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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전숙희 문학상 수상자 ‘허수경 시인’ 인터뷰 & 전숙희 평전 출판 소식

2016.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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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한국 현대문학관에서 전숙희 문학상 시상식과 전숙희 평전 출판 기념회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6회를 맞는전숙희 문학상의 수상작은 허수경 시인의 수필너 없이 걸었다’(난다 간행)인데요. 오늘 파라다이스 블로그에서는 이번 전숙희 문학상 수상자인 허수경 시인과의 인터뷰전숙희 평전 출간 소식을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 


| @네이버


6회 전숙희 문학상에는 허수경 시인의 『너 없이 걸었다』가 선정되었습니다. 이 책은 독일의 명시를 구심점으로 하여 인간 내면의 상처를 보듬어 내는 작가의 따뜻한 눈과 문장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허수경 시인은 “수필집의 제목에서 ‘너 없이’란 언제나 그리워했던 모국어였다며, 독일 뮌스터에서 20여 년간 생활하며 느끼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이 수필집에 담겨 있다”고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허수경 시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에서 두 권의 시집을 발표한 이후, 1992년 독일 뮌스터로 떠나 그곳에서 살면서 시집과 산문집을 저술하며 다양한 문학 활동을 하였는데요. 이번에 전숙희 문학상을 수상한 『너 없이 걸었다』 작품 역시 뮌스터에서 저술한 작품입니다. 작품과 관련하여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허수경 시인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1. 독일 뮌스터와 관련된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이 책은 시인 김민정 씨의 요청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유명 관광지나 여행지가 아닌 곳의 길과 골목 등을 작가가 다니며 사색한 글이 주제였는데요. 저 역시 20년간 이 도시에 살면서 적어둔 많은 메모들을 언젠가는 한 글로 엮어보고 싶었기에, 선뜻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으로만 있던 것들이 김민정 작가와 출판사를 통해 실현된 것이죠.



Q2. 『너 없이 걸었다』라는 제목이 쓸쓸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제목에 담긴 뜻이 궁금합니다.


<너 없이>라고 하니까 아마도 '너의 부재'를 떠올리실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제목은 '너의 부재'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곁에 없었지만 언제나 동행한 ''를 뜻하는데요. 한 인간이 ''라는 대상을 기억하고 있는 이상 ''는 나를 떠난 것이 아닙니다. 제게는 가족이나 벗, 사랑하던 사람들이 ''였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는 한국어였습니다.

 

제게 모어인 한국어는 저를 떠나간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다만 모어가 일상어로 부재하는 이 지구의 어느 도시에 살고 있었을 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라디오를 켜면 나오는 독일어, 빵집을 가면 빵을 사기 위해 저는 독일어로 주문해야 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매일 매일 저의 모어와 이별을 했다가 혼자 있는 순간순간에는 모어를 다시 만나곤 합니다. 하루에도 그런 이별과 재회는 몇 번이고 반복되는데요. 이 에세이는 그 이별과 재회의 기록인지도 모르겠네요



