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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긴 모양새는 물론이고, 소리와 식감으로도 맛을 내는 독특한 요리 ‘누들’. 누들을 소재로 한 아티스트 오승열의 <누들>시리즈는 요리처럼, 입체적인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인데요. 과장되게 긴 면은 아주 영민하게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죠. 어떠한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성질과 형태를 연구하는 것을 즐긴다는 작가 ‘오승열’을 만나, 면의 본질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Ra Myun, Silicone, Epoxy Resin, Steel, Alluminium 2011


Q. 면 요리, 그것도 아주 평범한 면 요리를 작품으로 만들었어요. 면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면 시리즈의 첫 작업은 냉면이었고, 그다음은 라면과 잡채였습니다. 매우 일상적인 요리와 그 이미지를, 예기치 않은 장소로 옮겨와 관객이 각자 다른 인상을 가지게 하는 것에 흥미를 느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나요?

요리가 만들어지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재료를 자르고 조리하고 그릇에 담기는 일련의 과정들을 떠올리며 결과물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렸죠. 음식 모형을 만드는 제작소 여러 군데에서 샘플링을 해보고 제가 봤을 때 가장 친근한 모형으로 제작했는데요. 제작소마다 확연히 다른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재밌었습니다. 고명이나 면의 굵기 등 주문하는 곳마다 다르더군요. 마치 살아 있는 음식처럼요.


Jab Che, Silicone, Epoxy Resin, Steel 2011


Q. <누들>의 길게 늘어진 면을 보면 침이 고이고, 냄새가 맡고 싶어지고, 후루룩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과장되게 긴 면이 의도하는 바가 있나요?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의 감각을 자극하고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길게 들어 올린 면이 가지고 있는 형태와 과장된 길이를 통해, 사람의 신체와 같은 유기적인 운동감을 만들고 싶었어요.


Q. 길게 혼자 서있는 면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건, 옛 모습 그대로인 그릇이었어요. 여기에도 뜻이 있나요?

각각의 면 요리가 어울리는 식기와 상황을 설정했고, 그 작업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양은 냄비에 담고 양은 소반에 올려 먹는 라면이라든지, 개다리소반에 놓고 먹는 잔칫집의 잡채라는 콘셉트가 공통된 기억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매우 일반적이라고 생각했죠. 한번은 자장면을 신문지 위에 놓고 전시한 적도 있습니다. 당연히 이사 후 먹는 배달 중식이 떠오르겠죠.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상황 또는 간접적인 경험으로 인해 공유되는 장면을 상기시켜 우리를 알아 간다고 생각합니다.


Naengmyun, Synthetic Resine, Steel 2011


Q. 작품을 본 사람들의 반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관객이 한국인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반응이 확연히 다릅니다.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요리들이 외국인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인 경우가 많아서 또 다른 호기심을 주는 것 같아요. 전시 장소가 엄숙할수록 그 이질감에 더 재미있는 반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Q. 한국과 뉴질랜드를 오가며 작업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외국 생활이 작품에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저는 일상적인 소재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뉴질랜드에 있을 때와 한국에 있을 때 보고 접하는 것이 다르므로, 작업의 소재가 달라지기도 하죠. 면 시리즈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꿀>에 있을 때 작업한 것인데요. 7여 년 만에 간 서울의 흥미로운 모든 것들이 작업의 소재가 되었었죠. 작업을 되돌아보면 제가 머무는 장소에 따라 같은 시리즈의 작업도 다른 것을 알 수 있어요. 그 연결점이 재미있습니다.


Q.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요리를 맛있게 다 먹고 난 후 그릇에 묻어있는 잔재들이 너무 좋은 나머지, 전에 먹은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오승열 작가



 

본 포스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련된 감각으로 소개하는

한류 문화 매거진 '韩悦(한웨)'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