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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48도의 겨울왕국 몽골을 여행하며 마주한 6가지 행운

201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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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지구상의 가장 소수민족 차탕족과 순록을 만나고 얼어붙은 홉스골 호수 위를 달리는 이색 여행을 떠났습니다. 몽골인들조차 경험하기 어려운 겨울왕국의 여행기를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몽골 전통 가족 행사에 초대받다 


영하 40도의 혹한기를 견딜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10명의 몽골원정대와 함께 몽골로 겨울 여행을 떠났습니다. 목적지는 몽골인들도 겨울에는 가지 않는, 몽골에서 가장 추운 북부의 ‘홉스골’입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울란바토르 공항에는 이번 여행을 함께할 몽골인 친구 ‘자화’, ‘빌게’가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이날은 마침 몽골의 큰 명절인 차강사르(음력설) 기간이었는데요. 자화의 부모님이 우리 일행을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차강사르에는 양고기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 식탁에 올립니다


집에 도착해서 몽골인들의 풍습을 따라 자화의 부모님에게 새해 인사를 했는데요. ‘하닥’이라는 파란색 천을 들고 아랫사람은 손을 아래로, 윗사람은 손을 위로 잡고 양쪽 볼을 맞댄 뒤 ‘아마르밴오(Амар байна уу)’라고 인사하고 준비한 신권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자화의 부모님께서는 우리를 몽골 전통음식과 선물로 환대해주셨어요.


이날 저녁은 마유주(말젖으로 만든 몽골 전통 발효주)로 건배를 하고, 보쯔(명절음식: 양고기로 빚은 만두), 아롤(말린 우유), 소 혓바닥, 오츠(양고기), 수테차(소금을 넣은 몽골식 밀크티) 등 몽골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여행 첫날부터 몽골 전통 가족 행사에 초대받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도로 위에서 광활한 몽골을 담다


다음 날, 영하 30도의 울란바토르를 떠나 영하 40도의 홉스골로 가기 위해 무릉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내복 세 벌에 두꺼운 옷까지 겹쳐 입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도 잠시, 마스크 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찬 공기에 훌쩍거리던 콧속이 금세 얼어버렸습니다.


│양들이 지나가는 몽골의 도로


우리 일행은 무릉 공항에서 3대의 차량에 나눠 탑승하고 곧바로 차탕족이 있는 북부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덜컹거리며 차가 멈췄는데요. 현지 운전자가 차를 살펴보더니 차가 고장이 났다며 다른 차를 부르겠다고 하더군요. 다른 차를 기다리는 김에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요. 눈을 들어보니 끝없는 사막, 파란 하늘, 저 멀리 지평선, 추위를 잊을 수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여기가 몽골이구나! 이제야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광활한 풍경에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연신 눌렀지만, 손끝이 찢기는 듯한 날카로운 추위에 몇 장 찍고 손을 주머니에 넣기 바빴는데요. 휴대폰으로 꺼내면 금방 멈춰버리는 영하 31도의 맹추위에도 누구 하나 차에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러시아에서 온 승합차 푸르공


그렇게 우리는 길 위에서 사진을 찍고, 드론을 띄우고 푸르공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멈춰있는 이곳이 여행의 목적지인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곧 도착할 것이라는 차는 무려 세 시간이 걸렸지만, 그 기다림조차 소중한 추억이 되었죠. 그리고 이 일은 이번 여행에서 두 번째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차는 고장이 났지만 이렇게 멋진 도로에서 고장 났으니까요. 


이윽고 새로운 차가 도착하고 다시 북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해가 빨리지는 겨울이어서 운전기사님의 친척 집에서 하루를 마감하기로 했습니다.



차탕족과 500마리의 순록 떼를 마주하다


│셔터만 누르면 그림이 되는 몽골의 자연 


다음 날 아침, 어제 본 길 위 풍경보다 더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에 물 안개가 반짝이는 아름답고 눈부신 풍경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러시아 국경 앞에서 찰칵!


풍경을 즐기는 시간도 잠시, 우리 일행은 차탕족을 만나러 가기 위해 북부로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를 지나 북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니 어느새 러시아 국경 앞까지 도착했는데요.


│늑대의 털로 만든 유목민의 옷을 입고 찰칵


운전기사님 친척의 안내를 따라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니, 드디어 순록을 방목하며 살아가는 유목민 ‘차탕족’을 만났습니다. 몽골과 러시아 국경을 오가며 생활하는 차탕족은 영하 40도의 날씨에도 순록이 머무는 곳으로 1년에 2~4차례를 떠나는데요. 진정한 노마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운전기사님이 차를 세우고 차탕족에게 우리 일행을 소개하며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받아 주셨고, 그렇게 우리는 차탕족과 순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4~500마리의 순록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상상도 못 할 놀라운 광경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는데요. 이곳이 고향인 운전기사님들도 평생 처음으로 경험한 풍경이었다고 합니다. 차탕족과 어마어마한 순록 무리를 마주한 것이 이번 여행의 세 번째 행운이었죠.



