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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전시, 공간과의 오롯한 대화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전시 소개

202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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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승효상의 철학이 담긴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전시

 

지난 3년간 시각 예술,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대중에게 선보였던 ‘파라다이스 ZIP’에서 처음으로 건축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곳을 만들어낸 ‘승효상 건축가’의 발자취를 오롯이 담아낸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입니다. 이 전시는 30년간 이어진 그의 건축 삶을 총정리하는 자리지만,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건축가 승효상으로서 품은 공간의 철학과 앞으로 그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냈는데요.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전시의 관람 포인트와 함께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들을 둘러보시죠.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①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 포인트 3가지


승효상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전시는 일반적인 미술 전시가 아닌 그의 건축 철학을 느끼면서 관람하는 건축 전시입니다. 이 때문에 건축 전시를 더욱 깊이 있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관람 포인트를 짚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래의 관람 팁을 살펴보고 전시에 들어가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사진 속 공간으로 한걸음 들어가기 이번 전시는 어떤 건물인지, 공간의 용도는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전시입니다. 사진 속으로 직접 들어간다는 상상을 통해 그 공간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이 이 전시의 관람법입니다. 벽에 새겨 넣은 건축가의 메시지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은 곳곳에 새겨 넣은 승효상 건축가의 메시지가 유일합니다. 파라다이스 ZIP의 투박한 벽돌을 따라 결을 같이 하는 글자의 생동감도 놓치지 마세요. 흑백사진으로 표현, 공간 자체에 집중 전시된 사진들은 모두 색감을 배제한 흑백사진입니다. 명암을 통해 공간을 보여줌으로써 건물 내부 형태는 물론 그 안을 채우는 빛의 위치와 역할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간이 주는 매력에 조금 더 집중해보시기 바랍니다.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②

하양 무학로 교회


승효상 전시

▲하양 무학로 교회

 

 하양 무학로 교회 |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고딕의 높은 첨탑, 네온으로 빛나는 십자가. 하양 무학로 교회는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민 화려한 공간이 교회당의 본질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지어진 곳입니다. 이곳의 야외 예배당은 동네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누구나 앉아 쉴 수 있게 했으며, 내부의 작은 예배당에는 강연대와 신도석이 같은 높이로 눈을 맞추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ZIP 1층 중앙에는 내부 예배당의 모습을 걸개에 프린팅해서 입체적으로 전시했는데요. 그 앞에 서면 하양 무학로 교회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관람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성경의 정신을 조용히 읊조리게 되죠.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③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


승효상 전시

▲불교문화원 ⓒ김종오

 

조계종 전통불교문화원 | 비움, 그 본래의 의미

 

불교 건물하면 누구나 목조와 화려한 단청, 기와지붕 등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만큼 불교의 많은 건물들은 고정된 틀을 오랫동안 지켜왔는데요. 그런 점에서 타성을 버리고 대중화와 시대화를 보여준 조계종 전통불교 문화원은 파격적인 공간입니다. 승효상 건축가는 이 건물을 지을 때 조선시대 기와 가마터가 다량 발굴돼 문화원의 중앙을 크게 비우게 된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 얘기했는데요. 불교의 ‘비움’을 온전히 표현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비움의 본래 의미를 곱씹으며 관람해보시기 바랍니다.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④

노무현 대통령 묘역


승효상 전시

▲노무현 대통령 묘역 ⓒ김종오

 

노무현 대통령 묘역 | 죽은 자를 통한 삶의 성찰

 

승효상 건축가에게 묘역은 죽은 자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산 자가 죽음을 모티브로 삶을 성찰하는 공간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한 인물의 생애를 기리는 동시에, 이곳을 찾은 이들이 스스로를 위안하며 성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어졌죠. 참배를 마친 사람들은 바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쓴 1만 5,000개의 비문을 읽기도 하고, 물길을 건너기도 하며 서성입니다.  “묘역에는 죽은 자가 있는 게 아니라 죽은 자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 거주할 뿐이다. 결국 묘역은 산 자들이 성찰하는 장소며 풍경이다.”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⑤

구덕교회


구덕교회

▲구덕교회

 

구덕교회 | 다시금 재현한 나의 근본

 

피난민으로 부산에 정착한 승효상 건축가의 부모님은 교회를 설립해 삶의 터전을 일궜습니다. 자연스럽게 그의 유년과 청년기의 기억은 구덕교회에 머물러 있었는데요. 40년이 지나 구덕교회를 새로 지어달란 연락이 왔을 때 승효상 건축가는 오랜 시간 동안 그 모습을 지켜온 교회의 풍경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구덕교회는 자신의 근본을 되돌아보게 하는 유의미한 공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주는 구덕교회를 함께 감상해보세요.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⑦

