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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술을 만드는 사람들, 술 명인을 만나다

2016.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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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매거진 <한웨>의 첫 번째 테마인 ‘FOOD’, 술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의 식문화 중심에서 각자의 사명감을 가지고 최고의 술을 만드는 술 명인, 3인을 만나보았습니다. ^^



한식 세계화에 앞장 서는 광주요 그룹 회장, 조태권


 

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도자기와 음식, 그리고 한국의 술을 세계에 알리는 미션을 수행해 온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1963년, 조소수 선생에 의해 탄생한 광주요 그룹인데요. 선친의 가업을 조태권 회장이 이어받아 고급 도자기부터 생활 도자기까지 두루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 브랜드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은 조태권 회장은 자신이 만든 그릇에 담길 좋은 음식을 선보이고자 2003년에 고급 한식당 ‘가온(Gaon)’을 오픈했습니다. 한식을 찾는 이들에게 오감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하지만 막상 잘 차려 놓은 음식을 보니 허전하게 비어 보이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술’. 우리 음식과 마땅하게 어울리는 술이 없어서 아쉬움이 컸다고 합니다. 조 회장은 이를 통해 한식에 어울리는 술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2005년에 우리 쌀로 만든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火堯)’를 세상에 내놨습니다. 




 


전통 증류식 제조법으로 장인들이 쌀로 빚어 만든 화요는 깊으면서도 그윽한 맛을 냅니다. 화요는 지하 150m 암반층에서 퍼 올린 암반수와 이천 쌀 원액 100%를 사용하여 감압증류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요. 물은 1기압인 일반 평지 위 섭씨 100도에서 끓지만, 기압이 낮은 곳에서는 훨씬 낮은 온도에서도 끓습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증류기 내부의 압력을 10분의 1 정도까지 내려 섭씨 33~45도의 저온에서 증류하는 것이 감압증류방식입니다. 이런 저온, 저압의 증류방식은 술을 맛을 휠씬 깨끗하고 맑은 맛을 준다고 합니다. 조태권 회장은 “옛날에 기록된 문헌을 보고 그대로 만든다 해서 전통이 되는 건 아닙니다. 전통 방식을 활용하되 새로운 혁신을 가미해서 전통을 발전시켜야죠. 저온에서 증류하기 때문에 탄 냄새와 잡미가 사라져 풍미가 우수한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화요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추구하는데요. 일정 수준 이상의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전통이라는 이름에 얽매이지 않고 적절한 홍보와 적극적인 유통 채널을 활용합니다. 특정 도수로 한정된 다른 주류 브랜드와 다르게 17도, 25도, 41, 53로 다양하게 선보이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즐길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도자기 사업과 외식사업의 연계를 통해 식문화와 관련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점 역시 화요만의 특별함입니다. 




화요의 탄생은 도자기에서부터 시작되는 인과관계를 통해 전개되는데요. 그릇과 그 안에 담기는 음식, 그리고 그 음식에 곁들이는 술과의 조화. 바로 우리 밥상 문화를 고려한 브랜드입니다. 초기에는 그릇장이가 술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일각에서 다소 삐딱한 시선도 있었으나 화요는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어느새 술자리에서 화요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고 해외시장에서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불로 다스려진 귀한 술’이란 화요의 뜻처럼, 깔끔하고 진한 풍미가 일품이란 입소문 덕분입니다. ‘한식 세계화’, ‘프리미엄화’를 꿈꾸는 조태권 회장에게 화요는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숙명이라고 하는데요. 그는 '한식에 우리 민족의 문화가 함축돼 있다'고 강조하며 화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솔 향기 가득한 500년 전통 가양주, 솔송주 명인 박흥선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솔잎을 담은 전통주, ‘솔송주’는 하동 정씨 집안에서 대대로 전수되어 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술입니다. 조선 시대에 양반 가문인 하동 정씨들은 개평마을에 집성촌을 이루어 모여 살았는데 솔송주는 바로 이 가문의 가양주입니다. 좋은 햅쌀과 솔잎, 송순을 넣은 술로 임금에게 진상될 만큼 유명했다고 하는데요. 





