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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로맨스’, 라는 단어는 언제나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합니다. 그러나 이 로맨틱한 말의 이면에는 ‘세기의 스캔들’이라는 가십과 논란이 숨어있기도 한데요. 20세기 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로맨스이자 전설적인 삼각 스캔들의 주인공 ‘패티 보이드(Pattie Boyd)’가 그녀의 인생을 담은 사진전으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리는 ‘ROCKIN' LOVE: 패티 보이드 사진전’, 비틀즈의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과 전설적인 천재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첫 번째 아내로 회자되는 그녀의 인생을 조명한 특별한 사진전이라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특별한 삶(Extraordinary Life)’을 살았던 그녀의 인생을 사진을 통해 만나보겠습니다.



EXTRAORDINARY LIFE



"I have had the most extraordinary life

(나는 특별한 삶을 살았다)"


첫 번째 섹션은 ‘EXTRAORDINARY LIFE’, ‘특별한 삶’입니다. 패티 보이드 스스로 자신의 삶은 특별한 삶이라고 고백했는데요. 당대 최고 락스타들의 뮤즈이자 여신으로서 혹은 동반자로서 패티 보이드의 삶은 특별해졌습니다. 이곳에서는 직접 60년대 런던에서 만들어진 빈티지 카메라를 움직여 잡은 앵글을 통해 1960년대 런던 거리 구석 구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영상뿐만 아니라 주크박스처럼 비틀즈의 명곡들이 흐릅니다. 시간대마다 각각 다른 노래들이 흘러나온다고 하네요. 

 



패티 보이드가 비틀즈와 처음 만났던 60년대 런던은 음악과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예술, 트렌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비틀즈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을 만나면서 모델이었던 패티 보이드는 팝 음악 역사 속에 한 걸음을 딛게 됩니다.



GEORGE, THE YOUNG LOVE


두 번째 섹션인 ‘GEORGE, THE YOUNG LOVE’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녀의 사진들이 등장하는데요, 패티 보이드와 조지 해리슨의 만남과 사랑, 짧지만 행복했던 결혼생활 10여 년간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조지 해리슨을 만나기 전 패티 보이드는 미용실에서 일하다 캐스팅되어 모델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전설적인 모델 트위기처럼 깡마른 몸매에 사슴 같이 큰 눈망울, 토끼 이빨 같은 앞니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였지요. ‘오지의 뮤즈’라는 사진 제목처럼 그녀는 한때 뮤지션이 아닌 패션 디자이너들의 뮤즈였습니다. 실제로 보그 표지모델로 선 그녀의 사진들도 여러 점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단역으로 캐스팅된 ‘하드 데이즈 나잇(Hard Day’s Night)’이라는 영화에서 조지 해리슨을 만나게 되고 그는 패티에게 첫눈에 빠집니다. 


"나도 조지를 깊이 사랑했었지만,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 사랑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녀는 조지 해리슨과 지낸 순간을 가장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로 회상했는데요, 전시된 사진에도 고스란히 행복했던 두 사람의 젊은 시절이 남아 있습니다.



바닷가에서 찍은 허니문 사진, 그녀는 이 순간이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그녀만의 그를 바라볼 수 있어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항상 동료들과 수많은 팬들에게 둘러싸인 락스타를 사랑하는 것이 톱모델이었던 그녀에게도 조금 버거웠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가 찍은 조지 해리슨의 사진과 그녀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했던 친구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비틀즈는 물론 당시 팝 음악계에서 활동한 뮤지션들, 지금은 레전드가 된 그들의 젊은 시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패티 보이드가 팝 역사상 가장 특별한 뮤즈였던 까닭은 단순히 두 남자의 아내였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은 그녀를 만나면서 느낀 사랑과 절망, 기쁨의 감정들을 곡으로 써냈고 그 곡들이 아직도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명곡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조지 해리슨이 패티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 설렘과 그녀에 대한 찬사를 쓴 곡이 바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재킷 사진으로 유명한 비틀즈의 <애비로드(Abbey Road)>에 실린 <Something>입니다. 존 레논이나 폴 매카트니에 가려져 있던 그의 작곡능력을 처음으로 인정받게 된 곡이죠. 프랭크 시나트라는 20세기 최고의 러브송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조지 해리슨 섹션 한쪽 벽면에는 <Something> 가사를 랩핑하고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노래의 실제 모델이 된 연인의 모습을 눈으로 보며 귀로도 그들의 사랑을 한번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RIC, LOVE IN PASSION


천재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에릭 클랩튼 역시 조지 해리슨과 마찬가지로 패티 보이드를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했습니다. 다만 그녀가 친구의 아내라는 점이 그의 사랑을 비운의 사랑으로 만들었죠. 세 번째 섹션인 ‘ERIC, LOVE IN PASSION’에는 절절했던 구애의 순간과 상처, 그리고 그와 그녀의 열정적인 사랑의 순간이 담긴 사진들이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에릭의 노골적인 구애를 패티는 명상과 약에 빠져 자신을 외면한 남편의 관심을 돌리고자 이용합니다. 조지가 다시 돌아오자 그녀는 에릭 클랩튼의 구애를 거절하죠. 그 실연의 상처를 노래한 곡이 바로 <Layla>입니다. 가사를 보면 그녀를 외롭게 하는 조지 해리슨 곁에서 떠나 자신에게 와달라는 에릭 클랩튼의 절절한 고백입니다. 그러나 패티 보이드는 이 곡을 듣고도 이별을 고했고 에릭 클랩튼은 상심했습니다. 