휴맥스 빌리지


휴맥스 빌리지

▲휴맥스 빌리지

 

휴맥스 빌리지 |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

 

휴맥스 빌리지는 업무적 공간으로만 치부했던 오피스 건물에 ‘살아있음’이란 화두를 던진 작품입니다. 건물 내부 한가운데에 마당을 열어 광장이자 공원의 역할을 담당케 했으며, 그곳으로 나무와 풀, 햇살이 깊숙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만들었죠. 유리란 소재를 공간에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는데요. 기존 오피스 건물이 갖고 있던 단절의 모습과는 다른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입니다. 이곳에서 청춘을 보내는 이들에게 젊은 시절의 선한 기억을 남겨주기 위한 승효상 건축가의 노력이 담겨있습니다.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⑧

웰콤시티


웰콤시티

▲웰콤시티

 

웰콤시티 | 여백, 도시와의 조화

 

한국 전통의 여백을 살려 2000년에 완공된 웰콤시티는 주변 환경과의 균형감을 갖췄다고 하여 2006년 ‘건축환경문화’에 선정되기도 한 건축물입니다. 파라다이스 ZIP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전시장 2층에 올라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흑백 사진 속 웰콤시티와 통창 밖으로 보이는 웰콤시티가 절묘하게 매칭되는데요. 땅의 흐름을 이어간 기단부와는 달리 윗부분은 4개로 분절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리된 공간 사이를 여백으로 비움으로써 건물 뒤편의 주택과 골목이 함께 소통하는, 어울림을 완성했죠.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⑨

수졸당(守拙堂)


수졸당

▲수졸당

 

수졸당(守拙堂) | 빈자의 미학, 그 시작점

 

유홍준 교수의 집인 수졸당은 ‘많은 기교는 졸렬함만 못하다’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곳은 ‘빈자의 미학’으로 독자적 방향성을 내비친 승효상 건축가의 첫 작업인데요. 세 개의 다른 마당을 건물과 담장으로 둘러싸 구축함으로써 방과 방 사이가 멀어지고, 어떤 방은 외부를 통해서만 연결되어있습니다. 승효상 건축가는 “집 안에서의 불편한 동선이 사유로 이어졌고, 가족의 단란을 만들어 결국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그에게 수졸당은 건축가로서의 발자취와 현재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이자 원점이란 가치가 있습니다.

 

2월 전시,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관람TIP ⑩

DMZ 평화생명동산


평화생명동산

 

▲평화생명동산 ⓒ김종오

 

DMZ 평화생명동산 | 지문(地文)을 따라, 자연의 호흡

 

승효상 건축가의 결과물은 그곳이 자연이든 도심이든 주변과 어우러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그의 건축에서 자연을 적대시하거나 지배하는 것은 거의 금기에 가까운데요. 비무장지대 부근 야산에 자리한 DMZ 평화생명동산은 지문을 따라 나지막하게 지어졌습니다. 도로에서 보면 이곳이 건물과 길로 이뤄진 마을처럼 보이지만, 언덕을 오르다 보면 이내 건물은 보이지 않고 자연의 풍경만 남게 되죠. 고즈넉하고 조화로운 그의 작품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승효상 건축가의 건축물은 대부분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소박한 부부를 위한 백색 주택 ‘수백당(守白堂)’, 억새풀 숲 옆에 지은 간결한 집 ‘노헌(蘆軒)’ 등과 같은 식이죠. 그의 건축사무소 ‘이로재(履露齋)’ 역시 ‘새벽녘에 이슬 앉은 마당을 밟아야 하는 집’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무슨 아파트 몇 동, 어느 마을 몇 번지가 아닌 공간이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되면, 그곳은 특별한 존재로 기억되고 의미를 얻게 되기 마련인데요. 그렇기에 승효상 건축가는 신중하게 이름을 지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공간에 삶의 방향과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이름 붙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승효상 건축가의 철학처럼 공간으로부터 여러분의 삶을 지어보시기 바랍니다.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 Info.

- 정보: 홈페이지 바로 가기
- 주소: 서울 중구 동호로 268-8
- 전화: 02-2278-9856
- 관람시간: 월요일-토요일 10:00 ~ 18: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전시일정:  ~ 2020.02.29(토)
-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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