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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수많은 역할을 통해 삶이 가지고 있는 희·비극을 표현한 황정민은 오늘도 관객과 새롭게 소통하기 위해 열심히 고민하는 배우입니다. 


영화 <아수라>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정민은 하나의 쇼트 안에서도 단일감정이 아닌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다. 국내에서 그런 배우를 본 적이 없다. 그는 너무 근사한 사람이라서 옆에 있으면 나도 왠지 근사한 행동을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영화 <히말라야> 이석훈 감독은 황정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황정민은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 누구보다도 먼저 현장에 나온다. 열정이 대단히 많다.” 


사실, 배우 황정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자면 끝도 없습니다. 연기 괴물 황정민은 지금껏 수많은 영화를 통해 우리를 웃겼다 울렸다 괴롭혔다 위로했지요. <너는 내 운명>, <신세계>, <국제시장>, <베테랑> 등 그가 나왔다 하면 관객들은 일단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최근 <군함도> 촬영을 마치고 <공작> 촬영에 들어간 그가 모교인 계원예고에 등장했는데요. 계원예고 연극영화과 7기인 그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가 된 공로로 ‘자랑스러운 계원인상’ 수상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가 학교에 나타나자 학생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모교를 방문하니 기분이 어떤가요? 특별히 생각나는 기억이 있나요?

학교에는 자주 들르는 편이에요. 작년에도 특강하러 왔었거든요. 제일 좋았던 기억은 연극영화과 전공수업이에요. 전체 8교시 중 4교시가 전공수업이었는데 대학교 수업처럼 진행돼서 무척 재미있었어요. 일반 과목 선생님들이 “전공 수업을 들을 때는 우리 눈이 반짝 반짝거리는데 일반 과목 수업할 때는 우리 눈이 흐릿하다”며 뭐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웃음)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연극 공연을 끝내고 펑펑 울었다고 들었어요. 

아마 누구나 첫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나면 그렇게 다 울 거예요. 당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다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했던 연기라 기억에 많이 남네요. <수업료를 돌려주세요>라는 워크샵 공연이었는데 거기서 전 물리 선생님 역할을 했어요. 아유, 사실 너무 못했어요(웃음). 게다가 경상도에서 서울로 올라 온지 얼마 안돼 사투리 때문에도 고생을 좀 했죠. 


당시에도 어렴풋하게나마 이렇게 영화배우가 될 거라고 믿고 있었나요? 

아뇨. 그때는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고 스태프도 하고 그랬어요. 전 단지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연극이라는 예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대학교에서는 무대 미술을 전공하고 연기는 군대 다녀와서 시작했죠. 


필모그래피가 쌓여가면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되는 부분도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연기를 하면서 가장 확신하는 부분과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매번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헷갈려요.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역할이니까 헷갈려요. 그래서 늘 이 일이 재밌고 새로운 거죠.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지겨울 수 도 있는데 매 작품마다 이야기도 다르고 인물도 달라서 늘 새롭고 어려워요. 그래서 항상 고민하죠. 확신은 없어요. 제가 확신을 갖고 있으면 관객들과 마주하지 못할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연기를 보고 오히려 관객들이 좋다, 나쁘다고 해주는 거죠.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관객과의 소통이에요 




연기를 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것도 있나요?

지금까지 촬영한 영화 중 제일 힘들었던 작품이 <히말라야>였어요. 전 리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뒤로 빠져 있는 걸 좋아하고 게으름 피는 걸 좋아하는데 <히말라야>에서 제가 극중 대장 역할을 맡다 보니 실제로도 배우들과 스탭들을 이끄는 리더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배우들과 스탭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못했어요. 제가 주인공인데 힘들다고 하면 다들 그럴 거잖아요. 늘 안 힘들다고, 늘 괜찮다고 했어요. 항상 스탭들보다 일찍 촬영 현장에 현장에 나오고요. 근데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그리고 리더십의 요건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죠.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책임감과 자질도 중요한데 스스로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도 깨달았죠. 


만약 자신에 대한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첫 장면으로는 어떤 게 좋을까요?

아무래도 제가 2005년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받았을 때 했던 ‘밥상 소감’ 장면으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당시 그는 “사람들에게 나를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소개한다.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을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그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그 장면이 좋겠어요. 그 생각 역시 그대로고요. 전 영화 촬영할 때 함께 작업하는 스태프와 배우들을 큰 인연으로 생각해요. 제 필모그래피의 한 순간을 그들과 함께 하는 건데 얼마나 소중한 인연이에요. 그 순간은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거잖아요.


한국의 전통 문화 중 특별히 관심 있는 것도 있나요?

어렸을 때부터 야유(野遊)라고 하는 한국 전통 놀이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교 때 부전공이 사진이어서 굿 하는 장면도 많이 찍으러 다녔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물놀이도 접하게 됐죠. 한국의 전통놀이는 샤머니즘과 닿아 있어 종교적 색깔이 강하지만 사실 그건 신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소통에 대한 거예요. 사물놀이에 쓰이는 악기들도 모두 천둥 번개(꽹과리), 바람(징), 비(장구), 구름(북) 등 자연을 본 따서 만든 거예요. 놀이도 마당, 즉 바깥에서 하는 등 자연과 굉장히 맞닿아 있죠.


좋아하는 한국 간식도 있을까요?

아뇨, 한국 간식 싫어해요. 어렸을 때 집에 돈이 없으니까 할머니가 만날 한과를 간식으로 만들어주셨는데 그게 너무 먹기 싫었어요(웃음). 전 초콜릿이나 비스킷을 먹고 싶었거든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고등학교 생활이 가장 궁금한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영화 <신세계>의 정청요. 그가 학교나 제대로 갔을까 궁금하네요. 고등학교 다니다가 사고 쳐서 잘리지나 않았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