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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すし), 텐푸라(てんぷら), 우동(うどん), 라멘(ラメン) 등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으로 ‘소바(そ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소바는 사시사철 즐기는 음식이지만, 무더위에 입맛이 떨어지는 계절이 되면, 차게 먹는 소바가 유난히도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소바는 메밀을 뜻하는 일본어인데요, 보통 메밀로 만든 국수를 통칭하기도 합니다. 소바(메밀)가 일본에 전해진 것은 8세기 이전으로 추정되는데, 이 당시에는 껍질을 벗긴 소바를 그냥 끓여서 먹었다고 합니다. 이후 차츰 소바를 갈아 분말로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고, 분말을 가공하여 조리하는 방법이 발달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면 요리 형태의 소바가 등장한 것은 16세기말에서 17세기초라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일본에서는 사시사철 즐겨먹는 것이 소바이기 때문에, 그만큼 소바 요리의 종류도 많은데요, 오늘은 일본의 다양한 소바와 그 유래에 대해 소개해볼까 합니다.



가케소바(かけそば)



‘가케소바(かけそば)’는 장국에 면이 담겨진 채 나오는 가장 심플한 형태의 소바입니다. 소바를 먹기 시작한 처음에는 면을 장국에 찍어서 먹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당시의 사람들이 귀찮아서 면을 그릇에 담고 국물을 부어서 먹는 게 유행하게 되었고, ‘국물을 붓는다(汁をかける: 시루오 가케루)’라고 해서 가케소바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가케소바를 기본으로 올린 재료에 따라 다양한 소바가 있습니다.


먼저 유부를 올린 것을 ‘기쯔네소바(きつねそば)’라고 하는데요, 일본에선 유부를 여우를 뜻하는 기쯔네(きつね)라고 부르는 데 여우가 유부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일본에선 여우를 신으로 모시는 신사(神社)에서는 유부를 제사상에 올리는 풍습이 있을 정도랍니다.


면 위에 텐카스(てんかす: 튀김 부스러기)를 올린 것은 ‘타누키소바(たぬきそば)’라고 부르는 데 이 또한 동물과 연관이 있습니다. 바로 타누키(たぬき:너구리)가 텐카스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치카라소바(力そば)’는 구운 떡을 올리는 소바로 떡이 주는 든든한 포만감과 영양가가 높아 치카라(力:힘•체력)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되었습니다. ‘텐푸라소바(てんぷらそば)’는 이름 그대로 가케소바 위에 각종 텐푸라를 올린 것입니다.



모리소바(もりそば)와 자루소바(ざるそば)



가케소바가 유행하기 이전, 원래 소바를 먹던 방식을 가리키는 이름이 바로 '모리소바(もりそば)'와 '자루소바(ざるそば)'입니다. 우선, 가케소바와 구분하기 위해 삶은 소바 면을 수북이 그릇에 담은 것을 '수북이 담다(もり[盛る]: 모루)'는 의미에서 모리소바라고 부르게 됐다고 합니다.



그릇에 면을 담아내는 모리소바가 보편적인 소바 형태로 자리 잡은 후에 소쿠리(ざる: 자루)에 면을 담아내는 스타일이 등장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자루소바(ざるそば)’라 부릅니다. 에도 시대(江戸時代) 중기 무렵, ‘이세야(伊勢屋)’라는 가게에서 처음으로 대나무 소쿠리에 소바 면을 수북이 담아 내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다른 가게들이 이를 모방하면서 유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모리소바와 자루소바를 구분하기 위해, 장국의 재료로 ‘미림’을 많이 써서 장국 맛을 짙게 하고, 소바 면을 자루에 담아 내거나, 그 위에 ‘모미노리(揉み海苔: 구운 김 가루)’를 올리는 등의 차이점이 있었지만, 오늘날은 이 개념이 뒤섞여서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모리소바와 자루소바의 주요 차이점


 

 모리소바(もりそば)

 자루소바(ざるそば)

 용기

 세이로(蒸篭:나무 찜통)

 자루(ざる: 소쿠리)

 장국의 감칠맛

 적당

 모리소바보다 짙음

 김 가루

 없음

 있음


※상기 내용은 학술적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라 구설 되고 있는 것을 정리한 것이며, 가게에 따라 다소 혼재된 타입이 많이 있습니다.



완코소바(わんこそば)



‘완코소바(わんこそば)’는 이와테현(岩手県: 태평양 연안의 동북지역)의 명물 소바로써, 뜨거운 면을 조금씩 작은 완코(椀こ: 작은 질그릇)에 나누어 담은 것을 계속 해서 제공해 주는 소바 요리입니다.


출처: 이와테현 관광 포털 사이트 @바로가기


먹는 사람이 계속 먹을 수 있다면 100그릇이고 200그릇이고, 얼마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 과거 한 자리에서 완코소바를 가장 많이 먹은 최고 기록은 645 그릇이며, 이 기록의 보유자는 프로 푸드파이트 선수 ‘고바야시 다케루(小林 尊)’라고 합니다. 


 


사케오타쿠인 저의 최고 기록은 12그릇입니다. 그것도 간신히 말이죠. (제 위가 상당히 작은 편인 것 같습니다) 완코소바를 만만하게 보고 선뜻 도전하다간 큰 코 다칩니다. 



