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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추억과 낭만으로 자리잡은 간식 풍경

2017.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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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인이 되고 늙을 때까지 한국인의 생활 구석구석에 추억과 낭만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때론 친척들과의 파티에서, 때론 친구들과의 수다 자리에서, 때론 혼자 즐기는 생활형 간식들이 있는데요. 그 순간 순간들을 일러스트레이터의 펜 끝으로 재현해 보았습니다. 익숙하면서 정겨운 한국만의 간식 풍경, 함께 감상해 보실까요? ^^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 버린 골목 간식, 달고나




불량 식품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앞 노점상이나 문구점에서 파는 아동용 간식이자 학부모들은 질색하나 아이들은 좋아 미치는 간식은 바로 ‘달고나’입니다. 설탕을 국자에 녹이고 베이킹 소다를 넣어 부풀린 후 납작한 판으로 눌러 딱딱한 카라멜 과자로 만들어 먹는 것인데 그 맛이 워낙 달콤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삼삼오오 모여 국자에 담긴 각설탕이 녹는 과정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입 속에 달큰한 침이 한가득 한데요. 


60년대 이후 인기를 끌었던 달고나는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존재했습니다. 노점상 주인이 직접 제작해 주는 경우와 문구점 주인이 아이들에게 재료를 주고 직접 해먹게 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큰 인기를 끈 것은 노점상 주인이 달고나 표면에 별, 달, 하트 등의 그림 틀로 모양을 찍어주는 것이었죠. 이 모양에 따라 달고나를 완벽하게 도려내면 달고나 하나를 더 주는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달고나는 지금까지도 그 명백을 유지하며 달달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최근엔 달고나 만들기 세트 도구까지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새 이웃이 되었음을 알리는 붉은 팥 시루떡

 


요즘엔 아파트 주거가 일반적인데다 서로들 바쁜 나머지 이웃 간에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진 이웃집에 시루떡을 나누는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새로 이사를 온 사람이 떡을 해 돌리는 풍습인데 그 속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첫째, 악귀를 쫓아 새로운 둥지에 행복을 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이사떡’은 주로 붉은 팥을 얹은 시루떡으로 하는데 이 붉은 색에는 악귀를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생면부지의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앞으로 상부상조하자는 뜻입니다. 붉은 팥의 주술적 의미 때문에 이를 이용한 떡은 이사뿐 아니라 앞길의 평탄함을 기원하는 고사, 결혼식을 앞두고 받는 함 등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메뉴가 되었는데요. 

그 중 무엇보다도 ‘이사떡’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져 널리 퍼져야 할 가치 있는 풍습입니다. 


중고등학생들의 특등 간식은 뭐니뭐니해도 떡볶이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다 보면 분식을 파는 가게나 포장마차 앞에 길게 늘어선 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출출한 오후의 하교길이나 야간학습이 끝난 늦은 밤 그들의 구미를 가장 먼저 당기는 것은 바로 떡볶이인데요!


밀떡, 쌀떡 두 가지 종류의 떡을 이용해 빨간 양념장에 버무린 떡볶이는 스트레스를 없애는 음식으로 불립니다.  그래서인지 떡볶이 전문점이 가장 많은 곳은 아마도 중고등학교 앞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학생들은 용돈을 아끼기까지 하면서 이 간식을 포기하지 못하는데, 맵고도 달콤한 그 맛의 중독성이 워낙 강해서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식욕이 왕성한 중고등학교를 베이스로 한 떡볶이 집에서 대한민국을 강타한 새로운 떡볶이 메뉴들이 수 차례 개발되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짜장을 이용한 짜장 떡볶이, 치즈 고명을 넣은 치즈 떡볶이, 쫄면과 만두를 넣어 직접 조리해 먹는 즉석 떡볶이 등, 다양한 메뉴들이 중고등학생의 기호에 따라 개발되어 수많은 명물이 되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친 사람이라면 떡볶이 집에서의 진한 추억과 낭만 한두 가지 정도는 기본일텐데요. 이곳이 바로 학업의 스트레스를 풀고 수다 삼매에 빠지는 최적의 장소인 것입니다.  심지 과거 80년대에는 남녀 학생들 간의 미팅 장소로도 인기였을 정도로, 떡볶이는 한국인의 학창시절에 빼놓을 수 없는 간식임에 틀림 없습니다.



