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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아트 스페이스 전시, A.A.Murakami <New Nature>

2026.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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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닮지 않고, 자연처럼 움직이는 예술 작품
A.A.Murakami <New Nature>가 펼친 세 개의 풍경 

 

자연을 표현하는 예술은 오랫동안 ‘재현’의 방식에 기대어 왔습니다. 산을 조각하고, 말간 꽃의 색을 칠하고, 빛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사진에 담아왔죠. 그렇다면 자연의 모습을 재현하는 대신, 만들어지고 변화하며 사라지는 자연의 원리 자체를 작품으로 표현한다면 어떨까요.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A.A.Murakami의 <New Nature>는 자연을 탐구하는 국내 첫 개인전입니다. 2026년 9월 1일부터 2027년 2월 1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New Spring’, ‘Beyond the Horizon’, ‘Mud Paintings: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Series’를 통해 자연의 생성과 변화, 그리고 소멸을 하나의 감각적인 여정으로 펼쳐 보입니다. 


<New Nature>는 작품 안에 머물며 움직임과 변화를 직접 느끼게 하는 전시로 예술을 하나의 감각적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점에서 파라다이스가 추구하는 아트테인먼트(Art+Entertainment)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작품 사이를 거닐고, 시선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전시를 완성하는 관람객이 장면의 일부가 됩니다. 

 

 

 New Spring, 피어나는 동시에 사라지는 봄 


전시장 1층,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6.4미터 높이의 나무 형태로 세워진 ‘New Spring’입니다. 거대한 구조물이 스물네 갈래로 뻗어진 후 그 끝에서 안개를 머금은 하얀 비눗방울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방울은 나뭇가지 끝에 잠시 메달렸다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공중으로 가볍게 튀어 오르거나 이내 터져 사라집니다. 작품은 끊임없이 방울을 만들어내고 그 움직임은 마치 일정한 듯 보이지만, 작품이 그려낸 풍경에는 정해진 순서가 없습니다. 어떤 방울은 바닥에 떨어져 오래 머무르는 반면, 다른 쪽에 피어난 방울은 흔적도 없이 금방 사라집니다. 그리고 장면이 다시 반복되지 않습니다. 

 

‘New Spring’ 작품 앞에 서 있으면 곧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방울 움직임을 끝까지 따라가게 됩니다.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낸 버블이 금새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피어나는 순간부터 사라짐을 느끼게 하는 점이 자연 그 자체의 생태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 

 

 

Beyond the Horizon, 빛을 품은 구름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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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공간 속 어딘가에, 안개를 품은 커다란 비눗방울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희미한 빛을 머금은 방울은 허공을 떠다니다 터지고, 안개가 되어 공기 속으로 풀려납니다. ‘Beyond the Horizon’은 사뭇 다른 분위기로 한층 깊고 고요한 분위기로 마주하게 됩니다. 

방울이 떠오르는 방향도, 터지는 순간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거대 방울을 생성해 내는 기계장치는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안개와 공기, 그리고 빛의 미세한 차이로 매번 새로운 장면을 생성해 냅니다. 기술이 무대를 마련한다면,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인 셈입니다. 

구름은 오래전부터 덧없음과 변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형체가 있는 듯 금세 경계를 잃고 사라지는 구름을 표현한 듯한 ‘Beyond the Horizon’은 구름이 태어나는 순간과 공기 속으로 다시 흩어지는 과정을 가까이 바라보게 합니다. 어디까지 자연이고, 어디까지 기술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계에 놓이는 순간 작품이 건네는 질문을 깨닫게 됩니다 -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의 형태일까, 아니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일까?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시간이 무늬가 되는 과정 


한편 아트 스페이스 전시장 2층에서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Mud Paintings: From ‘A Thousand Layers of Stomach’ Series’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앞선 두 작품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찰나에 집중했다면, 이곳에서의 풍경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태가 축적된 자연의 방식에 주목합니다. 작품의 출발점은 도쿄에서 된장국을 먹다 발견한 바지락 껍데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는 조개껍질의 복잡한 무늬에는 조개의 성장이 담긴 시간과 주변 환경의 흔적이 고스란히 쌓여 나름의 복잡한 질서를 일으키고 있던 거죠. 


