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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 문화에서 국수는 주식인 밥에 비해 2~3천 년 뒤처진 음식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 식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한데요. 건강한 맛에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까지 담겨 한국인들에게 뗄 수 없는 음식이 되어 버린 ‘국수’. 오늘은 국수의 면면에 진하게 녹아있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장수의 아이콘



국수는 면발을 가늘고 길게 뽑은 후 공기 중에 말려 사용하는데요. 국수틀에서 뽑힌 면은 길고 반듯한 것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깨끗한 면을 맑은 공기에서 말린 후 삶으면 탱글한 식감을 자랑하는데요. 예전에는 똬리를 튼 면을 젓가락으로 살며시 풀어 끊어지지 않게 조심히 먹었습니다. 


이는 국수의 길다란 면이 무병장수의 상징이었기 때문인데요. 생일날엔 장수를 기원하고, 혼례에선 부부의 연이 길게 이어지기를 기원했습니다. 사람과의 인연, 하늘과의 인연이 곧고 길게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따뜻한 음식입니다.



고귀한 흰색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흰색을 신성하게 여겼습니다. 태양을 섬기고 스스로 태양의 자손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민족이기 때문인데요. 모든 성스럽고 고결한 것들은 태양의 빛을 의미하는 흰색으로 표현했습니다.


백마(白馬), 백호(白虎) 같은 단어가 그러한 예인데요. 흰색을 숭상하는 마음이 큰 우리 민족에게, 흰색의 국수는 더없이 친근한 음식이었습니다. 때문에 축하와 감사가 넘치는 성스러운 자리에 국수가 메뉴로 선택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풍성한 나눔



밀가루가 상용화되기 이전에 국수는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일이나 혼례 등 일생일대의 축하 자리에서만큼은 그 귀한 음식을 넉넉히 끓여 배불리 나눠 먹었는데요. 커다란 솥에서 김이 펄펄 나는 국수장국을 떠 나눠 먹는 행위는 공동체 사회의 끈끈한 연대를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상품화된 오늘날에도 국수는 여전히 나눔의 메뉴로 여겨지는데요. 한 솥 끓여 작은 그릇 수십, 수백 개로 나눠 담기는 국수를 바라보고 있자면 절로 마음에 훈기가 돌죠. 또한 담백한 흰 면을 담은 소박한 그릇, 따스한 국물, 간소한 반찬이 어우러진 면상은 허례허식을 거둬내고 인간적인 마음으로 교류하자는 의미를 잘 담아냅니다.


화려한 축제, 마을의 잔치



앞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국수를 논하는데 ‘잔치’가 빠지지 않는데요. 그렇다면 과연 언제부터 마을 잔치에 국수가 등장한 걸까요? 고려도경 22권 향음(鄉飮)에 ‘잔치 때에는 면을 성찬으로 하는데 밀가루가 부족해 북경으로부터 수입하므로 매우 비싸다.’는 기록이 있는데요. 당시 흔치 않은 비싼 음식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치 때는 귀하게 애용되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이후 밀가루 수입이 본격화되며 이때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잔치에는 항상 국수가 등장하게 되는데요. 한국의 잔치 문화는 베풀고 나누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에, 손쉽게 나눠 먹을 수 있는 국수를 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결혼식장에 가면 흔히 손님 접대용 잔치국수를 만나게 되는데요. 결혼 적령기에 흔히 듣게 되는 “국수 언제 먹여줄 겁니까?”라는 질문의 유래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본 포스팅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련된 감각으로 소개하는

한류 문화 매거진 '韩悦(한웨)'에서 발췌했습니다.




  1. 잉여토기 2018.05.04 0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수, 고귀, 나눔 국수의 정통을 소개해주셨군요.
    따뜻한 잔치국수 한그릇 하고 싶어지네요~

  2. peterjun 2018.05.04 0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수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들.
    우리네 선조때부터 내려오던 좋은 의미들인 것 같아요.
    잔치에 빠지면 섭섭한 국수. ^^