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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태국 ‘빠이’ 여행기

2016.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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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사내필진 1기 카지노 워커힐 오퍼레이션 기획팀 박세인님의 원고입니다.]



열두 명의 몸과 짐을 포갠 채로 달리는 미니밴


평화로운 빠이


빠이는 태국의 북부도시 치앙마이에서 미니밴을 타고 3시간을 달려야 만나게 되는 작은 마을입니다.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이 마을은 산 속에 위치하고 있어 가는 길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험난한데요. 미니밴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가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되었을까’ ‘과연 마을이 있긴 할까’ 하는 의심이 들 때쯤 눈앞에 아름다운 빠이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곳


“Do nothing in PAI! Be lazy!”


빠이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이 슬로건처럼 이 곳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흘러갑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도 시간에 쫓겨 발걸음을 재촉하기보다는 느긋하게 걸으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여유를 즐기는데요. 저 역시 방갈로에서 머무르다가 마을 한 바퀴를 둘러본 뒤 맘에 드는 카페에서 책과 영화를 보며 오후를 보냅니다.



멍뭉이들에게도 빠이는 천국


야시장에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주민들


해가 질 무렵 마을 중심가에는 매일 야시장이 들어섭니다. 의류와 각종 기념품부터 직접 만든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도 볼거리죠. 대도시의 시장처럼 소란스럽고 사람들이 빽빽하게 있진 않지만, 빠이 야시장에서는 물건을 사고 팔며 자연스레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함께 어울려 친구가 되고 추억을 공유합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올리비아의 송별파티, 예술인 마을답게 음악과 미적 감각이 뛰어난 히피가 가득하다.


빠이에는 장기체류 중인 여행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도착한 첫 날 우연히 올리비아라는 친구의 송별파티에 가게 되었는데요. 송별파티에서 그녀는 빠이의 매력에 빠져 반 년 만에 영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죠. (아쉬움에 눈물을 쏟아내던 올리비아는 제가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날에도 여전히 빠이에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 곳에 있지 않을까요? ^^)


새로운 친구들에게 제 소개를 하며 일주일 정도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 너나할것없이 “70일?” “아니야, 700일!” 앞다투어 장난을 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빠이의 기억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을 보니 “넌 분명 다시 빠이에 오게 될 거야. 확신해.” 라던 친구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빠이' 캐년


다른 여행지에서처럼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간신히 일어나는 대신, 느지막이 빠이에서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코코넛주스를 마시며 오늘은 뭘 할까 생각하다가 버스터미널 옆 오토바이 가게에서 스쿠터를 빌려 교외에 나가기로 합니다. 가까운 교외에는 폭포와 온천, 빠이캐년이 유명한데, 어제 엽서 가게에서 본 빠이캐년으로 먼저 향합니다. 


미국의 그랜드캐년처럼 거대하진 않지만 빠이캐년은 그랜드캐년보다 훨씬 더 강한 스릴감을 자랑합니다. 거의 유일무이한 빠이의 관광지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오고 가는 이들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내고, 길의 양 옆은 절벽으로 안전표시 하나 없습니다. 별다른 정보 없이 터덜터덜 샌들을 신고 간 저는 결국 맨발을 택하고, 서서히 걸어갑니다. 그리고 가슴을 뻥 뚫어버리는 경이감을 마주하게 됩니다. 





빠이캐년에서 흠뻑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나니 온천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정확한 이름도, 위치도 모르지만 손짓 발짓을 써가며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도착한 온천에 이르자, 우와!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깊은 산골짜기의 따뜻한 온천!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가는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곳. 그저 맑고 따뜻한 물이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으니 어서 들어오라 합니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니 노곤함이 몰려오고 졸음이 쏟아집니다. 돌아가기 위해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지도 못한 채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데, 높고 푸른 하늘과 청량한 바람 덕분에 찝찝함은 날아가고 상쾌함과 유쾌한 기억만 남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빠이는 흔한 시골 마을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빠이는 가져간 지도가 무색할 만큼 작은 마을인데다 이렇다 할 관광지도, 맛집도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이가 그리운 이유는, 그 곳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자유로움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고,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매일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만드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아도 되죠. 자연 속에서 오롯이 혼자가 되어보고, 사람들과 다양한 가치관을 나누며 나의 삶을 점검해보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원더우먼이 되어야 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나의 한계를 인정할 용기도 얻고 말이죠. 따스한 풍경과 사람이 주는 온기가 가득한 빠이. 그 곳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려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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