전경
이 곳은 1950, 60년대에 서너 평 남짓한 좁은 방들이 수상가옥처럼 다닥다닥 길게 늘어서있던 청계천변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 입니다. 부모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거리를, 자녀들에게는 가난하지만 정겨웠던 옛 시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인데요. 당시의 생활상과 물품, 문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구멍가게를 재현해 놓은 모습
‘광명상회’라는 낡은 철제간판이 내걸린 구멍가게로 들어서자 천장에 빨래집게로 걸어둔 조미료 ‘미원’과 주황색 라면 봉지부터 캔 분유, 불량식품까지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소품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옛날 집안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모습
상점을 지나면 과거 청계천 판잣집의 ‘안방 겸 공부방’을 그대로 옮겨둔 곳이 등장하는데요. 전시실을 둘러보던 7080 세대는 가지런히 정리된 담요와 낡은 나무 책상, 벽에 걸린 검정 교복과 마주치자 “그땐 그랬지”하며 추억을 회상하는 듯했습니다.
다방을 재현해 놓은 모습
LP판 가득한 뮤직박스 다방. 달큰한 다방 커피와 함께, 금방이라도 DJ가 감미로운 목소리로 곡을 띄워줄 것 같지 않나요? ‘이번 신청곡은~ ’
국민학교 교실을 재현해 놓은 모습
추억의 교실에 들어서자 삐그덕하는 낡은 나무 바닥이 반겨주었는데요. 선생님이 앉아서 반주하던 오르간이나 조그마한 나무 책걸상, 빛 바랜 졸업사진이 아득한 옛 교실을 추억하게 만들었습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재현해볼 수 있는 체험존
테마존 한편에는 ‘학창시절 체험’ 코너가 있어 교복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할 수도 있었는데요. 고교 시절 입었던 교련복을 입고 거울에 비춰보는 관람객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답니다.
내부 관람을 마친 뒤 문을 나서자 줄지어 세워져 있는 연탄과 리어카를 마주할 수 있었는데요. 관람이 끝날 때까지 마치 1960~70년 당시의 청계천 판자촌에 와있는 것 같았습니다. 청계천 판잣집과 그 속에 남겨진 생활의 흔적들,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 청계천변 서민들의 애환과 삶을 담고 있었습니다.
+info. 판잣집 테마존
운영기간 : 연중 10:00~19:00 운영(매주 월요일 휴관/5~10월 금·토 20시까지)
관람비 : 무료
위치 : 청계천문화관 앞 (청계 9가)
문의 : 02) 2290-6114
서울풍물시장은 청계 7~8가 사이에 위치해있는데요. 1950년대를 전후해 형성된 황학동 도깨비시장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당시 노점상들은 서울 시내와 미군부대 등에서 흘러나온 중고 생활물품을 내다 팔며 거대한 장터를 만들었는데요. 이후 벼룩시장, 개미시장, 최후의 시장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며 서울 서민들의 역사와 함께했습니다.
서울풍물시장 입구
이후 2004년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주, 2008년에는 동대문 운동장의 공원화 사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지금의 서울풍물시장인데요. 2층짜리 철골구조물로 되어 있는 이 곳은 생활잡화, 공예골동품, 의류, 지역 특산품 등 물건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있어 구경하기가 편리했습니다.
서울풍물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보이는 모습
수많은 물건 중 역시나 구경하기 재미있는 것은 공예골동품들이었습니다.
줄줄이 붙어있는 공예골동품 상점들
시장에 가면 특별히 구입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구경을 하러 들어가는 것이 부담이 되곤 했는데요. 이곳은 실내임에도 상가들이 문 없이 개방된 상태로 퍼져있어 신나게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골동공예품
대충 봐도 수백 년은 족히 돼 보이는 각종 골동품을 비롯해 희귀 레코드판과 오래된 축음기, 필름 카메라처럼 평소에는 쉽게 보기 힘든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만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양한 골동공예품
일정한 배열 없이 쌓여 있는 장난감 더미. 빛 바랜 색깔이 오히려 빈티지함을 살려주었는데요. 이 안에서 뜻밖의 보물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다양한 골동공예품
서울풍물시장은 오래된 물건일수록 대접받고 버려진 물건에 생명을 불어 넣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공예골동품 상가 이외에도 카메라상가, 음반상가, 전자상가, 보석상가, 액세서리 상가, 악기상가 등 다양한 상가들이 포진되어 있어,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들도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요. 상가마다 각각이 특색이 있기 때문에 구경할 때 지루할 틈이 없어,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분명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info. 서울풍물시장
영업시간 : 10:00 ~ 19:00 (식당가는 22:00까지)
휴장일 : 매 달 두 번째, 네 번째 화요일
서울 동대문구 천호대로 4길 21로
문의 : 02) 2232-3367
이 외에도 청계천 옆 길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새 등을 마주칠 수 있었는데요. 청계천 상류에 비해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산책하기에 딱 좋은 길이었습니다.
오늘은 청계천의 역사와 추억을 되새길 만한 장소 두 곳을 다녀왔는데요. 청계 9가의 물길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오며 둘러 본 판잣집 테마존과 서울풍물시장에는 옛 시절 서울 시민들의 삶의 체취가 남아있는 듯 했습니다. 청계천의 색다른 모습을 마주하고 싶으시다면 청계천 거꾸로 나들이는 어떠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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