오랜 연구를 통해 조개껍질의 무늬가 형성되는 방식을 생물학적 알고리즘으로 해석하고, 이를 다시 컴퓨터 코드로 변환했습니다. 이 코드를 따라 움직이는 머드 플로터(Mud Plotter) 머신은 진흙 위를 오가며 표면을 천천히 재구성합니다. 하나의 패턴이 다음 패턴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진흙 위에는 이전에 없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이 자연의 외형을 묘사하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머신은 조개껍질의 무늬를 복제하는 대신, 무질서 속 질서가 서서히 형성되는 자연의 작동 방식을 반복합니다. 작가가 미리 완성된 이미지를 그려 넣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기계, 재료와 시간이 서로 영향을 주며 형태를 스스로 생성하도록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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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위 모습을 드러내는 무늬를 바라보는 동안 작품은 우리에게 또 다른 질문을 건넵니다.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주체는 인간일까, 기술일까, 아니면 그 모두를 움직이게 하는 자연의 법칙일까요. 작품은 그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대신 인간과 기술, 자연이 함께 세계를 빚어내는 긴 시간을 천천히 사유하게 합니다. 

 

 

덧없음을 설계하는 기술, A.A.Murakami의 ‘Ephemeral Tech’ 


A.A.무라카미는 일본의 아즈사 무라카미와 영국의 알렉산더 그로브스로 이뤄진 아티스트 듀오입니다. 도쿄와 런던을 기반으로 조각과 설치, 디지털 아트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과 기술을 탐구해 왔으며 뉴욕 현대미술관(MoMA), 파리 퐁피두 센터, 홍콩 M+ 등 세계 주요 미술관의 컬렉션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다루는 개념은 '에페머럴 테크(Ephemeral Tech)', 우리말로 옮기면 '덧없음을 만들어내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흔히 기술은 더 오래, 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쓰입니다. 그러나 A.A.Murakami는 기술을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동시킵니다. 안개와 비눗방울, 빛처럼 붙잡아 둘 수 없는 재료를 활용해 단 한 번만 존재하는 장면을 만드는 거죠. 정교하게 설치된 장치는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지만, 그 안에서 태어나는 풍경은 공기와 빛, 주변 환경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집니다. 


전시의 주제인 '자연 이후의 자연(Nature after Nature)'도 여기서 출발합니다. 자연이 따르는 물리 법칙과 수학적 원리를 그대로 작동시켜 이전에 없던 자연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 비눗방울과 안개, 빛과 진흙 같은 익숙한 재료가 그 도구가 됩니다. 전시는 이렇게 만들어진 세 개의 설치 작품으로 채워지며, '생성'과 '소멸'이라는 두 축을 따라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집니다.

 

 

예술을 바라보는 공간에서,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New Nature>의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재료와 기술을 사용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작품이 고정된 모습으로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느 순간 작품 앞에 서 있느냐에 따라 마주하는 풍경이 달라지고, 비눗방울을 만져보기도 하면서 공간과 기술, 시간과 우연이 함께 만들어지는 하나의 에피소드인 셈이죠. 바로 이 지점에서 파라다이스의 아트테인먼트와 마주하게 됩니다. 


파라다이스에게 예술은 공간을 장식하는 요소로 머물지 않습니다. 예술과 공간,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누구나 가까이서 다양한 감각을 즐기고 경험으로 확장해 가는 것. 기술을 설명하기보다 비눗방울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은 <New Nature>의 방향과도 닮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전시는 자연을 담아내는 예술의 오랜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자연을 닮게 옮기는 재현을 넘어, 자연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원리 그 자체를 예술로 불러낸다는 것. 무언가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장면을 지켜보는 동안, 우리는 짧은 순간들이 모여 이루는 시간의 크기를 새삼 헤아리게 됩니다. 예술과 즐거움이 하나로 포개지는 그 경험을,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직접 마주해 보시길 권합니다.

 

※ A.A.무라카미 개인전 <New Nature> Info.
- 정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 장소: 파라다이스 아트 스페이스(PARADISE ART SPACE) 
- 기간: 2026년 9월 1일(화) ~ 2027년 2월 10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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