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Paradise Arte] Ep.04. 한국의 마스터, 심연과 여백으로 표현된 이 세상의 모든 것

helloramp 2023. 6. 1. 13:22

파라다이스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파라다이스 아르떼(Paradise Arte)’ 네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테마는 ‘K-아티스트’의 작품입니다. 파라다이스 시티에서는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를 비롯하여, 김창열, 김호득, 이배 등 전설적인 화백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살아 있는 역사로 평가받는 거장들의 작품들을 지금부터 함께 살펴볼까요?

 

 

한국적 미니멀리즘, 미술시장을 사로잡은 단색화의 매력

▲1977년, 박서보 작가 ⓒ선의의 바람 4.0 BY CC

‘단색화’라는 단어의 서구권 명칭이 그대로 ‘단색화(Dansaekhwa)’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단색화는 한 가지 색이나 같은 계통의 색조로 도화지를 채우는 단색 추상화를 뜻하는데요. 단색화는 서양의 모노크롬과 닮은 듯하지만, 고유한 독창성을 갖고 있죠. 작가의 반복적인 행위, 시간의 축적, 정신적인 가치 지향을 강조하는 명상적 특성이 두드러지며 ‘단색화(Dansaekhwa)’라는 고유 명칭이 현대 미술 사조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한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사조로 떠오르며 미술 시장에서 뜨겁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가 주목한 1세대 단색화가 박서보와 물방울 작가 김창

▲박서보, <Ecriture(描法)> 2019 SEOJUNG ART PRINTING

단색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는 바로 박서보입니다. 박서보의 역사가 우리나라 단색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는 단색화 역사의 시작을 함께 했고 지금도 가장 뜨거운 단색화 장르의 살아있는 전설입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묘법(描法, Ecriture)’으로 대표됩니다. 묘법이란 선을 긋는 행위의 결과물로, 캔버스에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연필로 선을 긋거나 물감을 칠하는 행위를 반복해 작업하죠. 지극히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그려진 그림에서는 작가가 경험한 명상적인 순간이 충만하게 깃들어 있습니다. 박서보는 올해 93세의 고령이지만 그의 예술 세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데요. 지난해에는 루이비통과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며 거장의 연륜을 보여준 가장 뜨거운 작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박서보, <묘법(Ecriture) No. 110326> 2011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박서보의 작품은 2011년 작품인 <묘법(Ecriture) No. 110326>입니다. 강렬하고 깊이 있는 붉은색이 특징인 이 작품은 한지를 두어 달 물에 담근 후, 캔버스에 여러 장 덧바르며 뭉툭한 연필로 계속 선을 긋는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반복해서 선을 긋는 행위는 어떠한 목적도 없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으로 나를 비워 나가는 자기 성찰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박서보 작가는 명상하듯 하나 하나 그어 완성한 이 작품으로 관람객들도 치유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김창열, <물방울(Waterdrops)> 1975

‘물방울 화가’로 불리는 김창열은 작품 활동의 거의 모든 기간 동안 물방울을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물방울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관점의 작품에 몰두한 작가입니다. 물방울 회화의 탄생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되었는데요. 1969년 프랑스로 간 김창열은 가난했던 탓에 캔버스 뒷면에 물을 뿌려 가며 재활용 캔버스를 사용했고 어느 날 뿌려둔 물방울이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장면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물방울이 그의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죠.

 

▲김창열, <물방울(Waterdrops)> 1975

파라다이스시티에 전시된 김창열 작가의 1975년 작 <물방울(Waterdrops)>은 그림이 아니라 실제 물방울같이 보이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입니다. 멀리서 보면 실제 물방울 같아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물방울은 사라지고 그저 물감으로 보이게 되죠. 작가에게 물방울을 그리는 행위는 마치 수도승의 수행과도 같고, 단순한 예술 작업에 한정되는 영역이 아닌 모든 것을 물방울에 용해하고 투명하게 무(無)로 되돌려 보내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품에 담긴 의미와 깨달음을 직접 경험해 보세요.

 

 

단 하나, 검은색으로 모든 것을 그려낸 김호득과 이배

▲김호득, <Valley> 2016

다음은 검은색의 다채로운 매력에 빠질 시간입니다. 먼저 만나 볼 작가는 김호득입니다. 전통적 묵법을 사용해 대범하면서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김호득 작가는 먹을 이용한 자신만의 표현기법으로 현대적 감각이 넘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먹과 한지에서 시작해 광목, 캔버스 등 확장된 재료와 방법으로 다양한 실험을 해왔습니다. 그의 벼락 같은 붓터치로 탄생되는 순간적인 ‘먹 튀김’은 김호득 작가의 시그니처입니다.

 

▲김호득, <Valley> 2016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김호득 작가의 2016년의 연작, <계곡(Vally)>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자연을 모티브 삼아 생명 그 자체를 탐구하고 먹의 농담으로 커다란 기(氣)를 이루려는 작가의 노력이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김호득 작가는 오랜 시간 묵(墨)의 어둠과 깊음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 왔는데요. 그가 마주한 고요하고 역동적인 어둠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 작품에 새겨져 있습니다. 작품 앞에 서면 꿈틀대는 심연과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력을 생생하게 느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배, <Issu de feu ch-11> 2002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 이배는 ‘숯의 작가’로 유명합니다. 파리에 가기 전까지는 다양한 재료로 그림을 그렸지만, 낯선 이국 땅에서 우연히 한국적 재료인 숯이 그의 눈에 들어왔고 그 때부터 30여 년 동안 숯을 사용해 자연의 섭리를 표현한 작품을 만들어왔습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속성을 발견하고 싶어 선택한 숯을 통해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며 세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죠. 1994년 파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승승장구하여 유럽에서 대가의 칭호를 얻었고, 2018년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기사장을 받는 등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배, <Issu de feu ch-11> 2002

파라다이스시티에 전시된 이배 작가의 2002년 작 <Issu de feu ch-11>은 '불에서부터'라는 의미를 가진 시리즈 작품입니다. 숯을 잘라 조각난 면을 캔버스 위에 빼곡하게 붙여 작업한 작품인데요. 숯의 단면은 여러 각도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며 우리가 알고 있던 숯과는 전혀 다른 깊이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숯을 통해 모든 물질의 마지막 모습이자 모든 색을 담고 있는 참된 흑(黑) 깊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작품이 전하는 오묘한 질감과 색감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하니 꼭 직접 작품을 감상하며 그 깊은 울림을 느껴 보세요.

 

지금까지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의 거장들의 작품을 살펴보았는데요. 단색으로 아름다움과 의미를 담아낸 작품들, 어떠셨나요?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한 울림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마주해보시길 바랍니다. 예술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파라다이스 아르떼(Paradise Arte)’ 다음 편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