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본질은 치유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예술 작품을 감상할까요? 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전시회에 찾아갈까요?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그냥 즐거워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예술의 본질은 치유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하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전시회의 주인공 ‘마크 로스코’ 인데요.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인 마크 로스코전에 각 계의 유명인사를 비롯한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마크 로스코가 왜 예술은 치유라고 이야기했는지, 이번 전시회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파라다이스가 직접 마크 로스코전에 다녀왔습니다.^^
마크 로스코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마크 로스코전 티켓
배우 유지태가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 안내
마크 로스코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은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티켓을 구매하고 전시회장에 들어가려고 보니, 배우 유지태씨가 전시회의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했다는 안내 팻말을 볼 수 있었는데요. 다른 오디오 가이드와는 다르게 연극 대사와 같은 해설 진행으로 마치 마크 로스코와 대화하는 듯한, 한 편의 오디오 드라마를 듣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자연스럽게 오디오 가이드를 신청하여 이어폰을 귀에 꽂고 전시회를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마크 로스코전 전시회장 입구
전시회는 크게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섹션의 순서대로 따라 감상을 하다 보면, 로스코의 작품 세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의 예술가로써의 삶은 어땠는지를 알 수 있었는데요. 각 섹션을 대표 작품과 함께 순서대로 만나보겠습니다. ^^
1. 신화의 시대 |
2. 색감의 시대 |
3. 황금기 |
4. 벽화의 시대 |
5. 부활의 시대 |
마크 로스코의 초기 작품세계 |
로스코 그림의 전성기로 가는 과도기의 작품 |
로스코 스타일을 확실하게 구축한 시기. |
자본을 거부한 예술가적 정신을 볼 수 있는 벽화 시리즈 |
로스코 삶의 마지막 작품 전시 |
1. 신화의 시대
신화의 시대는 마크 로스코가 작품세계를 일구어 가는 시기의 그림들로 그리스 신화, 전설,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크로스코 도록 내 지하철 판타지(1940년경)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은 ‘지하철 판타지’입니다. 이 작품은 지하철 풍경을 나타냈지만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은 아닌데요. 도시 생활의 수동성, 고립된 삶을 보여주고자 어두운 색과 거친 붓터치를 사용하고, 형태를 기이하게 묘사했습니다. 로스코는 일반적인 회화 방법을 통해서는 인간의 감정을 흔들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렇기에 어떤 표현 방법을 통해야 관람객과 교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하는 시기였습니다.
2. 색감의 시대
색감의 시대는 로스코가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을 찾아나가는 과도기적 시기입니다. 바로 ‘멀티폼’이라는그림 양식을 구축하였는데요. 커다란 캔버스에 공간과 색을 배치하는 새로운 방식이었습니다.
마크로스코 도록 내 작품번호9 (1948년)
멀티폼 양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번호9’입니다. 크고 작은 투명한 색 덩어리들이 둥둥 떠다니며 캔버스를 물들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로스코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작품에서 생명이 느껴지고 감정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특정한 형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또한 로스코는 이 시기부터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거나 번호를 붙였는데, 관람객이 작품 제목에서 어떤 의미를 찾으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합니다.
3. 황금기
로스코는 무질서한 멀티폼 형태가 관객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래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색덩어리 수를 줄이고 캔버스를 확장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았습니다.
마크로스코 도록 내 무제 (1956년)
이 시기의 대표작인 ‘무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작품 형태의 변화를 통해서 색 사이의 관계, 긴장,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데요. 작품에 있는 검은색은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며, 흰색도 그냥 흰색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번 덧칠하고, 로스코만의 기법을 사용하여, 색채를 통해서 작품마다 어떤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각 작품마다 떠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그와 관련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서서히 작품과 교감하게 되었습니다.
4. 벽화의 시대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로스코의 가치를 인정하였으며 작품가 역시 최대를 찍는 시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이들에게는 작품을 판매하지 않으며 자신의 예술성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그것을 나타내는 것이 바로 ‘시그램 벽화’ 일화입니다.
마크로스코 도록 내 무제(시그램벽화스케치,1959년)
로스코는 시그램사라는 큰 기업으로부터 벽화 시리즈를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로스코는 벽화를 제작하지만, 결국에는 작품을 관람할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에 큰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파기하는데요. 이를 통해 자신의 예술성을 지키고자 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일화는 전시회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5. 부활의 시대
샤진 촬영이 가능했던 무제(1970년)
이번 전시회의 마지막 작품은 로스코가 자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이 작품은 화염이 몰아치는 듯한 주홍빛, 마치 화장터의 불길을 연상하게 하는데요. 일명 ‘피로 그린 그림’이라는 별명의 이 작품은 면도칼로 동맥을 그어 자살했던 그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나는 색의 관계나 형태, 그 밖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단지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들, 그러니까 비극, 황홀, 숙명 등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내 그림을 대할 때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은, 내가 인간의 기본 감정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느낀 것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하는 것이다.” -마크로스코- |
관람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 마크 로스코
작품과의 교감을 극대화시키는 전시공간 구성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는 ‘전시 공간’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을 들여서 자신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자신의 작품과 교감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서도 전시 공간이 굉장히 잘 구성되어 있는데요. 우선 전시회장 곳곳에 앉을 수 있는 의자와 방석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앉아서 한 작품을 오랜 시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로스코는 관람객이 그림에서 색이 이동하는 운동감을 느끼고, 작품이 나를 감싸 안는 것을 경험하고, 그림을 통해 사색을 하기를 바랬습니다.
또한 ‘3.색감의 시대’ 섹션부터는 전시회장 벽이 ‘디귿자’ 형태로 나뉘어져, 각각 작품들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는 관람자가 한 작품을 보는 동안 다음 작품이 벽면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이 벽면을 지났을 때에 다음 작품을 처음 마주하고 느끼는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이 외에도 어두운 조명, 흘러나오는 음악 등을 통해서 전시 작품을 최대한 집중하여 볼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또한 이번 전시회는 실내 촬영이 불가능하며, 단 두 작품만 핸드폰으로 촬영이 가능한데요. 이 역시도 사진으로 작품을 기록하기 보다는, 작품 자체를 바라보면서 온전히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의도가 아닐까요?
예술을 종교로 승화시키다_로스코 채플
실제 로스코 채플 @ 구글이미지
“난 평생 꿈꿔왔어.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 관람객들이 작품을 들여다보고, 사색하고,
내가 그림에 들였던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예배당 같은 곳. 교감의 장소! 거긴 사원이 될꺼야.”
이렇게 전시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로스코는 이를 극대화시킬 장소를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이러한 장소가 바로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채플’ 입니다. 이 장소는 종교를 뛰어 넘어, 완전히 오브제에 몰입하여 명상하고, 사색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환대를 받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회에도 로스코 채플을 재연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폐쇄된 구조, 완전히 어두운 공간, 흘러나오는 신성한 음악, 죽음을 내비치는 어둠의 그림.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좀 더 깊게 죽음과 삶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 공간을 통해 실제 로스코 채플의 느낌이 어떨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으며, 극도로 잘 구성된 전시 공간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전시회장 마지막 공간에 있는 방명록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를 다녀갔습니다 ^^
로스코 전시회 도록 & 기념품 판매
“나는 네 심장을 움직이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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