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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멋과 개성을 담은, 전통 직물 4종

2016.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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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한국 땅에 전해지는 전통 직물이자, 앞으로도 이 땅에서 명맥을 이어 보존되어야 할 직물들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삼베, 모시, 무명, 명주와 각종 사(紗)인데요. 이 네 가지 직물은 과거 한국인들의 사계절을 책임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베와 모시는 섬세하고 시원해 청량감이 강하고, 명주로 대표되는 각종 견직물은 온화하면서 수려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면직물인 무명은 담담하고 질박한 멋이 특징이어서 일상적으로 애용되던 천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네 전통 직물은 뚜렷한 사계절만큼이나 개성이 넘칩니다. 한국의 무명, 프랑스의 레이스, 이탈리아의 캐시미어 등 각 나라, 지역마다 각각 특화된 원단이 있습니다. 이는 지역의 기후, 토질, 생활 습성과 뿌리 깊은 관련이 있는데요. 그래서 한 나라, 한 지역을 알아갈 때 전통 직물을 주목하는 것은 커다란 의의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전통 직물의 생산 기법이나 이를 제작하는 이들의 기술을 ‘무형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보호하고 전승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 사회에 이르러 이 전통 직물들은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흔치 않고 오히려 예술 작품처럼 여러 작가의 손을 통해 재해석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패션 전시회의 드레스, 거대한 설치 미술 작품의 소재, 현대적인 공간에 미적인 가치를 더하는 인테리어 직물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전통 직물을 일상생활 공간에 들이는 것이 매우 트렌디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전통 직물을 알아가는 일은 한국의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삼베



여름을 대표하는 한국의 직물, 삼베는 자외선 차단 기능과 통기성이 강해 일상적인 여름 의복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삼베는 삼(대마) 껍질 안쪽에 있는 인피섬유에서 뽑은 실로 짜서 만드는데 삼국시대,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여름철 옷감으로 사용되어 왔는데요. 심지어 곰팡이를 억제하는 항균성까지 갖췄다고 합니다. 옷감으로 사용하는 삼베는 여인네들의 정성으로 완성되는데요. 특히 한여름에 사용하는 천은 예민하고 복잡한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으로 유명하듯, 삼베 또한 일단 쌀뜨물에 담가 하룻밤을 지낸 후 해가 뜨기 전인 이른 시간에 빨아 말리고, 풀을 먹여 다리고 다듬는 것을 한낮 동안 다 해야 합니다. 그래야 베에서 쉰내가 나지 않고 산뜻하게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섬유질이 강한 소재로 만들어져 빳빳한 느낌이 강한 삼베는 입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옷 태가 살기도, 죽기도 하는 예민한 구석이 있어서 고급 삼베로 지어진 남성용 윗도리인 적삼은 그야말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우리 조상들이 장례식 수의로 누런 삼베만을 고집했다는 것인데요. 이는 삼베 고유의 항균 기능 때문입니다. 삼베가 곰팡이를 억제하기 때문에 수의용으로 사용하면 시신의 뼈가 땅속에서도 썩지 않고 건조된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로 부엌에서는 삼베 행주를 사용하고, 된장이나 고추장 항아리를 삼베포로 덮어 위생적으로 관리하곤 했습니다. 또한, 삼베는 위생과 청량감을 위해 한여름 베갯잇, 홑이불 등으로도 애용되었습니다. 삼베는 전 세계를 통틀어 한국산이 가장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원재료인 인피의 품질이 좋고 무엇보다 여인들의 손길이 어느 나라보다 섬세하기 때문입니다. 이 개성 넘치는 전통 소재인 삼베는 오늘날까지도 손수 제작되고 있으며 곡성의 돌실나이와 안동포가 가장 유명하다고 합니다.



모시



한여름 대표 소재인 모시는 삼베와 함께 한국인의 더위를 책임져 왔는데요. 모시는 모시풀의 줄기 껍질로 만든 실로 짠 직물을 말하는데, 원료가 되는 모시풀은 기온과 습기가 높은 데다 해가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은 토양에서만 잘 자란다고 합니다. 게다가 풍해가 없어야 하므로 생육 조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국내에서는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충청남도가 최적의 재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기르는 조건이 까다로우니 고고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지닌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지요? 