헤기소바(へぎそば)



‘헤기소바(へぎそば)’는 니가타현(新潟県: 일본 혼슈 중북부 동해 연안 지역) 지역의 명물 소바입니다. 소바를 담아 내는 사각 틀의 용기를 이 지역의 방언으로 ‘헤기(へぎ)’라고 합니다. 즉, 헤기에 담은 소바라는 뜻으로 헤기소바라고 부르는데, 독특하게도 면을 반죽을 할 때, ‘후노리(ふのり:청각채)’ 라는 해조류를 넣어 만든다고 합니다. 


후노리를 넣은 소바 면은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다른 소바 면에 비해 월등히 매끄러운 특징이 있습니다. 목젖을 타고 흐르듯이 미끄러 지는 면의 느낌이 처음 먹을 때도 신기했지만, 지금도 신기하기 그지 없습니다. 면의 매끈함을 사진으로 설명할 길이 없어서 아쉽기만 하군요.



네기소바(葱そば)



‘네기소바(葱そば)’는 후쿠시마현(福島県: 일본 혼슈 중북부 태평안 연안 지역)의 유명 관광지 ‘오우치쥬큐(大内宿: 에도시대 여인숙 모습을 간직한 산간취락)’ 지역 명물 소바로 면을 먹는 도구로 젓가락 대신 한 뿌리의 네기(ねぎ[葱]: 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네기소바를 먹다 보면 무언가 걸리는 게 없는 매끈한 파로 면을 건져 올려 입으로 가져 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며, 평소 흔히 쓰는 젓가락이 얼마나 편리한 도구인지 새삼 느끼게 되는데요, 딱히 젓가락이 없어서 이렇게 발달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생파를 조금씩 배어 먹으며 먹는 소바의 맛이 한층 향기롭게 느껴지지만 도저히 파로 먹기 불편하면 별도로 구비된 젓가락을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도오지 소바(とうじそば)



‘도오지 소바(とうじそば)’는 나가노현(長野県: 일본 중앙부 산악지대) 마츠모토(松本) 지역의 명물 소바입니다. 첩첩 산중에 둘러 쌓여, 겨울이면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리는 이 지역에서는 부족한 쌀을 대신하여 소바 요리가 발전하였고, 엄동설한의 몸을 녹이는 따뜻한 요리로서 도오지 소바가 향토음식으로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도오지 소바의 도오지는 ‘던져서 넣는다’라는 뜻을 가진 ‘도우지루(とうじる)’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국물이 보글 보글 끓고 있는 냄비에 소바 면을 작은 전용 소쿠리에 넣어 면을 샤브샤브하는 방식으로 데워서 뜨겁게 먹습니다. 국물에 함께 넣는 재료는 보통 매우 간단한데요, 텃밭의 야채나 산에서 캐온 버섯처럼 소박한 재료만으로도 절묘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각종 텐푸라와 향기가 나는 야채, 겨울철의 제철 재료를 넣어 작은 사치를 부려 볼 수도 있습니다.



사라시나 소바(更科そば)



새하얗고 맑고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 마치, 메밀 면이 아닌 소면을 담은 듯이 보이지만, 엄연한 소바입니다. ‘사라시나 소바(更科そば)’는 소바(메밀) 알갱이를 갈을 때, 가장 처음 나오는 하얀 분말만을 모아서 만들기 때문에 소바 면의 색깔도 새하얗게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200년전의 문헌에 사라시나 소바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다른 소바에 비해 메밀 향기의 톤은 약하지만, 아련하면서도 세련된 향기와 맛이 미식가들의 혀를 만족시키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습니다.



소바를 찍어 먹는 장국도 사라시나 소바 면에 맞추어 간장의 비율을 낮추고 세련된 단맛을 살린 전용 장국을 따로 내어 줍니다. 모리소바의 장국에 찍어 먹어보니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더군요. 조금 사치스럽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소바입니다.  


소바즈시(そばずし)



‘소바즈시(そばずし)’는 밥 대신 삶은 소바 면을 넣고, 계란, 조린 표고버섯 등등 선호하는 재료를 넣어 말아 만든 김 말이 소바입니다. 주 요리인 소바를 먹기 전에 사케와 함께 즐기기 좋은 가벼운 안주로 곁들이기 좋고 소바의 고소함과 김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새로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소바사시(そば刺し)


 


갓 반죽하여 막 삶아 낸 소바는 특유의 씁쓸함과 고소한 향미가 살아 있어서 별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싱싱한 소바 면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요리로서 ‘소바사시(そば刺し)’는 으뜸이라 생각합니다. 




소바사시 위에 싱싱하고 매운 고추와 유자 껍질, 소금을 넣어 갈아서 숙성시킨 조미료 ‘유즈코쇼(柚子胡椒)’를 살짝 올리면, 독특한 매운 맛과 소바사시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사케 안주로도 그만입니다.


쿠보타 스이쥬(비열처리, 알코올 도수 14도, 일본주도 +4, 산도 0.9)


4월~9월 사이에 한정 판매되는 ‘쿠보타 스이쥬(久保田 翠寿)’가 구비되어 있어서 같이 곁들여 보았습니다. 지난 겨울에 빚은 사케를 살균 열처리하지 않아 본연의 다채로운 향미가 살아 있고 차게 해서 마시기 좋습니다. 맑고 깨끗한 특징을 가지는 니가타현(新潟県)의 명주 쿠보타(久保田) 시리즈의 사케라서 강한 톤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단아함 속에 숨은 생기 발랄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무 그늘, 신선한 소바, 잔잔한 바람. 그리고, 사케 한 잔…. 여름을 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합입니다. 이번 여름엔 시원한 소바 한 그릇과 함께 향긋한 사케 한잔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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