솔송주의 주재료인 솔잎, 솔 순 등을 재료로 한 술은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마신 약용주입니다. 선비의 기개와 절개를 상징하던 늘 푸른 소나무가 술의 재료로 널리 이용된 이유는 그 효능 때문인데요. 솔잎은 노화를 방지하고 심장이나 뇌졸중, 고혈압, 당뇨 등의 각종 성인병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40여 년 전, 하동 정씨 가문으로 시집온 박흥선 명인은 시어머니에게 제조 비법을 전수받아 500여 년 동안 집안 대대로 보존 되어온 가양주를 세상에 널리 알렸습니다. 가양주로만 전해지는 게 아쉽다며 더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상품화하자는 주변의 권유로 박명인은 1996년 명가원을 설립하여 대량 생산과 유통을 위해 힘썼습니다. 30년 넘게 술을 빚어온 박 명인은 타고난 절대 미각과 후각, 그리고 피나는 노력 덕분에 현재 무형문화재와 식품 명인으로 지정되어 그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박흥선 명인은 “술을 빚는 순간은 경건하고 엄숙한 시간입니다. 예로부터 술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빚는 거라 하죠. 약주를 빚을 때는 청결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씁니다. 그리고 똑같은 재료를 써도 항아리마다 발효 상태가 다 달라요. 그만큼 세심한 온도 관리가 필요합니다.”라고 정성과 시간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최고의 술을 만들겠다는 박흥선 명인의 노력에 보답하는 듯 솔송주는 전통 명주로서의 가치를 국내외 전문가로부터 인정받아 ‘2014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약주 부분 대상을 받았고, ‘2015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국내외 주류 박람회를 쫓아다니며 마케팅에도 힘써온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명가원에서는 13도짜리 약주인 솔송주와 이를 2년간 저온 숙성시킨 ‘담솔’ 외에도 머루주와 복분자 와인, 멥쌀과 찹쌀로 만든 녹파주도 생산하며 상품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명가원 고택에 옆에 딸린 솔송주문화관에서는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을 비롯해 술을 만드는 도구들을 전시해 놓았습니다. 술 시음을 해보고 구매할 수도 있어 개평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는데요. 또한, 이곳에선 솔송주를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려주며 운치 있는 한옥에서 머물다 갈 수 있습니다. 그윽한 솔송주 향과 조선 시대 사대부 집안의 고고한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



트렌드를 주도하는 전통주 업계의 새얼굴, 매실원주 한정희 대표 

 


오랜 세월 동안 한국 술을 계승해온 명인 시대에 이어 전통주 업계에 신선한 기운을 채우고 있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달라지고 있는 주류 업계의 대표적인 신세대 중 한 사람인  ‘매실원주’의 한정희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할머니가 담그시던 매실주 맛의 재현’을 목표로 맛과 향이 고스란히 담긴 매실주로 전통주 업계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시중에 판매중인 매실주는 인위적인 단맛이 강했고 그가 알고 있는 매실주 맛과 크게 다른 점이 아쉬워 제대로 된 한국 매실주의 맛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매실은 소화 촉진과 피로회복에 좋아 여름철 ‘푸른 보약’이라고 불리며 익어감에 따라 청색, 노란색, 붉은색 등 고유한 색깔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매실주를 제조할 때 대부분 청매를 사용하지만, 매실원주는 매실이 노랗게 완숙한 상태에서 수확해 술을 담급니다. 황매는 청매보다 신맛이 적고 단맛과 향이 풍부한 게 특징인데요. 매실은 당분이 적은 과일이라 당을 첨가해야 술을 제조할 수 있는데 시판중인 매실주는 저렴한 와인이나 과실주를 혼합해 만듭니다. 하지만 매실원주에는 황매실과 천연 꿀 이렇게 단 두 가지 재료만 들어갑니다. 100% 황매실에서 추출한 원액에 제주산 천연 꿀을 첨가하는 게 이들의 노하우입니다. 과실이 나무에서 완전히 익었을 때 채취해야 황매를 얻을 수 있는데 과육이 쉽게 물러 보관과 가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참치를 잡자마자 급속 냉동시켜 보관하는 것에 착안하여 황매를 수확한 즉시 영하 40도에서 급랭해 술을 담그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재료관리가 수월해졌고 원액 추출도 더 잘되어 이 기술로 특허를 얻었다고 합니다. 


매실원주는 한식과는 두루 잘 어울리며 식전 음식과 즐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프랑스 요리 중 갖가지 재료를 한데 섞어 간 뒤 빵에 발라먹는 파테, 푸아그라와도 궁합이 훌륭한데요. 시원한 스파클링 워터와 일대일 비율로 섞어 칵테일로 즐기는 것도 매실원주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한정희 대표는 술도 코스 요리를 즐기듯 식전주, 메인주, 후식주로 나눠서 마셔보길 권하며 다양한 칵테일 메뉴를 개발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젊은 사업가가 운영하는 주류회사인 만큼 마케팅 방식도 기존의 전통주와 차별화했습니다. 병과 라벨 디자인만 봐도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는데요. 동양적이지만 모던한 분위기의 라벨 디자인은 옛것과 현대적인 느낌을 제대로 결합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SNS를 통해 매실원주를 알리는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몇몇 국가에 진출해 해외시장도 공략 중인데 그중 호주는 한국과 엇비슷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까지 진출해 판로를 늘리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매실과 인삼을 결합한 술과 증류식 소주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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