한국의 남도에서 주로 재배되는 모시 중에서도 가장 질 좋기로 유명한 것은 충남 한산의 세모시입니다. 세모시는 말 그대로 조직이 가늘고 고운 모시를 칭하는데요. 세모시는 그 관리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어떻게 해도 올이 한쪽으로 몰리게 된다고 합니다. 같은 여름 소재인 베에 비해서도 매우 관리가 까다로워 반드시 바늘을 들고 올을 위아래로 정돈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처럼 세심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우아한 옷 태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그래서 상류층 부인들이 모시 한복을 입은 자태를 보면, ‘학처럼 고고하다’는 표현을 했다고 해요. 심지어 옛 문헌에는 ‘고려인들은 눈처럼 흰 모시를 입는다. 왕이나 귀신이나.’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왕과 귀신이 입을 정도로 영험한 직물이라는 말이 아닐까요? 모시는 삼베에 비해 결이 곱디곱고 촘촘한 데다 은은한 광택까지 돌아 대부분 의복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최근엔 구김 때문에 폴리에스터와 혼방하지 않고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니 그 실체를 보기가 매우 힘듭니다. 하지만 그 잔잔한 광택과 눈처럼 흰 순백색이 그 무엇보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워 최근에는 공예 작가들의 손에 의해 커튼, 손수건 등 예술적인 작품으로 거듭나는 중입니다.



무명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면직물은 무명, 광목, 옥양목인데요. 예부터 한민족의 의복 규범은 ‘단정하나 검소하게 입는다’라고 하였는데 이에 가장 어울리는 소재가 바로 목화를 소재로 한 면직물이었습니다. 이 면직물 중에서도 무명은 부드러운 윤기가 흐르는 여성스러운 소재이면서도 가장 전통적인 느낌이 나는 직물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무명은 짧은 섬유를 모아 베틀로 정성껏 짜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명 이외의 면직물은 모두 자동 직기로 짜낸 것들입니다. 그러나 같은 면직물이라도 무명은 그 섬유의 성질이 온화하여 사계절 일상복 소재로 아주 편안하게 어울리고, 이불이나 베갯잇으로 사용하면 광목이나 옥양목보다 사뭇 부드럽고 찰진 느낌이 있습니다. 현재는 의상의 소재로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과거에는 봄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에도 응용이 가능한 소재라 누구나 즐겨 입던 일상복의 주된 재료였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남자들의 누빔 두루마기와 홑바지, 겹바지, 여인들의 치마와 저고리 등 두루두루 안 쓰이는 곳이 없었다고 하네요. 


무명은 주로 부드러운 옥색이나 연회색 등으로 염색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무명 본연의 아름다움은 순결한 흰색일 때 빛을 발하는데요. 무명으로 옷을 지으려면 일일이 풀을 먹여가며 베틀로 천을 짜는 건 물론이고 직조 과정에서 사용한 풀을 깨끗이 다 없애고 세탁해 삶아 말리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 뒤에 다시 쌀로 쑨 풀을 먹여서 햇빛에 말리고, 발로 밟거나 손으로 두드리는 다듬질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이런 정성스런 작업 과정 때문에 무명은 자동직기로 제작된 다른 면직물에 비해 기술 전수가 까다롭고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었겠죠? 자동직기의 산물인 광목과 옥양목은 1970년대까지도 농가 부녀자들에 의해 제작되어 일상복으로 자급자족 되었다가 지금은 수요가 감소해 버렸지만, 전라남도 나주의 무명 짜기 기술은 중요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현재까지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 



견직물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직물 중 가장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견직물은 삼베, 모시, 무명이 모두 식물을 원료로 하는 데 반해 견직물은 누에를 원료로 하는 동물성 섬유입니다. 누에의 고치를 풀어낸 실로 만들어진 견직물은 그 종류 또한 엄청나게 다양한데요. 우리나라에서 제직해 온 것만 해도 주(紬), 사(紗), 라(羅), 능(綾), 금(錦), 단(緞) 등 십여 종이 되는데, 여기 각종 천연염료로 알록달록하게 염색을 했음은 물론이고 다종다양한 문양을 넣은 종류부터 그림이 그려진 방계 형제들까지 따지면 수백 종에 이릅니다. 그러니 견직물의 세분된 명칭은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주(紬)만 해도 문주, 생명주, 노방주, 토주, 정주 등 수십 가지이며 가벼운 견직물인 사(紗)의 경우 갑사, 관사, 진주사, 숙고사, 국사 등 그 투명도와 새겨 넣은 무늬나 짜임새에 따라 다채롭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들 가운데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것은 주, 사, 라, 능, 단, 금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주(紬)는 명주라는 이름으로 통칭하며 베틀로 제직하는 법이 전수되고 있습니다. 명주는 한국 전통 의상인 한복의 옷감으로 아직도 많이 쓰이는데 가을, 겨울 용이 대부분입니다. 한복 하면 떠오르는 전통 직물인 명주는 극도의 화려함을 표현하는 데 그만입니다. 워낙 광택이 아름답고 다양한 무늬를 넣은 옵션이 풍부하기 때문인데요. 견직물 하면 한복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아직도 혼수용 침구류에는 견직물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도전적인 한복 디자이너들의 노력으로 명주를 비롯한 다양한 견직물의 아름다움이 나날이 재발견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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