 



결국 5년 뒤, 조지 해리슨에 잇따른 외도에 지친 패티는 이혼 후, 그녀를 애타게 기다린 에릭 클랩튼과 재혼합니다. 실연의 아픔으로 탄생한 곡이 <Layla>라면 둘이 함께한 동안, 나온 명곡이 바로 <Wonderful tonight>입니다. 파티에 갈 준비를 하느라 늦는 패티를 기다리며 쓴 곡이라고 하는데요. 그녀는 그를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화를 낼까 조마조마했는데, 그는 그녀와 함께할 수 있어 황홀한 밤이라는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니 정말 멋진 곡이죠? <Layla>와 <Wonderful Tonight> 역시 가사 벽과 헤드폰이 마련되어 있으니 천천히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특별히 한국전시회에서 그 동안 공개되지 않은 20여 점의 사진들이 첫 선을 보였는데요. 바로 에릭 클랩튼과 지낼 당시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들입니다. 집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해 이번 전시에 내놓았다고 하네요.




행복해 보이던 때도 잠시, 패티 보이드는 십여 년 만에 에릭 클랩튼과의 결혼생활을 정리합니다. 이유는 에릭의 알코올 의존증과 외도, 결정적으로는 밖에서 낳아 온 사생아 때문이었습니다. 


 

THE TEARS BEGIN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과 만나, 뜨거운 사랑을 받았지만 전설의 삼각관계의 주인공으로서 그녀 개인이 받았던 고통과 괴로움 또한 특별했습니다. 화려하게만 보인 뮤즈, 여신의 얼굴 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아픔과 고뇌를 털어놓는 공간이 바로 네 번째 섹션 ‘THE TEARS BEGIN’입니다. 




두 번째 결혼의 실패는 결국 첫 번째 결혼의 실패에 대한 자책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조지와의 결혼생활을 지속하지 못한 후회가 그녀를 슬프게 했는데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상황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보고 느끼느냐가 중요한 거야. 에릭이나 다른 사람들이 뭘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친구의 조언은 그녀가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주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A NEW LIFE


“이제 나는 나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느낀다, 나는 나를 발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너무 숨겨져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 내기까지 더 오래 걸렸다.”


‘A NEW LIFE’ 섹션은 조지 해리슨, 에릭 클랩튼 두 사람과 헤어진 이후의 패티 보이드가 세기의 로맨스, 스캔들의 주인공을 넘어 자신만의 진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이야기를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듣는 공간입니다.





그녀가 사진작가로 변신한 이유, 행복했지만 동시에 괴롭고 힘들었던 그 시기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게 된 까닭을 알 수 있습니다.



BOYD IS BOYD



마지막 ‘BOYD IS BOYD’는 누군가의 뮤즈, 누군가의 여자친구나 아내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패티 보이드의 모습을 말하는 공간입니다. 천장부터 드리워진 흰 베일 사이로 보통 성인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톱니바퀴 아트워크 <시간바퀴>가 있는데요. 





그녀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 모습까지 100여 장의 사진들이 필름지 형태로 끼워져 있습니다. 톱니바퀴를 돌리면 베일을 스크린 삼아 사진이 뜨는데,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모든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하나의 예술이 된 그녀의 삶을 표현하는 신비하면서도 멋진 작품입니다.




아마도 이 섹션은 현재 그녀의 모습과 심리를 반영한 전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홀로서기한 후 친구들과 유쾌하게 지내는 모습이 현재 그녀의 삶으로 느껴집니다.





2001년 사망한 조지 해리슨에 대한 그리움 또한 그녀의 사진을 통해 드러나는데요, 이혼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만났어도 친구 같은 두 사람의 모습도 남아있습니다. 그녀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그, 그리고 그의 친구 사이에서 삼각관계로 얼룩진 지난 날이 후회되느냐는 물음에 그녀가 내놓은 답은 간단했습니다.



“I’m me!” 나는 나일 뿐,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내 삶을 기꺼이 살았고, 내가 내린 결정에 후회는 하지 않겠다”는 멋진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패티 보이드 사진전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어쩐지 그녀의 바이오그라피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듭니다. 


기존의 러브스토리가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의 명성에 기댄 스캔들에 가까웠다면 이 전시회는 이 위험하고도 특별했던 뮤즈의 시선에서 그들의 관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화려한 러브스토리의 이면이라면 두 남자의 열렬한 사랑으로 시작한 관계의 마지막은 결국 그녀가 도망치듯 끝냈다는 것, 지금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듣는 러브송의 주인공이지만 정작 가사를 쓴 주인공들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십 년이 채 못 가 끝나버렸다는 것이겠죠.



전시를 보고 나니 ‘팝 역사상 가장 위험한 뮤즈’였다는 수식어는 그녀가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렸다기 보다는 열렬한 사랑의 위험을 가장 많이 겪은 여신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비로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기의 로맨스의 달콤함이나 스캔들의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스토리 대신,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 걸어간 인생과 실수로 보이는 선택마저도 특별한 것으로 인정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녀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info. 패티 보이드 사진전: ROCKIN' LOVE

전시기간: 2017. 04. 28 ~ 08.09.

전시장소: 서울 성동구 연무장 15길 11, S-FACTORY

관람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오후 7시)

전시문의: 070-5135-9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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