선뜻 우리를 받아들여 준 차탕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돌아가는 길에 차탕족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선물했는데요. 추운 날씨 때문에 볼이 붉어진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날이 금방 어두워져서 숙소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만년설에 석양이 부딪혀 핑크빛으로 변하고 있었는데요. 그림 같은 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때가 바로 사진 찍을 타이밍! ‘매직아워’라고 하는군요. 해가 지는 찰나,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운전기사님이 차를 세워 기다려줍니다.



영하 48도에 찾아온 두 가지 행운


간밤에는 영하 48도까지 내려갔습니다. 우리 일행은 지난밤 보드카 한 잔씩 마시며 이번 여행을 이야기하다 골아떨어져 몰랐는데요. 아침에 일어나니 남겨둔 보드카가 얼어있었고, 행여나 차량이 얼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운전기사님들이 2시간에 한 번씩 차에 시동을 켰다고 합니다. 고맙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난 것이 이번 여행의 네 번째 행운이었습니다.



이날 아침에는 어제의 감동에 이어 더한 감동이 밀려왔는데요. 이곳이야말로 진짜 겨울왕국이었습니다. 일출과 함께 파란 겨울왕국에서 점점 하얀 겨울왕국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입이 얼어 말이 나오지 않았고, 카메라에 더 많은 걸 담고 싶었으나 멈춰버렸는데요. 호수가 얼어붙고, 보드카가 얼어버리는 날씨에도 물이 흐른다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일출과 함께 하얀 겨울왕국이 된 모습 


흐르는 물을 만져보겠다며 가까이 다가간 일행이 물에 빠졌는데요. 물에서 나와 바로 앞에 주차된 차까지 걸어가는 몇 초 사이에 옷이 얼어붙었지만, ‘주게레~ 주게레(괜찮아)’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자연 속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여행 책자에도 소개되지 않은 숨겨진 몽골의 겨울왕국을 볼 수 있었던 건 함께 여행했던 몽골 친구 ‘빌게’의 추천이었고, 이번 여행의 다섯 번째 행운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어제보다 오늘 경험한 더 큰 감동


│꽁꽁 얼어붙은 홉스골 위에서 찍은 드론 샷


영하 40도쯤의 추위는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남아있는 시간이 벌써 아쉽기 시작했는데요. 우리 일행은 서둘러 홉스골로 향했습니다. 사륜구동으로 산을 넘고, 강을 가로질러 오프로드 달리고 보니 저 멀리 호수가 보였는데요. 제주도 1.5배 크기인 수평선이 보이는 홉스골 호수 위를 보트가 아닌 사륜구동차로 올라갔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겨울 풍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죠!



홉스골은 몽골의 푸른 진주, 어떤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도 뒤지지 않는 경이로운 자연유산인데요. 어머니의 바다라고도 불리는 곳입니다. 홉스골은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호수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요. 호수 위로 한참을 달려 가운데까지 왔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에 눈이 부신데요. 얼음의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두 명씩 그 호수에 누워 버렸습니다. 그제보다 어제, 어제보다 오늘 더 감동이 밀려오고 겨울 몽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여섯 번째 행운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이번 몽골 여행에서는 한국에서 출발한 8명, 몽골인 친구 2명, 운전기사님 4명 모두 친구가 되었는데요. 여행을 통해 감동을 나누고 추억을 담았습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얼어 맥주를 마시며 ‘이 호수가 녹을 때쯤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윽고 마지막 일정이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말을 타고 홉수골 호수 근처를 한 바퀴 산책한 뒤,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는데요. 이번 여행은 하루하루 감동이 가득했습니다. 함께 여행한 몽골인 친구는 좋은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들이어서 더 좋은 것을 경험한 것 같다고 말하며 이번 여행이 최고의 여행이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몽골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을 위한 Tip



드넓은 몽골은 사막, 초원, 겨울왕국 등 테마가 다양합니다. 테마별로 매력이 다른데요. 저처럼 겨울에 몽골을 여행한다면 방한, 방수, 방품에 특별히 신경 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침낭과 핫팩은 기본으로 챙겼고, 양말 2켤레, 내복 3벌에 상의만 7벌을 입고 다녔습니다. 겨울이 아니어도 해가 지면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여행자캠프나 호텔에서 숙박하게 된다면 화장실, 샤워실 이용에 불편함이 없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한다면 어느 정도 각오하고 오셔야 합니다. 저희 일행은 매일 다른 숙박을 이용했지만, 재래식 화장실이었고, 4일 만에 머리를 감을 수 있었어요. 세수는 코인 티슈로 했고, 언 물을 녹여서 양치했습니다.


제가 겪었던 몽골인들은 여행객과 같은 낯선 사람들을 기꺼이 환대해주었는데요. 환대를 받았을 때,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 선물하시거나 아이들에게 줄 작은 문구류를 준비해도 좋겠습니다.



이렇게 5박 6일의 겨울 몽골여행이 끝났지만, 저에게는 이번 여행이 새로운 시작이 되었는데요. 다음 여행지는 몽골 고비사막을 가볼까 합니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지고,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한 겨울 몽골 여행은 저에게는 손꼽히는 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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