퇴근길의 스트레스 해결사, 프라이드 치킨

 


한국인의 프라이드 치킨 사랑은 전세계 넘버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인들의 음주 역사를 다시 썼다고 말해도 될 만큼 그 영향력이 큰 간식이 바로 프라이드 치킨인데요. 프라이드 치킨은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전기구이 통닭을 몰아내고 70년대에 이르러 단박에 생맥주의 단짝이 돼버린 간식입니다.   


한국인의 역사적인 순간에는 늘 프라이드 치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엔 늘 맥주가 함께했음은 물론인데요.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은 ‘한국 치맥사’에 꽃을 피운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열정적인 응원을 단체로 펼치는 데 에너지원이 된 것이 바로 프라이드 치킨과 맥주였기 때문인데요! 이제 한국인들은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든, 더위를 쫓기 위해 한강변에서 캠핑을 하든, 티비로 심야 영화를 보든, 그 어느 때고 이 ‘튀김닭’을 옆에 끼고 삽니다. 


뿐만 아니라 퇴근길 ‘치맥’은 전국민의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주는 프라이드 치킨과 맥주 한 잔! 왁자지껄한 펍에서 치킨을 앞에 두고 동료들과 큰소리로 ‘CHEERS’를 외치는 모습은 매우 일상적입니다. 


1970년대 이후 이 ‘튀김닭’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워낙 인기가 많아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하고 진화했는데요. 수많은 치킨 전문 브랜드에서 개발한 수백 가지의 메뉴, 그리고 스피디한 배달 문화까지 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 여기 생맥주 500cc 한 잔에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 함께하고 있을 게 틀림없습니다.


돌잔치를 빛내는 전통 과자들

 


워낙 다종다양하고 화려한 맛의 간식이 넘치는 시대라 전통 행사를 제외하곤 평소 한국의 전통 간식을 맛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첫 생일은 기념하는 돌찬지, 80세 생일인 팔순 잔치, 결혼식의 폐백, 제사 등의 행사에는 전통 간식이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그 중 돌잔치는 아이의 첫 번째 생일을 기념하고 앞날을 축복하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화사하고 경쾌한데요. 

부모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국수나 시루떡과 함께 전통 간식이 가득한 돌상을 차리는데 이 상에 놓여지는 간식은 강정, 약과, 사탕, 약밥이 기본입니다. 모두 달고 모양도 고운 것들인데 그럴수록 과거에는 맛보기 힘들었었기 때문에 매우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주로 고관대작이나 왕실에서나 먹을 수 있었던 간식을 돌상에 올리는 전통은 기념해야 할 가치가 충분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바쁜 직장인들의 간식 포장마차 토스트


 


조금은 가슴 아픈 풍경입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이른 새벽, 혹은 오밤중에 추위에 떨며 토스트가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을 마주하는 것은 말입니다. 

희한하게도 이 토스트는 대부분 직장인들 밀집 지역에 있는 전문 포장마차에서만 판매합니다.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힘들고, 간식 먹을 시간조차 없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초간단 아이디어 메뉴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이런 포장마차들은 직장인들의 업무 시간처럼 일찍 열고 늦게  닫습니다. 


토스트를 만드는 법은 간단한데, 쉽게 말하면 서양식 샌드위치의 따뜻한 버전 정도가 될 것입니다. 빵 사이에 들어가는 패티는 소시지와 야채를 넣은 계란 부침이며 보통 이 패티와 양배추를 빵 사이에 끼우고 토마토 케찹을 뿌려 먹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빵을 반드시 버터에 노릇하게 익힌다는 것과 패티에 설탕을 듬뿍 뿌려 먹는 다는 것인데요.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한 푸짐한 양의 따끈한 샌드위치, 피로 사회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마음마저 따끈하게 녹여주는 위로의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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