Q3. 수필집 『너 없이 걸었다』를 집필하시면서 제일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이나 힘드셨던 부분이 있다면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책을 쓰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다만 책을 쓰면서 주안점을 둔 건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이 도시 역사에 대한 공부였습니다. 이곳에 살며 적어둔 메모는 많지만, 이 도시를 잘 이해하고 전달하려면 도시 역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래서 도서관을 다니거나 기타 방법들을 통해 도시에 대한 공부를 다시 하면서, 도시를 새롭게 만났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이 도시의 역사와 이곳에서 살아온 기억을 다시금 되짚으면서 보낸 아주 뜻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번째는 시를 번역하는 것인데요. 이 에세이 집의 첫머리로 읽히는 것이 독일어로 된 시입니다. 그 중에는 잘 알려진 시도 있고, 알려지지 않은 시도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알려진 시에 대해 번역을 할 때는 이미 잘 알려진 시인만큼, 잘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었는데요. 잘 알려지지 않은 시를 번역할 때는 잘 번역하여 많은 사람이 이 시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Q4.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독자들이 이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함께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 에세이를 통해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것은 '독일인들이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한 도시는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지만, 표면을 살짝 긁어 보기만 해도 지나간 시간들이 나오는데요. 독일의 많은 도시들에게서 가장 흔히 표면으로 드러나는 기억은 나치 시절의 기억입니다. 이 에세이에서 나오는 '걸림돌'은 책에도 썼지만, 독일 조각가인 군터 뎀닝의 주도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 17개국에 4 5000여 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10센티미터의 크기를 지닌 이 정방형의 황동 판에는 이름과 태어난 해, 사망한 해, 끌려간 장소 등이 적혀 있습니다. 이 걸림돌은 나치의 범죄에 희생당한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인데요. 도시 곳곳을 걷는 사람들은 당시 그들이 끌려갔던 집 앞의 보도에 설치된 걸림돌을 밟다가 이게 뭐지, 하고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걸림돌에 적힌 문구를 보고 이곳에 살았던 희생자들을 의식합니다.

 

이 길고도 긴 장례식인 '기억'은 바로 우리의 삶, 그것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의 반대되는 말인 '망각'은 어쩌면 기억의 가장 오래된 친구이고, 기억과 망각 그 사이사이에서 삶은 이어지겠지요. 하지만 망각의 그늘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다시 돌아오는 기억, 그 기억을 어떻게 보듬는가, 하는 것이 우리 삶의 질을 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Q5. 마지막으로 전숙희 선생님께서 살아계실 때동서문학상을 받으시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아가신 전숙희 선생님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전숙희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소감을 부탁 드립니다.



제가 2001년에 동서문학상을 받았는데, 그 때는 전숙희 선생님 생전이셨습니다. 그 날 전숙희 선생님을 처음 뵈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제 시가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시들을 선생님께서 꼼꼼히 다 읽어 주신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당시에는 제가 독일 유학 시절이었는데요. 선생님께서 제 유학생활에 대해 질문도 하시면서 유학생이 겪는 어려움 등에 대한 고민을 어루만져 주셨습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유학생 시절, 그 사정을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15년이 지난 지금, 감사한 기억이 있는 전숙희 선생님의 이름이 새겨진 상을 받으니 감회가 새로운데요. 이 상이 마치 선생님께서 저 세상에서 저에게 주는 격려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격려에 보답하는 길은 나의 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는 것 같은데요. 재능은 부족하지만, 열정을 가지고 묵묵하게 제 길을 가도록 하겠습니다.



수필가 전숙희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 초대장


이번 전숙희 문학생 시상식 행사에서는 수필가 전숙희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평전 『벽강 전숙희』의 출판기념회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전숙희 선생의 업적은 굉장히 다양한데요. 스무 권의 수필집을 펴낸 한국을 대표하는 수필가, 30년간 문학잡지 발간, 사학재단의 설립과 운영, 국내 최초로 한국현대문학관 건립, 40년 가까이한국펜클럽을 이끌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헌신했고 한국인 최초로 국제펜클럽 런던본부 종신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숙희 선생을 단번에 떠올리지 못하는데요.

 

드디어 벽강 전숙희 선생의 생애를 다룬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은 시인은 4회 전숙희문학상수상자의 인연으로 평전을 쓰게 되었는데요. 조은 시인은 이 책을 저술한 감상을 다음과 같이 남겼습니다.


전숙희의 평전을 쓰면서 이렇게 그의 삶을 퍼즐처럼 맞춰놓고 나서 다시 그의 글들을 읽어보았다

그러자 그의 글에 얼마나 생략과 행간이 많은지가 보였고

그 행간에 숨은 엄청난 인내와 사랑의 힘이 가늠되었다.’



한글과 한국문학의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1950년대 후반부터 수없이 해외를 드나들며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일생을 바친 벽강 전숙희 선생. 그녀의 생애를 평전을 통해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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