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ART

본문 제목

다시 읽어보는 한국문학, 독립의 희망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

2019. 12. 11.

본문

 

윤동주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현대문학관

 

한국현대문학관은 지난 1997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 종합문학관입니다. 민족의 정신이 담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되었죠. 파라다이스 그룹은 한국현대문학관을 통해 우리 문학의 저력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삶 속에서 문학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현대문학관은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각종 사료와 희귀자료들을 소장하고, 이를 소개하는 콘텐츠와 행사, 전시 등의 정보를 담은 ‘소문예지’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데요. 올 11월에 발간된 80호에는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수록하여 윤동주의 삶과 문학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습니다. 시인 윤동주의 삶과 문학세계를 함께 살펴볼까요?

 

윤동주 시집으로 다시 읽어보는 한국문학①

윤동주 시세계와 꼭 닮은 어린시절 이름 ‘해환’


윤동주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학생, 윤동주 1917년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의 어린 시절 이름은 ‘해처럼 빛나라’는 뜻의 ‘해환’으로, 우리말 ‘해’에 한자 ’빛날 환煥’을 붙여 불렀습니다. 일제 치하의 어두운 시대 현실 속에서 ‘하늘, 별, 아침’으로 상징되는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며 자신의 길을 찾으려 노력했던 윤동주의 시세계와 꼭 어울리는 이름이죠. 윤동주는 다방면에 뛰어난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동시 「조개껍질」, 「비둘기」 등을 써서 교내 잡지에 발표하며, 기하학을 좋아하고 축구 선수로도 활동했는데요. 바느질도 잘해서 축구부원들의 유니폼에 손수 번호표를 달아주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언니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

 

여긴 여긴 북쪽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짝 잃은 조개껍데기

한 짝을 그리워하네

 

아릉아릉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소리

 

– 윤동주, 동시 「조개껍질」(1935년 12월, 봉수리에서) 

 

윤동주

 

시를 좋아해 책을 열심히 읽던 아이 윤동주는 중학 시절에 『정지용시집』(1936. 3. 10, 평양에서 구입), 한용운의 『님의 침묵』, 김영랑의 『영랑시집』, 『을해명시선집』 등을 직접 사서 읽었습니다. 특히 『정지용 시집』을 좋아해서 책의 곳곳에는 그가 쓴 메모와 밑줄 친 대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백석의 시집 『사슴』은 끝내 구할 수 없자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시를 전부 베껴 필사본으로 만들어 간직했다고 전해집니다. 동생 윤혜원이 들려준 다음의 일화에서 어린 윤동주가 얼마나 책을 열심히 읽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동주 오빠가 중학생 때 아버지께 야단맞던 걸 본 일이 있어요.

용정은 추운 곳이라서 학생들은 겨울이 되면 으레 양복점에가서 학생복의 안에 따로 천을 대어 입었지요.

그런데 오빠가교복에 안감 대라고 준 돈으로 안감을 대지 않고 달리써버려서 야단치신 거예요.

나중에 오빠가 어머니께‘그 돈으로 책을 샀다’고 고백하더군요.

 

– 윤동주 동생 윤혜원 인터뷰(송우혜, 『윤동주 평전』, 세계사, 1998)

 

윤동주 시집으로 다시 읽어보는 한국문학②

일제의 탄압 시절 민족 사랑과 독립의 희망을 노래한 윤동주


▲윤동주 용정 광명중학교 학적부

 

현실에 저항할 수 없는 지식인의 고뇌와 갈등을 담은 시

 

윤동주의 용정 광명중학교 학적부를 보면, 일어와 조한(조선말)의 성적을 보면 일본어는 3과목의 성적이 모두 기록되어 있고, 조선어는 독본, 문전, 작문 중 독본만 시험 점수가 적혀있습니다. 나머지 2과목은 배우지 않는 것으로 조선어 과목을 축소해서 가르쳤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 조선어 말살 정책의 일면을 알 수 있습니다. 일제가 국가총동원법을 적용하던 시기에 윤동주는 2학년 때부터 동시 쓰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이때 쓴 「자화상」에는 식민지 시기에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고뇌와 갈등이, 「투르게네프의 언덕」에는 기만적인 이웃 사랑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담겨있어 당시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유학 첫 해인 1942년 여름방학에 귀향한 윤동주(뒷줄 오른쪽)와 송몽규(앞줄 가운데)

 

윤동주는 연희전문을 졸업하기 전 자필로 3권의 시집을 엮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시집의 제목은 ‘병원’으로 일본에게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조선의 현실, 조선인의 암울한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십자가」, 「슬픈족속」, 「또 다른 고향」 같은 시들에 담겨 있는 어두운 현실 비판 의식이 일본의 검열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기에 윤동주는 시집 출간을 보류한 채 일본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병원’은 후에 윤동주가 죽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출간되죠.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험, 이 지나친 과로, 나는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한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여자의 건강이—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 윤동주, 시 「병원」 (1940. 12)

 

일본 유학을 위해 창씨개명을 할 수밖에 없는 치욕스러운 현실, 그러한 현실에 저항할 수 없는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윤동주는 시 「참회록」에 담았습니다. 「참회록」은 1942년에 그가 조국에서 쓴 마지막 작품입니다. 「참회록」의 친필원고 여백에 남아 있는 단어, ‘부끄러움’, ‘치욕’ 등에서 당시 그의 심경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데요. 윤동주의 친필원고 맨 끝에 있는 시를 쓴 날짜에서, 마치 일기를 쓰듯 한 편 한 편 시를 쓰며 아픈 시대 현실을 이겨내는 윤동주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를 세상에 알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을 준비하던 중 일본에서 체포되었습니다. 조선인 유학생들을 모아 조선의 독립과 민족문화의 수호를 선동했다는 제목으로 체포되어 광복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죽음을 맞았습니다. 1948년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가 자필로 남긴 3권의 시집 중 절친한 벗 강처중이 보관하고 있던 유고와 후배 정병욱이 가지고 있던 시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윤동주의 생애와 대표적인 시를 담은 상징적인 작품으로 「서시」를 비롯해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쓰여진 시」 등 3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정지용 시인은 서문에 윤동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일제 시대에 날뛰던 부일문사 놈들의 글이 다시 보아 침을 배앝을 것뿐이나, 무명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 한이 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

–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서문 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의 「서시」는 세 연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연은 ‘하늘-부끄럼’, 둘째 연은 ‘바람-괴로움’, 셋째 연은 ‘별-사랑’으로 각각 짜여있는데요. 서시의 시적 자아는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를 상징하는 ‘하늘’을 쳐다보며 부끄러움 없는 삶을 소망합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은 시적 자아의 간절한 소망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데,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구절에서 그가 지향하는 바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는 구절에서 확고하면서도 신념에 찬 결의가 느껴지는데요. 험난한 그 길을 묵묵히 헤쳐나가겠다는 시적 자아의 의지가 느껴져 시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자기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서시의 구절처럼 시인 윤동주는 일제 탄압 속에서 나라의 독립을 희망하는 마음으로 민족을 사랑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갔습니다. 시인 윤동주가 남기고 간 시를 읽어보며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현대문학관에서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깊은 울림을 느껴보세요. 

 

한국현대문학관 Info.
- 정보:홈페이지 바로 가기
-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 268 (장충동2가) 한국현대문학관
- 전화: 02-2277-4857~8

 

이런 포스트는 어떠세요?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