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속에는 한국인의 민족성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얽혀있습니다. 자연에서 즐거움을 찾는 특유의 풍류 사상은 너그러운 한복의 실루엣에 녹아 있으며, 장식을 최소화하고 면과 선을 절약한 디자인에서는 절제가 주는 미덕에 대해 느낄 수 있죠. 외에도 복락을 상징하는 다양한 무늬와 색을 접목해 옷에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재미난 건 이러한 자연미, 절제미, 상징미가 현시대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패션의 형태가 되었다는 것인데요.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특성을 띤 우리의 옷, 한복이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던 그 결정적 순간들을 소개합니다.
파리 장식미술관 한국특별전 <코리아 나우! - 2015 한국복식전>
2015년 9월,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장식미술관에서 <코리아 나우! 2015>가 개최되었는데요. 한국 공예, 패션, 그래픽디자인 등 세 분야에서 총 151명의 작가가 1,5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큰 규모의 전시였습니다. 이중 스타일리스트 서영희가 예술감독을 맡은 <OBANG : Five Colors in Korean Mode> 패션전이 모두의 주목을 끌었는데요.
한국적 우주관을 담고 있는 오방색의 개념과 성격에 따라 다섯 구역으로 구성된 패션전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한복이 소개되었습니다. 전시에서는 이영희, 김혜순, 김영석, 이혜순 등 한복 디자이너부터 앙드레 김, 진태옥, 이상봉, 준지 등의 현대 패션 디자이너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장 24인이 참여했는데요. 패션의 기원지라 불리는 파리에서 약 4개월간 지속된 전시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한복에 담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회였습니다.
2017 아름지기 해외 특별전시 <Couture Korea 우리의 옷, 한복>
살아 움직이는 전통을 만들기 위해 과거에 대한 보존은 물론이고 미래에 대한 제안도 함께 제시하는 아름지기 재단. 그들이 한국 통의동 전시관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으로 무대를 옮겨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었는데요. 2017년 11월 3일부터 2018년 2월 4일까지 <Couture Korea 우리의 옷, 한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전시는 조선시대 궁중에서부터 동시대 파리의 런웨이까지 한복의 살아 있는 역사를 보여줬습니다.
이 전시는 미국 내 주요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한국 패션 전시로 의미를 더했는데요. 전통문화를 그대로 재현한 복식은 물론이고, 한국 패션계의 거장 디자이너 진태옥과 테크 섬유에 정통한 디자이너 임선옥 등이 선보인 현대화된 한복, 샤넬의 칼 라거펠트의 버전으로 해석된 모던 한복까지. 한국의 전통 의복에서 확장된 세계인들의 공감을 끌어낼 한복을 선보였습니다.
샤넬 2015/16 크루즈 컬렉션
외국인들의 눈에 한복은 어떤 느낌일까요? 그 질문에 샤넬의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심도 있는 답을 내놨는데요. 2015년 5월 4일,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한복을 모티브로 한 샤넬 2015/16 크루즈 컬렉션 쇼가 열렸습니다. 전통적인 한복은 칼 라거펠트의 손을 거쳐 동시대적인 의상으로 거듭났는데요.
조각보를 연결해서 완성한 드레스부터 철릭을 연상시키는 드레스, 색동 모티브, 머리 장식으로 이용된 가채 등 한복의 요소들이 샤넬의 시선에 따라 모던하게 선보여졌죠. 특히, 칼 라거펠트는 우리나라 특유의 조각보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의 유일한 기법”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이후 샤넬 크루즈 의상은 영화 <옥자> 시사회에서 틸다 스윈턴이 착용하며 한복이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옷임을 증명했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를 통해 한국이 보여주건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뿐 아니라 한국인의 정, 그리고 한복의 가치였습니다.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에서는 마치 쿠튀르 의상과도 같았던 한복들이 등장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는데요.
막 고구려 벽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도트 패턴의 옷을 입을 무용수, 백색의 한복 위로 와이어와 비즈로 만든 페티코트를 입은 피켓 요원 등을 통해 21세기 형으로 진화한 한복의 모습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회식에서 태극 문양 퍼포먼스로 귀와 눈을 즐겁게 해준 장구 연주자들의 한복과 피겨 아이스 댄스 대표인 민유라, 알렉산더 겜린 조의 무대 의상 역시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본 포스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련된 감각으로 소개하는
한류 문화 매거진 '韩悦(한웨)'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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